한은 ‘4월 금통위’ 총재 공백 우려…文-尹 인선협의 지연
[美 연준 금리인상]
이주열 총재, 이달 말로 임기 끝나, 신구권력 신경전 후임 인선 지체
美 긴축행보에 적절 대응 못할 수도, 한은 연내 4회 금리 인상 전망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본격화하면서 한국은행의 긴축 발걸음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6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한 연준의 행보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기 총재 인선을 둘러싼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신경전에 한은이 수장 공백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은은 17일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에 대해 “다소 매파적”이라며 “향후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움직임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양상,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이 국내 금융시장과 성장·물가 등 실물경제 전반에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의 움직임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은은 선제적으로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해 팬데믹 이전 수준인 1.25%로 올려놨다.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올해 2, 3차례 금리를 더 올려 1.75∼2.00%까지 인상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연준이 연말 1%대 후반까지 금리를 올릴 것을 시사하면서 한은이 올해 네 차례 이상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상반기 중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통위는 다음 달 14일과 5월 26일로 예정돼 있다. 시장에서는 당장 4월 금통위에서 추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2월 금통위에서 이주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금통위 의장을 겸하는 한은 총재 자리가 공석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이 총재의 후임을 지명해야 하지만 윤석열 당선인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인선이 지체되고 있다.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하면 신임 총재가 4월 금통위를 주재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금리 인상 시점이 5월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총재 공석이 길어지면 통화정책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많다.
한은이 연준의 행보에 맞춰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경우 최대 31억5000만 달러(약 3조8225억 원)의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고 한국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또 단기 국채금리가 미국의 적정 금리 상승 폭(2.04%포인트)만큼 오른다면 국내 가계대출 금리는 2.26%포인트 상승하고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은 39조700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박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