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4총사 타보니 '4車 4色'
캠리·캠리 하이브리드·프리우스·라브포(RAV4) 등 4개 모델을 한국에 출시한 한국도요타가 3일 기자들을 상대로 4개 차종 시승회를 열었다.
현대차가 중형세단 캠리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라브포를 겨냥해 연말까지 이들 2개 차량과 경쟁 모델인 신형 쏘나타·투싼iX의 비교 시승회를 열 만큼 국내 시장에서 이들 차종이 어느 정도 파급력을 가질지 업계의 관심이 높다. 4개 차종을 타보고 실제 경쟁력과 상품성을 비교 분석해 봤다.
◆경쟁차종보다 연비 좋아…캠리 실내 디자인은 고급감 떨어져
캠리는 미국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패밀리세단으로 전체적으로 단점을 찾기 어려운 '무난함'이 강점이었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120㎞가 넘을 때까지 매끄럽게 속도가 붙는다. 상대적으로 큰 백미러 때문에 풍절음(바람 가르는 소리)이 거슬리지만 엔진 등 차량 자체의 소음은 적은 편. 트렁크도 골프백 4개가 거뜬히 들어간다. 배기량 2.5리터(L) 엔진이 달린 캠리는 가속력은 경쟁모델인 혼다 어코드나 닛산 알티마와 비슷하지만, 수치상의 연비가 L당 12㎞로, 어코드·알티마보다 약간 더 좋다.
내비게이션은 렉서스 브랜드와 동일하게 일본의 부품업체 덴소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해상도가 렉서스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게 흠이다. 업체에서는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와 차별화하기 위해 LCD창의 해상도를 낮췄다고 설명했지만, 준중형 국산차에서도 고해상도 다기능 내비게이션을 고를 수 있는 한국 상황에서는 큰 약점으로 꼽힌다. 또 SD카드 방식이 아니라 DVD 방식이라 빠른 업데이트가 불가능하며, 과속 카메라를 경고해 주는 기능이 없는 것도 다소 불편하다. 외관 디자인은 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나, 실내 센터페시아 부근의 버튼 등은 국산 소형차보다도 값싸 보인다.
라브포는 공간활용이 인상적이다. 뒷좌석을 눕혀 웬만한 짐은 실을 수 있게 해놨고 트렁크 곳곳에 고리를 달아 물건을 걸 수 있게 돼 있다. 사이키 요시카즈 라브포 수석엔지니어는 "섀시를 강화해 차체의 움직임을 활동적으로 만들고 실내공간을 넓게 사용해 운전자에게 공간의 자유를 주는 것이 라브포의 키워드"라고 말했다. 다만 비상등 스위치가 조수석 쪽에 있어 위급 상황 때 운전자가 누르기 불편하게 돼 있는 점이 아쉽다. 또 현대차의 투싼iX도 자동 6단, 닛산 로그가 CVT(무단변속기), 혼다의 CR-V가 자동 5단을 채택하고 있는 데 비해, 라브포는 성능이 떨어지는 자동 4단 변속기를 탑재하고 있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또 스페어타이어를 외부로 돌출시킨 스타일이 다소 구식처럼 보이고, 트렁크 문이 옆으로 열리는 방식은 한국처럼 주차장의 공간이 충분치 않은 곳에서 위로 여는 방식에 비해 불편이 예상된다.
◆프리우스와 캠리 하이브리드 예상보다 운전 재미 높아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전용차인 프리우스는 L(리터)당 29.2㎞라는 국내 판매 전 차종 가운데 단연 1위인 연비가 가장 큰 특색.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은 보너스다. 파워모드를 선택하면 가속성능이 더 높아지고, 에코모드를 선택해 연비 위주의 운전을 할 수 있다. EV(전기차) 모드로 놓으면, 짧은 구간이지만 전기모터만으로도 운행이 가능하다. 연비를 분 단위로 확인할 수 있으며, 공기 저항을 줄여 풍절음이 상당히 억제돼 있다. 다만 일반 주행 때는 괜찮지만 가속과 제동시에 변속기 모터에서 다소 듣기 싫은 고음역의 소음이 난다. 예민한 사람에게는 다소 거슬릴 수 있는 소리. 차량 무게를 줄이기 위해 좌석 위치 조절은 자동이 아닌 수동을 택했다고 업체는 밝혔다. 프리우스의 초기 연비는 매우 좋으나, 효율이 뛰어난 리튬이온 배터리 대신 구형인 니켈수소 배터리를 쓰고 있어 3~4년 뒤에는 성능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초기보다 엔진 개입이 잦아지면서 연비가 떨어질 수 있다. 또 하이브리드카의 특성상, 장거리 고속도로 주행에서는 연비절감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고속도로 주행이 많은 운전자는 연비절감 효과를 크게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연비와 주행성능을 동시에 추구하는 사람을 위한 차다. 차량이 멈췄을 때 엔진·모터가 모두 정지하고 시속 10㎞ 내외까지는 모터만 돌기 때문에 휘발유 엔진 세단에 비해 주행 초기의 정숙성이 높은 것이 장점이다. 하이브리드카의 특징상 가속페달과 브레이크페달의 조작에서 이질감을 느낄 수 있으나, 가속페달을 힘껏 밟을 경우에도 모터가 엔진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가속력이 좋고 소음이나 진동은 휘발유차보다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