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이었습니다.
학교에 다녀온 큰 녀석에게서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체육시간에 수업을 받지 못할 정도로 다리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 가봐야겠다는 것입니다.
몇 번인가 지나치는 말로 정강이뼈 쪽이 아프다고 해서 제가 살펴보았을 때는
붓기도 없고 그렇다고 멍든 것도 아니고 그렇게 많이 아픈 것 같지 않아서
"네가 놀거나 운동을 하다가 너도 모르게 부딪힌 거야. 하지만 그렇게 심한 것 같지는 않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으니까 걱정하지마."하고 무심결에 흘려 보냈었지요.
어쨌든 병원에는 데려가 보아야 할 것 같아서 집 근처의 정형외과에 갔습니다.
일단은 방사선 촬영을 해보자며 찍었던 사진에서 청천병력 같은 의사의 말을 듣게 되었습니다.
정강이뼈 속에 자그마한 종양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종양일 경우 90%이상은 양성종양이지만 간혹 악성종양일 수도 있으니
큰 병원으로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리 긴 뼈의 종양'이라고 적혀있는 병원 소견서를 써주면서 말입니다.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는데 큰 병원에까지 가서 정밀진단을 받아 보라고 하니
제 마음이 어땠겠습니까?
그 날은 시간이 너무 늦어서 다음 날 대학병원에 가 보기로 하고 일단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걱정을 태산같이 하는 애들 엄마에게는 별 것 아니니까 걱정하지는 말라고 해놓고
혼자서 몰래 인터넷으로 의학정보를 뒤져보았습니다.
그런데
큰 녀석의 증상을 검색해보았더니
골육종(http://blog.naver.com/love4youkr?Redirect=Log&logNo=60015297047외 기타등등)이라고 하는 소아암의 증상과 거의 똑 같은 것이었습니다.
10세에서 15세의 나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또 80%이상이 무릎관절 주위의 뼈 속에서 발생하고
운동 중에 다쳐서 발생한 증상이라고 착각하기 쉬우며
발병한 후 한달 정도 지나면서 심한 통증을 느낀다는 등의.... 증상이 큰 녀석과 너무나 똑같은 것이었습니다.
발병 후 바로 폐로 전이될 확률이 많고
생존율이 전에는 20%정도이었는데 요즈음은 60%이상 된다는 둥
전에는 전이부위의 윗 부분을 절단하였는데 요즈음은 사지구제술이라는 수술로 절단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둥
하지만 늦게 발견하거나 암 부위에 병적인 골절이 있는 경우는 힘든다는 둥
듣기만 해도 끔찍했던 글들이 저를 밤새 괴롭혔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샌 후 병원 업무가 시작되기도 전에 대학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특진 예약을 미리 해 놓지 않아서 몇 시간을 기다렸었는데
정작 주치의는 보지도 못하고 수련의들에게만 똑 같은 질문에 대답하고, 또 대답만 하고
결국은 골종양을 전문으로 보는 의사는 다음 날 진료를 본다며 방사선 촬영만 하고 다음 날 다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기랄~~~
진료도 보지 않을 거면서 진작에 엑스레이 사진만 찍고 내일 오라고 하던지 할 것이지 몇 시간이나 사람을 이렇게 잡아두다니.....
다시 한번 대학병원의 무심함과 불편함을 느끼면서 할 수 없이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별별 생각이 다 드는 하루 밤을 또 지새게 되었지요.
다음날 아침 특진예약시간에 맞추어서 다시 병원에 갔습니다.
속도 모르는 큰 녀석은 병원진료 후에 맛있는 것을 사달라고 조릅니다. '이궁~ 철딱서니 없는 것은 나를 똑 닮았구먼~~ '
가슴을 졸이던 시간이 지나고 진짜(?)의사와의 진료시간이 되었습니다.
X-선 사진을 크게 확대해서 이리저리 살펴보던 의사선생님이 큰 녀석에게 이것저것 물어 보더니만
"이것은 의심 가는 종양이 아니라 정강이뼈가 실금 같이 가늘게 골절이 되어서
그로 인해서 생긴 것입니다.
운동을 심하게 하다보면 외부의 충격이 아니더라도 저렇게 눈에 안 보일 듯한 골절이 생겨서 뼈가 붓고 통증이 오게되는 것입니다.
한 2~3주간 다리에 무리한 힘을 가하지 않도록 관리만 해주시면 자연 치유되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휴~~~~~~~~~~~~
며칠동안의 지옥생활이 끝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지옥과 극락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속에 극락과 지옥이 다 들어있다는 불경의 말씀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던
지옥과 극락을 오갔던 사흘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어른들의 사고와 잣대로써 아이들을 판단하거나 결론 내리고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무심코 흘려 지나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하였습니다.
또 한가지.........
인터넷 검색 너무 좋아하지들 마세요.
그 넘의 인터넷만 없었더라면
그래도 제가 그렇게 심한 지옥까지는 가지 않았을 겁니다요~~~~~~~~~~~!!!! 히이~
첫댓글 결론이 그나마 숨쉴 수 있는 여유를 주어 정말 다행이라 여겨 집니다 아무렴요 별일이야 있을 라구요^^*
다행이네요 정말 마음 졸이셨겠어요 애들이 아프다면 애그리 가슴이아픈지..... 큰병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입니다...며칠동안 그마음이 상상이갑니다 ^^*
제남동생은 운동후 그증상으로 (진짜 종양)발병되서 중학교때 수술하고무릅을 일년간 구부리지못하고 나중에인공관절수술을했지요 하지만 완전180도 구부러지진않아요ㅜㅜ그래도 키도 185나되구 울나라에서 젤좋은회사취직해 연구실에 다닙니다..그래도 누나로썬 지금도 가슴아픔니다..님들모두 아픔없이 건강하세요
너무 유별나게 구는것도 그렇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은 정말 유심히 돌봐야됩니다..평생을 어머님은 일찍발견못한것에 가슴을 치십니다.
소망...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주는것.. 맘고생 심하셨네요..그리고 정말 다행이구요..
애 많이 쓰셨군요...맘 추스리시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