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먹은 나이가 올해로…. 정초부터 서글픈 나이 이야기는 좀 그렇지요? 대신 다디단 곶감 이야기나 나눠봅시다. 혹시 압니까? 그 옛날 겁 많은 호랑이가 그랬듯 지금 우리 집 밖을 엿보는 중인 잡귀도 곶감 소리만 듣고 줄행랑을 놓을는지요.
# ‘먹으면 죽는 곶감’이라고 들어보셨는감?
기억하시지요? 어릴 적 할머니 품에서 듣던 <호랑이와 곶감> 설화. 배가 고파 민가에 내려온 호랑이가 몰래 안방의 대화를 엿듣는데, “자꾸 울면 호랑이가 잡아간다” 해도 막무가내이던 아이가 “그럼 곶감은?” 하자 울음을 뚝 그치는 것을 듣고는 그 무서운 곶감이 올까봐 내뺐잖아요.
이런 이야기도 있지요. 어느 스님이 벽장에 곶감을 감춰놓고 혼자 먹으면서 상좌에게는 “이건 먹으면 죽는 약”이라고 했답니다. 어느 날 스님이 외출하자 상좌가 벽장 속 곶감을 먹어치우곤 스님이 아끼는 벼루마저 깨뜨렸지요. 스님이 돌아와 영문을 물으니 상좌 왈, “그만 스님의 벼루를 깨뜨렸기에 죽어버리려고 곶감을 다 먹었는데도, 흑흑….” <먹으면 죽는 곶감>으로 알려진 옛이야기입니다.
# 곶감을 어떻게 만드는지 아시는감?
감은 크게 두 가집니다. 그냥 먹어도 되는 단감과 그랬다가는 오만상이 되는 떫은감. 곶감은 떫은감으로 만듭니다.
대부분 일본에서 도입된 품종인 단감과 달리 떫은감은 거의 다 재래종입니다. 지방마다 종류도 다르지요. 상주둥시, 청도반시, 산청단성시, 함안수시, 영동먹시, 논산월하시, 완주고동시, 임실먹시….
이들 떫은감은 몇가지 방법으로 떫은맛을 빼야 합니다. 이를 탈삽(脫澁)이라 하는데, 가장 쉬운 것은 나무에 달아놓고 홍시가 되게 하는 겁니다. 더운물·소금물·알코올 등에 며칠 담갔다 꺼내 단감처럼 생과로 먹어도 되지요. 가장 오래 걸리고 손 많이 가는 탈삽법이 말리는 겁니다. 곶감을 만드는 거지요.
# 진짜 술꾼은 곶감 안 먹는단 말은 아시는감?
<동의보감> <본초강목> 등에는 곶감이 기침과 설사에 잘 듣고, 객혈과 하혈을 멎게 하며, 면역력과 정력 강화에도 좋다고 합니다. 어디서 약을 파느냐고요? 오늘날 밝혀진 곶감의 영양은 더 놀랍습니다.
먼저 곶감은 식이섬유가 풍부합니다. 가식부(먹을 수 있는 부위) 100g당 식이섬유 2.8g으로 과일 중 최고입니다. 그래서 각종 성인병 및 우리나라 발병률이 세계 1위인 대장암 예방에도 효과적이랍니다. 떫은맛 주역인 타닌도 활성산소·중성지방·콜레스테롤 등을 몸밖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하지요. 스마트폰 시대에 혹사당하는 눈을 위해서도 곶감이 딱입니다. 눈에 좋은 비타민A, ‘천연 눈영양제’로 불리는 루테인이 풍부하거든요.
끝으로 진짜 술꾼은 곶감 안 먹는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곶감 먹으면 (비싼 돈 주고 마신) 술이 금방 깨서라고 합니다. 실제 곶감에는 비타민·포도당·과당·타닌 등이 풍부해 숙취를 일으키는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를 촉진합니다. 그러니 애주가 여러분, ‘진짜 술꾼’ 운운에 현혹되지 말고 곶감 꼭 챙겨드세요. 여러분이 사랑하는 것은 술과 벗과 풍류이지 다음날 숙취는 아니잖아요.
# 우리 곶감 가까이해 올 한해도 건강 예감!
이 신통방통한 곶감이 대풍입니다. 하늘이 도와준 덕에 생산량도 많고 품질도 최고랍니다. 농민들 얼굴에도 곶감에 분 피듯 미소가 번지면 좋으련만, 얼어붙은 날씨 탓인지 그보다 더 혹독한 경기 탓인지 한숨만 깊어지고 있답니다.
“감 고장의 인심”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 도타운 인심에 살가운 손길이 보태져 만들어지는 게 곶감입니다. 우리 고유의 수제 명품 음식인 곶감을 가까이하면서 올 한해더 건강하고 행복하십시오!
손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