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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법학원 안 생김새는, 통로보다 조금 높게 선생들이 앉아 있고, 학생은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네 사람의 강사들과, 팀장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강사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학생, 앉아."
학생은 움직이지 않았다.
"시험이 1달 남은 시점, 학생의 진로는 어떻게 되나?"
"노무사."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선생이,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학생, 노무사도, 마찬가지로 힘들고 고달픈 직업이야. 이제 1달밖에 남지 않았고, 학생이 외운 건 쥐꼬리밖에 없는 걸 학생도 잘 알거야. 게다가 합격하더라도 워라밸 없고 스트레스 받고 근무시간대비 박봉에다 매일 야근인 직업을 해서 어쩌자는 거야?"
"노무사."
"다시 한 번 생각해봐.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이야.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지?"
"노무사."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선생이 나앉는다.
" 학생, 지금 정부에서는, 의대 충원정책으로 수능을 보면 의사가 될 수도 있고, 공무원 경쟁률도 역대급으로 떨어져서 공무원도 나쁜 선택이 아니야. 합격하기만 해도 학생은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고 보람을 느낄 직업를 가지게 될 것이며, 국가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이야. 한국 기업의 90%는 중소기업이란 말이야. 우리나라는 학생을 기다리고 있어. 고향의 초목도 학생의 노무사가 아닌 다른 선택을 반길 것이야."
"노무사."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선생이, 다시 입을 연다.
" 학생의 심정도 잘 알겠어.나름 학창시절 공부좀 해봤고, 문과출신에다 경영도 찍먹해보고,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니 공부머리는 조금 있는 것 같은데, 숫자는 싫고, 전문직 중에 그나마 만만해보여서 다른 전문직 대신 노무사를 하려고 했잖아? 학생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학생의 조국과 나라에 대한 공헌을 더 높이 평가해.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해. 학생은……"
"노무사."
팀장이,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선생은, 증오에 찬 눈초리로 학생을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학생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선생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옆의 상담실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네 모의고사 점수와 수험구력은 어떻게 되나?"
"……"
"음, 상위 60% 정도, 헌유예로군."
선생은,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 노무사라지만 막연한 얘기야. 제 적성에 맞는 것보다 좋은 데가 어디 있겠나. 합격한 선배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밖에 나가 봐야 적성에 맞는 걸 하는게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 학생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알아. 오랜 시간 노무사에 투자한 시간도 아깝고, 주위와 부모님의 시선과 기대가 학생을 억누르겠지.
대기업, 공기업 붙어봤자 먹고 살기 힘들고 또한 일이 매우 고달프다는걸 누가 부인하나? 그러나 다른 전문직이나 취업루트로 전환하는 건 너의 적성에 맞아.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기가 원하고 잘하는 일을 하는것이 소중한 것이지. 학생은 수험 생활을 통해서 그걸 느꼈을거야. 인간은……"
"노무사."
"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냐. 다만 내 제자, 우리 학원의 한 학생이, 적성과 소질에는 상관없이 노무사를 하겠다고 나서서, 스승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나. 우리는 이곳에 조국의 부탁을 받고 온 것이야.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노무사."
"학생은 인서울대학 졸업에다 인턴경험도 있고 대외활동경험도 풍부한 영재야. 조국은 지금 학생을 요구하고 있어. 학생은 위기에 처한 조국을 버리고 떠나 버리려는가?"
"노무사."
" 우수한 학생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이지.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나?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 학생 한 사람을 잃는 건, 무능한 이과생 백을 잃은 것보다 더 큰 국가의 손실이야. 학생은 매우 똑똑해. 한국의 다른 기업들은 학생같은 영재들을 매우 많이 필요로 해. 나는 학생보다 인생을 더 살아봤다는 의미에서, 인생의 선배로서 충고하고 싶어. 지금이라도 다른 전문직이나 취업길을 타서, 한국의 경제발전을 이끄는 일꾼이 되어주길 바라네. 적성에 맞지않는 노무사를 공부하면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학생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네. 나는 학생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어. 뭐 어떻게 생각지 말아. 나는 조카처럼 여겨졌다는 말이야. 만일 노무사를 포기하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어. 어때?"
학생은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한림법학원 3층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노무사."
선생은,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팀장을 돌아볼 것이다. 팀장은,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선생의 상담기록부의 진로희망란에 ‘노무사’를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첫댓글 ㅋㅋㅋㅋ 중립국!!
알아보셨군요 감사합니다 ㅎㅎ
각색이지만 필력 장난아니네요 ㅋㅋㅋㅋㅋ
ㅋㅋㅋ 졸필이지만 감사합니다
재밌는데 뭔가 서글퍼요..ㅠㅎㅎ 쓰니님 누가 뭐래도 합격하실 거예요 응원하겠습니다.
합격할게요! 감사합니다 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정성이ㅋㅋㅋㅋㅋ
뻘글이지만 감사합니다 ㅎㅎ
어디서 본 거였지 했는데, 마지막 줄 보니 최인훈작가의 <광장> 맞나요!? 넘 반가운 글이네요
맞습니다 ! 뼛속까지 문과라 소설읽는게 취미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