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 이재훈
왜 자꾸 내게 그러세요.
우리의 뼈는 메뚜기 다리 같아요.
서럽고 징그러운 씨앗이
축축한 살덩이 밑에서 자라나요.
거두어갈까 조바심 나서 배뱉고 말아요.
달콤하고 매운 것에 길들여져 진물이 흘러요.
온순한 공기는 뿌리 사이로 빠져나가고
사악하고 짜증나는 공기만 품어요.
가장 달콤한 험담은 시간가는 줄 모르죠.
빵부스러기를 얼굴에 찍어 바르고
쓴 커피를 계속 마셔요.
모든 화살은 내게로 쏟아져요.
곤경에 빠지면 미련 없이 그만둬야 해요.
언제든 실수를 할 수 있잖아요.
묻고 싶은 것이 많아도
묻지 말아야 해요.
왜 제외되는지 궁금해도
모르는 척 먼 곳을 봐야죠.
당신은 내가 말한 대로 내게 행한다는 사실.
누추한 자리에서 몸을 뒤척이고
희롱을 위해 온몸을 이리저리 날름거리죠.
칼이 입술을 열고 들어와 온몸을 찌르는 날.
서로의 이름을 정확히 알았던 날이에요.
ㅡ계간 《시결》 202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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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훈 시인
1972년 강원도 영월 출생.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
1998년 《현대시》 등단.
시집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명왕성 되다』 『벌레 신화』 『생물학적인 눈물』 『돌이 천둥이다』
저서 『부재의 수사학』 『징후와 잉여』 『환상과 토포필리아』 등.
2012년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2014년 현대시작품상, 2017년 한국서정시문학상, 2022년 김만중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