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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엘 사바티엘: 초대
Miriael Sabathiel: The Invitation by Dan Abnett
“배틀 시스터들의 힘을 알아볼 수 있는 사실 중 하나는 그들의 역사 전체에서 오로지 단 한 명의 자매, 미리엘 사바티엘만이 타락했다는 것이다. 어떤 경유로 미리엘이 타락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녀가 황제의 빛으로부터 등을 돌려 슬라네쉬를 숭배하기 시작했다는 것만 알 수 있다. 이제 그녀는 카오스의 강력한 전사들 위에 군림하는 마공(Daemon Prince)으로서 존재한다.”
케로그라드와 비옥한 평야를 넘어, 북방의 한 도시가 있었다. 그곳의 이름은 남고로드였다. 거주민들은 그곳에서 동장군과 맞서왔다. 그러나 겨울에게 거주민들은 점차 밀려났고 결국 그곳을 버리고 떠나 버렸다. 심지어 여름에도 이 북방의 지방은 인간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가파른 절벽, 암석으로 이루어진 언덕, 거친 숲, 그리고 1년의 3/4 동안 얼어있는 개울이 흐르는 깊은 골짜기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겨울이 되면 마치 폐렴 환자가 피를 토하듯 북쪽에서 엄청난 양의 눈이 잔뜩 뿌려졌다. 이곳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따뜻한 피를 가진 자들에게는 치명적인 곳이었다. 거주민들은 이곳에 처음 도시를 지을 때 이를 알고는 있었지만, 매 겨울 때마다 이에 맞서 견뎌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도시의 진정한 주인은 매서운 겨울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했고, 결국 눈과 얼음의 손에 도시를 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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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고로드의 대회당은 마치 고래의 뼈같은 모습으로 아련히 보였다. 눈가루가 조용하고 부드럽게 떨어지며 빛을 받아 반짝거리고, 불어닥치는 바람은 칼날같이 차가웠다.
로웬 테겟은 고난이 뭔지 잘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과거 제국 수비대(Imperial Guard) 출신이었고, 정예인 스톰 트루퍼를 역임한 사람이었다. 그는 생경한 지옥을 보았고, 그것들에 대한 악몽을 아직도 간간히 꾸곤 했다. 이 정도의 추위는 같잖은 것이었다.
그는 폐허 속을 지나며, 계속해서 사냥용 라스건의 전지를 문질렀다. 발열 기능이 있는 그의 장갑으로 라스건을 최저 작동 온도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잔여 열의 흔적, 음식을 하느라 피웠던 불의 흔적, 그리고 작은 짐승들의 물어뜯긴 뼈들까지. 그리고 다른 무언가, 어떤 음영이 이 침묵의 폐허 안에서 은신하고 있었다.
그는 추적할 대상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은 그에게 공포를 심어주지는 않았지만, 그에게 특별히 어떤 때보다도 긴장을 하도록 했다.
‘그 이단자는 자신을 위장하고 있다.’
섭정은 그렇게 말했다.
‘그 이단자는 우리가 생각해서는 안 될 것들을 생각하길 원하지. 오, 황제시여. 테겟. 그 자가 말하는 것에 단 한 점의 진실이라도 섞여 있었다면 널 보내지 않았을 것이야. 이는 신성 모독과 더러운 거짓의 문제라네.’
신성 모독, 정말 무거운 의미를 지닌 단어였다.
남고로드는 몇 세기 전 개척자들이 칼드루스 프라임에 왔을 때 가장 먼저 세운 도시이다. 그들은 이곳이 첫 착륙 지점에 가장 가까운 곳이었기 때문에 도시를 세웠다. 그가 현재 조심스레 움직이는 거대한 회당은 그들이 겪은 가장 첫 겨울 때 난파된 식민지선의 형과 뼈대를 재활용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후, 이주자들은 행성의 다른 곳이 이곳보다는 훨씬 더 아늑하고 거주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남고로드는 가장 처음 세워진 도시로서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유지되어 왔고, 더 이상 거주하기 힘들어졌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버려졌다.
살 수 없는 곳. 길들여지지 않는 곳. 바로 북방 지대가 그런 곳이었다. 칼드루스 프라임의 사람들, 테겟의 선조들은 남고로드를 버렸다. 너무나도 이 땅은 거칠었고, 인간에게는 너무나도 적대적이었다.
무언가 거친 존재가 그와 함께 있었다. 그는 눈을 맛보듯 확실하게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사이버 독수리들의 영상을 점검했다. 그들은 회당 위를 돌고 있었으며, 그들의 영상은 무열광과 야간 영상 필터로 강화되어 있었다.
테겟은 무엇인가를 들었다. 그의 왼쪽 어둠 속에서 작은 생쥐의 소음이 들려왔다. 그는 라이플을 겨눈 채 상하좌우를 경계했다.
눈 깜짝할 찰나에, 그의 사이버 독수리가 보내오는 영상이 끊겼다.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독수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그들에게 재접속하려 시도했지만, 신호는 계속해서 끊어져 있었다. 그는 심장의 고동 소리가 빨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무엇인가가 그를 뒤에서 아주 빠르고 강력하게 가격했다. 그는 신음조차 내지르지 못했다. 그의 라이플이 공중을 휘돌며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그가 충격으로 공중을 붕 돌며 떨어져 나가며 그의 눈에 보이는 세상이 빙빙 돌았다.
공중으로 피가 흩뿌려지고 있었다. 선홍색 동맥혈이었다. 그는 자신의 것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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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어떤 것보다도 Order의 명성을 해치지 않기 위해 애썼습니다.”
커츠는 자리에 앉아 말을 계속했다.
“3건의 집단 살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 배후 조종자는 마치 그것들이 배틀 시스터가 벌인 일처럼 보이도록 대단히 공을 들였던 것 같았습니다.”
그는 잠깐 말문을 멈추고, 카노네스와 그녀의 호위병을 보았다.
“Order of the Martyred lady의 배틀 시스터.”
그는 거기에 한 마디를 첨언했다.
“배틀 시스터지만, 타락한 자를 말입니다.”
베일에 가린 3명은 잠잠히 있었다.
“저는 이것이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커츠는 말을 이었다.
“절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당신들과 같은 분들은 결코 타락하지 않습니다. 저는 좀 더 확실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역사상으로 우리에게는 끔찍한 일들이 많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배틀 시스터가 타락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것이 조작된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정말 어리석은 시도였습니다. 전 처음에 이것이 Order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신들께서도 Pyrus Reach가 최근까지만 해도 대단히 시끄러웠다는 것은 아실 것입니다. 끔찍한 상황과 그 문젯거리들, 그것들이 아직도 저희에게 여파가 닥치지 않은 것은 정말 좋은 일입니다. 가끔씩 이런 외진 곳으로서 좋은 점도 있기 마련입니다. 저는 어떤 이단자가 그런 범죄를 저지름으로서 Order의 명예를 더럽히고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고자 한다고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명예 훼손의 문제 때문에 그 보고를 보냈던 것입니다.“
그의 말이 끊어졌다. 여전히, 그 3명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왜 그렇소?”
카노네스가 물었다.
“당신들이 여기에 왔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했소?”
엘리아스나 베르나데트 중 한 명이 말했다.
“한 사람을 고용했습니다. 현상금 사냥꾼으로서 엄청난 명성을 가진 자입니다. 저는 그를 고용해 그 이단자를 추적하도록 했습니다. 그리하여 이 문제는 조용히 해결되고 Order의 이름 역시 더럽혀지지 않게 하려고 했습니다.”
카노네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당신이 그러니까… 이 이단자를 잡기 위해… 한 사람을 보냈단 말이오?”
“훌륭하고, 유능한 사람입니다.”
“섭정.”
그녀는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당신은 그에게 사형 선고를 내린 거요.”
“저는 예방 조치를 먼저 취했습니다.”
커츠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그 자는 바보가 아닙니다. 매우 유능하고, 똑똑한 사람입니다. 그는 결코 입을 열지 않을 겁니다.”
“영원히 말이지.”
베르나데트 혹은 엘리아스 중 한 명이었다.
“자, 이제 지켜보시기만―”
섭정이 말문을 열었다.
“당신은 지켜보기만 하면 되오.”
카노네스가 그의 말문을 잘랐다.
“나는 지금 그가 어딜 갔는지, 그리고 무슨 정보를 따라 갔는지 알아야겠소. 이는 반드시 비밀리에 지켜져야 하오.”
“당신은 설마―”
커츠는 그들이 말하려는 것을 깨닫고 놀랐다.
“당신은 몰라도 되오.”
카노네스는 말했다.
“그게 좋을 것이오. 황금 옥좌께 맹세컨대 모두에게. 그가 어딜 갔는지 말하시오.”
“더 나은 게 있습니다.”
섭정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려 움츠러들어 있었다.
“당신에게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저는 고용 조건으로 그가 추적 장비를 달고 있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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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하라.」
카노네스는 교신장비로 속삭였다. 오늘은 달이 안 뜨는 밤이었고, 떨어지는 눈의 조각조각은 그녀의 얇고 어두운 베일에 달라붙었다.
「흔적이 뚜렷합니다.」
「전진합니다.」
배틀 시스터 베르나데트가 교신 장비를 통해 알려왔다.
최고의 시스터 둘. 카노네스는 혼자 생각했다. 베르나데트와 엘리아스는 Order 내에서 가장 축복받은 전사였다. 그들은 꽤 오래 전에 그녀의 시야 밖으로 벗어나 있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들의 모습을 바로 떠올려낼 수 있었다. 그녀의 스톰 볼터를 장착한 엘리아스와 파워소드와 화염방사기를 착용한 베르다네트. 최고의 시스터 둘.
그리고, 카노네스는 생각했다. 미리엘은 그 최고의 시스터 중 단연 최고였다.
카노네스는 떨어지는 눈을 맞으며 시커먼 나무들로 이루어진 거리를 지나갔다. 그녀의 손은 그녀의 메이스 손잡이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녀의 베일은 이 끔찍하리만치 차가운 냉기를 보호하지는 못했지만, 그 아래 감춰진 갑주가 그녀를 보호해 주었다. 이 냉기는 황제께서 내려주신 것이다, 그녀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녀는 냉기를 꿋꿋이 견디며 그녀의 의지를 북돋웠다.
그녀의 차량은 남고로드로부터 2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세워져 있었다. 섭정은 그녀들이 아침까지 기다린 후 행정 경비대로부터 꽤 많은 양의 병력을 차출해 지원받아 가기를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나 그래서는 안 되었다. 이는 비밀리에 해결해야할 건이었다. 누군가가 알기라도 한다면, 말이 퍼지기라도 한다면―
그에 대한 불안에 올가 카라만즈는 살짝 멈춰 섰다. 이 문제는 정말 상상치 못할 일이었고, 참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재빨리 해결해 이 쓸쓸한 겨울밤 사이에 묻혀 사라져버리는 것이 나았다. 아아, 미리엘, 미리엘.
그들은 흔적 위에 남겨진 바이크를 찾아냈고, 추적 장비의 신호가 폐허 사이에서 이어지는 것을 보고 따라갔다. 섭정이 보낸 자, 테겟은 의심의 여지없이 몇 시간 전에 죽어버렸을 것이 확실했다. 하지만 섭정이 딸려 보낸 추적 장비는 정말 유용한 생각이었다. 테겟의 시신은 싸늘하게 식고 있겠지만, 그 장비는 여전히 가동되어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무언가가―」
엘리아스의 음성이 교신기에서 울려나왔다.
「아, 아닙니다. 그냥 Dog-fox일 뿐입니다. 아무 것도 없습니다.」
카라만즈는 휴대용 추적 장비를 보았다. 그 불쌍한 자의 시신으로부터 전해지는 신호는 여전히 명확했고, 움직이고 있지도 않았다. 바로 이 앞의 거대한 회당의 폐허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디에 있지, 미리엘? 카라만즈는 궁금해했다. 하지만 그녀가 생각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도대체 그들이 너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녀가 정말 궁금한 것이었다.
어떻게 그 카오스의 비열한 힘이 널 손아귀에 거머쥔거지? 베르디콘. 그곳이 바로 그 알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곳이다. 미리엘 사바티엘, 시스터 슈페리어. 그녀는 더러운 엠페러스 칠드런과의 치열한 전투 중 실종되었다고 보고되었다.
그리고 현재. 그녀는 돌아왔다. 돌아왔지만 변화되었다. 그 어떤 시스터 오브 배틀도 겪지 않은 변화였다.
강대한 아스타르테스를 제외하고는 결코 뒤지지 않는 아뎁타 소로리타스는 제국을 위한 가장 완벽한 기구 중 한 곳이었다. 아스타르테스와는 달리, 그 누구도 타락한 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 무슨 혼돈의 세력들에게 좋은 꼴이란 말인가. 그녀는 어떻게 그 지경으로 타락했단 말인지….
「카노네스?」
엘리아스였다.
「말하라.」
「외곽의 건물들은 모두 비어 있습니다. 이동해 서쪽 측면으로 접하겠습니다.」
「이 곳을 포위한다.」
카라만즈는 그녀의 메이스를 꺼내들고 가동시켰다. 메이스는 이 눈 내리는 어둠 속에서 푸른색으로 울렁거렸다.
「베르나데트?」
「동쪽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카노네스는 대회당으로 걸어 들어갔다. 오래전에 파괴된 우주선에서 재활용된 성긴 뼈대와 구조물에 눈이 마치 밀가루처럼 쌓여 있었다. 신호는 그녀의 바로 앞에서 오고 있었다. 그녀는 메이스를 가까이 쥐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테겟의 시체가 보일 것을 예상했다.
그러나 그곳에 시체는 보이지 않았다. 단지 검은 판석에 흩뿌려진 핏자국만이 있을 뿐.
흩뿌려진 핏자국과 함께, 반짝이는 장비….
카라만즈의 정신은 곧바로 사태를 알아차렸다.
「조심해라!」
그녀는 신속히 교신을 전파했다.
그러나 그녀의 경고는 베르나데트 수녀에게는 너무나도 늦은 감이 있었다. 건물의 무너진 동쪽면을 기어오르던 베르나데트는 휙 하는 소리에 신속히 뒤돌아 그녀의 무기를 들어올렸다. 사이버 독수리가 부리와 발톱을 앞으로 세운체로 어둠 속을 뚫고 튀어나왔다. 그 독수리는 그녀의 베일을 뚫고 그녀의 얼굴과 두개골을 찢어놓았다. 베르나데트는 주춤거리며 무의식적으로 양손을 들어 그녀의 훼손된 얼굴을 감쌌다. 버려진 파워 소드와 화염 방사기가 흩어진 돌 사이로 튕겨 떨어졌다. 그녀의 파열된 목에서 끄르륵 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는 얼굴을 감싼 채로 쓰러져 죽었다.
엘리아스는 그녀가 쓰러지는 소리를 듣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그녀는 베르나데트가 떨어뜨린 화염 방사기가 굴러 떨어지며 오작동 되었을 때 단지 열 발자국 정도만 벗어나 있을 뿐이었다. 불길의 폭풍이 엘리아스를 강타했다. 그녀의 로브가 타오르고, 그녀의 얼굴 살갗도 타올랐다. 그녀는 불길에 휩싸여 비틀거리며 분노에 차서 울부짖었다. 그녀는 녹은 지방과 조직이 뚝뚝 떨어지는 손으로 볼터를 겨누었다.
사냥용 라스건에서 발사된 레이저 한 발이 그녀의 두개골을 꿰뚫었고, 엘리아스도 쓰러졌다.
그녀의 뒤틀린 시신은 조용히 계속 타올랐다.
「엘리아스? 베르나데드? 자매들?」
침묵뿐이었다. 신호가 끊어진 교신기에서는 잡음만 울렸다. 화염이 타오르며 내는 딱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겨울바람의 한숨 소리만 들려왔다.
“미리엘?”
카라만즈는 천천히, 그러나 신중하게 돌아섰다. 그녀의 손은 메이스를 꽉 잡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찾기 쉬웠나?”
어둠 속에서 그 목소리는 물어왔다.
“미리엘?”
“내가 그렇게 찾기 쉬웠나?”
“그래!”
카라만즈는 쏘아붙였다.
“좋아.”
“미리엘, 제발. 나는 널 돕고 싶다.”
한 음영이 겨울밤의 암흑 속에서 자신을 드러냈다. 그 음영은 등을 구부린 것이 마치 생기 없는 인형 같았다. 길고 텁수룩한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눈에서 반사되는 빛을 받아 살짝 빛났다.
“난 네가 날 찾아오리라는 걸 알고 있었지. …영원히 추적해오리라는 것을 말이야.”
“나는 너를 도와주고 싶다.”
음영은 그녀를 비웃었다.
“황금 옥좌와 황제 폐하의 힘에―”
카라만즈가 성호를 외기 시작했다.
“닥쳐! 난 더 이상 그런 것 따윈 듣고 싶지 않아.”
“미리엘….”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 내가 해야 할 것들도 너무 많아. 하지만 네가 날 따라다니는 동안, 나는 자유로울 수가 없어. 난 이 일을 해야 하지.”
“이 일?”
“하, 위대한 카노네스. 왜 네가 날 찾기 쉬웠을까?”
올가 카라만즈는 그 말을 듣고 얼어붙었다. 그녀의 메이스를 쥐고 있는 손아귀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
“난 네가 오길 바랬지, 그래야만 이 일을 마무리지을 수 있으니까.”
음영은 더욱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음영은 미리엘이 아니었다. 음영의 주인은 한 거친 인상의 남자였다. 그는 부상을 입고 창백한 빛을 띈채 흐늘거렸다. 그의 등 뒤로 사냥용 라스건이 매여져 있었지만, 그는 그걸 겨누려는 시도조차 않고 있었다.
“미리엘!”
“내가 섬기는 군주이신 발자롭트께선 나를 위한 임무를 할당하셨지.”
숨겨진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네가 날 쫓아오는 한, 난 그 모든 것들을 완수할 수가 없어. 그래서 내가 널 여기로 불렀고, 이렇게 마무리를 짓는 것이지.”
카노네스 올가 카라만즈는 바로 몸을 돌려 그녀의 메이스로 방어를 시도했다. 그러나 눈빛처럼 밝게 빛나는 검날은 이미 그녀의 가드 안으로 파고들어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갑주를 꿰뚫고 그녀의 척추까지 베고 지나갔다.
그녀가 쓰러지며 차가운 바닥으로 뜨거운 피가 진득이 쏟아졌다. 차가운 대기 속으로 김이 피어올랐다. 그녀의 베일 속에서, 카노네스의 입이 무의미하게 뻐끔거렸다.
“쉿. 이제 이야기는 끝이야.”
“춥소.”
로웬 테겟은 말했다. 그는 앉아, 무릎 위로 그의 머리를 숙였다. 마치 뜨거운 쇠처럼, 엄청난 양의 피 냄새가 회당에서 피어올랐다.
“추위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지.”
음영은 화답했다.
“당신이나 그렇지요. 난 베였잖소. 당신이 베었지.”
미리엘 사바티엘이 마침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검을 여전히 쥔 채로, 그녀는 그의 옆에서 벽에 몸을 기댔다.
“너는 치유될 것이다. 넌 이제 내 것이지. 마공(Daemon Prince)께서 권능을 발현하시고, 내 생명력은 더욱 강해지지. 너 역시 마찬가지다.”
“오, 황금 옥좌여!”
테겟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저주받은 거요? 당신이 지금 날 저주한 거요?”
“넌 초대받은 것이다, 로웬. 넌 내가 내 적을 쓰러뜨리는 것을 도왔다. 나는 널 살려둠으로서 나의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지…. 그리고 내가 겪었던 경이로움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기도 하고.”
테겟은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미리엘 사바티엘은 몸을 세우고 그녀의 팔을 뻗었다. 두 마리의 사이버 독수리가 그녀의 팔 위로 안착했다. 한 마리는 피를 뚝뚝 흘리고 있었다.
“난 네가 좋다, 로웬. 너의 장난감이 마음에 드는군. 날 즐겁게 해주는구나. 넌 날 섬길 가치가 있겠어.”
“어떻게 말이오?”
“아, 로웬 테겟. 바로 너 자신으로서 말이지. 넌 유능한 자야. 유능한 킬러지. 봐, 오늘 밤 너는 두 명의 시스터 오브 배틀을 죽였다. 네가 못할 일은 없다.”
테겟은 미소를 지었으나 슬픈 듯 그의 머리를 저었다.
“난 단지 현상금 사냥꾼일 뿐이오, 레이디.”
그녀는 손을 뻗어 테겟의 덥수룩한 머리를 어루만져 주었다.
“넌 그 이상의 존재다, 로웬. 넌 나의 친우이며, 이제 나의 충실한 종이다. 나는 네가 내 편이 되어 나와 함께했으면 한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은 겁먹은 듯 창백해 보였다.
“이것이 바로 타락의 느낌이오?”
그녀는 머리를 끄덕여 주었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그의 머릿결을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좋은 느낌입니다.”
그는 인정했다.
“이제 우린 어딜 갑니까?”
“아, 나의 충실한 사냥꾼이여.”
미리엘 사바티엘은 미소지었다.
“엘다를 사냥해보는 것은 어떤가?"
용어 설명하자면 카노네스는 수녀원장을 뜻합니다. 즉 지휘관격이죠. 시스터오브배틀의 지휘관
전투수녀의 지휘관
아무래도 가장 강력한 슬라네쉬의 그레이터 데몬을 만났겠지요....예를들어 자라키넬이라든지
얘가 자라키넬입니다.
첫댓글 음마...무서워..ㅇㅅㅇ;
첸치옹도 있는데 왜 슬라네쉬를 택한것이냐..;;
시스터 오브 배틀에 타락한 일원이 있다는 것은 매우 무거운 대외 비밀이겠군요
이 글에서 시스터 오브 배틀의 미모를 찬양하는 것을 믿을수 없군요. 이게 다 보드게임 탓입니다(?!)
으아.. 무섭네요 ㄷㄷ
헐 임가 하나가 시스터스 오브 배틀을 3명이나 죽이다니;;; 그나저나 맨 마지막 사진에 나오는 여자가 타락한 그누님인건가요?
아마 맞을겁니다....누가 한명더 타락했다는데 그건..... 처음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