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수염을 기르는 이유
유옹 송창재
내가 수염을 길게 기른 후, 주위로 부터 여러 가지로 관심을 받게 되었다.
어떤 이는 멋있다느니, 어떤 이는 구질구질하다느니, 어떤 이는 도인 같다느니, 어떤 이는 주역을 공부하고 가마니를 깔라 느니...
바로 이러한 평들이 내가 수염을 기르는 이유이다.
왜 그냥 있는 데로의 사람을 평가하고 그 내면을 보려고는 하지않고 외양에 집착하는지...
우리 요즘 이야기로 소위 외모 지상주의가 되었을까?
우리의 오랜 선조들은 자기의 힘이나 인격이나 지식에 의하여 판단을 받았지
전체주의 획일화된 사고가 강요된 것은 몽고족이 침범하여 지배한 고려시대의 변발이나 왜놈들이 침략하여 머리카락을 잘라버린 단발령 때였을 것이다.
그 숨겨진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일제 잔존이 어떻고 하면서 이러한 이유는 왜 깊이 생각 못하는가?
이것은 자기들과 일체화를 시켜서 한민족이라는 정신과 단일성을 파괴하기 위해서였지 않는가?
우리는 지금을 흔히 개성시대 운운하며 어린 애들이 속옷만 걸치고 텔레비젼에 나와서 공공연히 나대는데도 그것은 잘 한다고 손뼉치며 우리 애도 끼가 있나해서 가족들 모두 모여서 춤추고 노래하라고 시키며 키들 거리지 않는가?
그러면 개성시대란 자기 입맛에 맞는 개성만이 개성이고 남의 개성은 개(犬)성이란 말인가? 그야말로 요즘 말 하는 내로남불(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며?)이다.
물론 외모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격이나 인성은 사귀어 보아야 나타나는 내면의 깊이 이지만 겉으로 보이는 외양이야 속이 텅 비었던 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지 않았던 그저 보기만 좋으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어우러져서 사는 사회에서 개성이랍시고 난잡하고 혐오스러운 것은 자제가 필요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는 하지만.
그래서 나라 전체가 성형 대국이 되고 얼마나 요란하게 소문이 났으면 외국에서도 성형여행을 오고( 우리도 예전에 미국에 가서 성형수술하고 돌아온 돈 많은 것들이 있었던 것처럼..), 산부인과 의사는 지망을 하지 않아 대학병원에서 조차도 인턴 구하기도 어렵고 산부인과가 텅텅 비어도 성형외과는 지망생을 의대에서도 가려 뽑을 정도이니 이것이 정상인가?
겉치레 외모와 허례허식에 병들어가는 세상을 부추기며 거드는 메스컴은 정치적 선전도구가 되어 국민의 의식을 호도하며 그 돌파구로 나라를 온통 유흥장으로 만들며 개성시대이고 개혁시대이니 보수 세력과는 다르다고...
이것이 혁신과 보수의 구별의 기준인가?
물론 다양한 사고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사는 세상에서는 나의 생각이 옳다면 남의 생각도 옳은 줄을 알아야 한다.
나의 글 “내 자존심은 돼지고기 5근 반” 이라는 글을 읽어보신 어느 페이스 북 친구 분께서 댓글 말씀의 서두에서 외모는 당연히 중시될 수밖에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
전체 글의 취지는 그러나 심성이 더 중요하시다는 결론으로 짧게 쓰셨다.
그래서 이글을 읽고 그 동안 내가 수염을 기르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도 이제는 어줍잖지만 공인이 되어간다는 무거움을 깊이 느껴가며...
나는 생후 9개월에 소아마비를 앓아 한쪽다리가 매우 불편한 상태이다.
그래서 대학교를 들어갈 때도 여러 번 필기시험에 합격을 하고도 면접에서 낙방을 했고 어느 대학에서는 성적이 좋으면 받아주겠지 하고 응시했던 단과대의 전체수석을 하고도 나 때문에 교수사정회를 다시 열 정도였지만 결국은 낙방을 하였다.
그래서 24살에 겨우 들어간 것이 법대였다.
일 학년 입학 후 수술을 하겠다는 옵션으로..
그 우여곡절과, 얼마나 원시적인 사고방식과 전체주의라는 틀속에서 개성이 말살되고 인간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왔는지에 대해서는 나의 경험만으로 언제 다시 쓸 수 있는 기회를 갖겠다.
하지만 지금은 마치 많이 개화되고 열린 것처럼 정부나 사회에서 이야기들을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고 여론만 거짓 선전하는 가짜 복지에 속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나의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었고 특히 국민학교때 교내 웅변대회에서 우승을 하고도 많은 사람들 앞에 설수 없어서 시 대회에는 다른 애를 내보내자는 무식한 선생 덕에 평생을 남 앞에 설 수가 없는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말 대신 글을 썼는지 모른다. 낙서일망정..
그렇게 대학을 어찌 졸업을 하고, 오래 지난 후 내 자신 스스로도 자유스러워하지 않는 나의 외모를 바꾸어 변신하기로 했다.
나를 실험하기 위해서 였다.
그리고는 수염을 길렀다.
그렇게 하고 관공서는 물론 다중의 시설들에 떳떳이 들어갔다.
처음 수염을 기를 때의 거친 모습은 우리가 흔히 우스개로 말 하는 산적이었지만, 그래도 그대로 내 자신감과 외부의 시각과의 싸움을 시작하였다.
많은 시선들이 나에게 꽂히고 빈정거림을 당했지만, 나는 그것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바로 내 자신의 자존심이며, 세상의 차별하는 눈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러면서 점점 수염이 더 길어가고, 이제는 산적에서 산신령으로 변모하고 있다.
내 성정도 이제는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게 산적에서 산신령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래서 내 허연 긴 수염은, 그냥 멋이 아닌 나의 새로움이며 세상을 무시하는 표상인 것이다.
요즘은 자기 광고시대란다.
조그만 것을 마치 엄청난 것인 것처럼 침소봉대하여 선전하는 상업성만 풍만한 저질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선전을 해대어야만이 살수 있다는 듯이 과대광고와 거짓 선전과 선전선동에 사회가 움직이는데...
나는 돈도 안들이고 내가 광고판이고 샌드위치맨이니, 이제는 밖에 나가 쭈볒거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이제는 내가 작가도 되었으니 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 줄 수도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나를 여러분들이 사는 가치틀 속에 집어넣어 재단히려고 하지마라.
나도 내 양심과 인식이 있고, 제발 세상이 모두 그랬으면 얼마나 좋으랴.
아주 더 길러서 내 수염을 잘라, 세상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나의 붓을 만들 것이다.
그래서 나를 그 속에 담을 것이다.
사람을 외양으로 평가 말라.
여러분들도 마음에 커다란 장애를 가지고 있는...
권력에 명예에, 돈에... 겉멋에, 여러분도 틀림없는 장애인이 맞을 것이다.
(옛글들을 정리하다가 눈에띄어 그데로 옮겨봅니다.
수염을 기르기 시작하여 쓴 글이라, 다듬어지지 않았네요,
하지만 근본 취지는 변하지 않았답니다.)
비가 너무 많이와서 곳곳이 어수선하군요.
비피해 없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