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세상을 바꾼 50가지 디자인』 시리즈는 1차 기획으로 ‘50가지 의자’ ‘50가지 자동차’ ‘50가지 신발’ ‘50가지 드레스’ 4종의 책으로 첫 선을 보여 예술도서 부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 시리즈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빈티지 의자나 몇 년을 기다려야 손에 넣을 수 있는 ‘잇슈즈’에 열광하는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 가치를 지속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펼쳐지고 있는지 명쾌하게 보여주었다. 『50가지 가방』편에서는 여성들이 소망하는 전설적인 핸드백, 셀러브리티들의 ‘잇백’ 이야기가 우선 눈길을 끈다. 또한 말 그대로 세상을 바꾼 비닐쇼핑백과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발사암호를 소지한 엄청나게 수상한 가죽가방 등도 흥미롭다.
세계 최초의 디자인 박물관인 런던 ‘디자인 뮤지엄’이 선정한
세상을 바꾼 50가지 가방, 세상을 바꾼 50가지 모자
2010년 『세상을 바꾼 50가지 디자인』 시리즈는 1차 기획으로 ‘50가지 의자’ ‘50가지 자동차’ ‘50가지 신발’ ‘50가지 드레스’ 4종의 책으로 첫 선을 보여 예술도서 부문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이 시리즈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빈티지 의자나 몇 년을 기다려야 손에 넣을 수 있는 ‘잇슈즈’에 열광하는 문화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 가치를 지속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펼쳐지고 있는지 명쾌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대중적으로 성공적인 제품들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적인 매력과 재미, 역사적인 배경 등을 흥미롭게 펼쳐보였다. 세계 최초의 디자인 박물관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한 런던 ‘디자인 뮤지엄’이 엄선한 디자인 아이콘 50가지는 각각의 개성을 매력적으로 드러낸 아름다운 사진으로 지면 위에 전시되었다.
1년을 준비해 출간하는 후속 타이틀은 『세상을 바꾼 50가지 가방』과 『세상을 바꾼 50가지 모자』편.
『50가지 가방』편에서는 여성들이 소망하는 전설적인 핸드백, 셀러브리티들의 ‘잇백’ 이야기가 우선 눈길을 끈다. 또한 말 그대로 세상을 바꾼 비닐쇼핑백과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발사암호를 소지한 엄청나게 수상한 가죽가방 등도 흥미롭다.
최근 영국왕실의 결혼식에서 유명인들이 저마다 개성적인 모자를 쓰고 참석한 것이 화제가 된 바 있다. 『50가지 모자』편에서도 왕실, 패션, 연예계 스타들의 모습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디자인 뮤지엄’ 시리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길을 끄는 사진들이 많이 수록된 타이틀이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은 1989년 설립한 이래 ‘훌륭한 디자인을 기리며 디자인의 재미와 지식을 전하는 것’을 사명으로 모든 형식의 현대 디자인을 망라한 전시와 출판물로 작지만 영향력 있는 박물관으로 급부상했다. ‘디자인 뮤지엄’의 『세상을 바꾼 50가지 디자인』은 출판물 중 가장 사랑받는 시리즈로서 앞으로도 새로운 타이틀의 출간을 이어갈 계획이다. 박물관의 모토에서 알 수 있듯이 본 시리즈는 단순한 명품 안내서가 아니다. 문화적·사회적 관점에서 디자인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사회에 기여하는 디자인을 생각하는 이들을 위한 훌륭한 디자인 입문서, 디자인 친구와 같은 책이 되고자 한다.
■ 세상을 바꾼 50가지 가방
코코 샤넬의 사적인 신화로 디자인된 ‘2.55 백’
미국 대통령의 핵무기 발사 암호와 보복조치를 담은 ‘뉴클리어 풋볼’
한국의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의 대담한 작품 ‘아코디언 백’
오리지널 영국판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타이틀이 『세상을 바꾼 50가지 가방』편이다. “책장을 펼치는 순간 입안에 침이 고였다”는 기자 리뷰가 가장 어울리는 타이틀이 본작일 것이다. 20세기 초에 이미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로 알려진 루이 비통의 여행가방 ‘스티머 백’(1901년), 코코 샤넬의 사적인 비밀이 제품 디자인에 섬세하게 반영된 샤넬 ‘2.55 백’(1955년) 이야기는 제품에 신화가 결합되어 비로소 변치 않는 명품이 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본격적인 마음의 동요와 눈의 호사는 그레이스 켈리의 이름을 내건 에르메스 백부터다. 모나코 왕자와의 결혼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그녀는 늘 에르메스 가방을 들었고 이는 마케팅에 활용되어 ‘켈리 백’(1956년)이 탄생하는데, 최근의 유명인 마케팅의 원조라 하겠다. 그 이면에는 자신의 가방으로 임신 사실을 숨긴 당대 최고 여배우다운 우아함이 있었다.
시대를 초월해 지금도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 클래식 핸드백의 향연은 보니 캐신의 ‘쇼퍼’(1964년), 프라다의 ‘블랙 나일론 백’(1978년), 켈리 백의 제인 버킨 버전인 ‘버킨 백’(1984년), 페라가모의 ‘마가렛 대처 백’(1980년대), 펜디의 ‘바게트’(1997년), 룰루 기네스의 ‘입술 클러치’(2004년) 등으로 이어진다.
값비싼 핸드백의 행진 속에 굴하지 않고 종이쇼핑백 ‘자동열림 봉지’(1883년)와 비닐봉지 ‘비닐쇼핑백’(1960년)이 50개의 왕좌 중 한자리씩을 차지하고 있다. 이 저렴한 쇼핑봉지들에는 당대의 신기술이 도입되었고 인류의 삶을 바꾼 영향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할 무렵 핵 공격의 공포가 만연한 때의 가방 아이콘은 ‘방독면 가방’(1940년 무렵)이었다. 영국 정부는 3천 8백만 개의 방독면을 민간인에게 지급하고 어디를 가든 방독면을 꼭 휴대하라는 지침을 내린다. 이 책에 소개한 정장 차림의 여성들이 방독면 가방을 핸드백처럼 소지한 사진은 가장 음울한 패션 사진이자 핵으로부터 여전히 자유롭지 않은 이 시대를 위한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예사롭지 않은 가방으로 미국 대통령과 언제나 동행하는 ‘뉴클리어 풋볼’(1963년)을 빼놓을 수 없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핸드백인 이 가방은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직후에 존 F. 케네디가 도입했다. 가방 안에는 핵무기 발사 암호와 미국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보복 방법을 나열한 그 이름도 음침한 블랙 북도 들어 있다. 이 가방은 철저한 보안(가방과 ‘운반자’의 발을 체인으로 묶어둔다든지) 속에 이동한다는데, 클린턴 대통령은 어느 회의장에 운반자를 두고 가버린 적이 있다고 하니 그다지 믿을 일도 아닌 것 같다.
생존에 필요한 도구로서, 복잡한 기능으로 진보해온, 또한 여성의 인생을 아주 강렬하게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다양한 의미를 지닌 가방의 세계. 디자인 뮤지엄은 『세상을 바꾼 50가지 가방』을 통해 명품 핸드백만을 기념하지 않는다. 가방 디자인의 무한한 다양성과 기발함을 보여주고자 한다.
책속으로
찰스 스틸웰의 '자동열림 봉지' (1883년)
뉴욕 현대미술관은 2008년에 브라질 출신 현대미술가 빅 무니즈Vik Muniz를 초대해 미술관 소장품 중 그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들을 골라 보여주는 전시회의 큐레이터 일을 맡겼다. 무니즈의 특이한 전시물 가운데 하나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장 본 물건을 담아가는 데 쓰던, 주름 잡힌 갈색 종이봉지로, 자코메티의 조각과 병치해 더욱 놀라운 효과를 자아낸다. 그것은 또 하나의 개념미술 작품, 그러니까 신뒤샹파neo-Duchampian 레디메이드였던 것일까? 아니다. 그런 것과는 전혀 무관했다! 이 소박한 전시물은 1883년에 찰스 스틸웰이 특허를 냈고 미국 디자인 역사에 하나의 이정표로 남아 있는 ‘자동열림 봉지(S.O.S.)’였다.
에르메스의 ‘버킨 백’ (1984년)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사만다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탐내는 핸드백을 가지려는 대기자 명단이 5년 치나 밀려 있다는 말을 듣고 비명을 지르자, 거만한 판매원은 이렇게 말한다. “그건 백이 아닙니다. 버킨이지요.” 5년이라는 것은 드라마 속 과장이지만, 버킨 백이 지위의 상징으로서 지닌 힘을 잘 드러내준다. 배우이자 가수인 제인 버킨에게서 이름을 물려받은 이 백은 가방 세계의 지상낙원이다.
모스키노의 ‘퍼지 더 패셔니스타스-케이크나 먹으라고 해’ (1996년)
‘퍼지 더 패셔니스타’ 핸드백도 소비주의의 전복과 영속화 사이의 만만치 않은 외줄타기 묘기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이 백의 시각적인 면은 ‘패셔니스타들’의 천박하고 끝없는 소유욕을 넌지시 꼬집는 것이지만, 매끈하게 광을 낸 송아지 가죽(바닐라 케이크 위로 흘러내리는 광나는 검정 퍼지 소스를 나타내는 부분)의 대놓고 욕망을 자극하는 외양은, 이상주의적 자아와 소비지향적 자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현대인의 심리에 생긴 불안한 균열을 단숨에 터뜨려버릴 기세다. 그러나 프랑코 모스키노라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요점이라고.
첫댓글 디자인 뮤지엄 지음 / 역자 정지인 옮김 / 출판사 홍디자인 | 2011.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