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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미겔 세르반테스 사베드라의 <돈 키호테>에 바탕을 둔
자크 르 로랭의 희곡 <슬픈 얼굴의 기사>
대본 앙리 캥
초연 1910년 몬테카를로의 카지노 극장
배경 14세기 말경 스페인
<2019 브레겐츠 페스티벌 / 125분 / 한글자막>
빈 심포니 & 프라하 필 합창단 연주 / 다니엘 코헨 지휘 / 마리암 클레망드 연출
돈 키호테 .....편력의 기사.................................가보르 브레츠(베이스)
산초 판사......돈 키호테의 시종.........................다비드 슈타우트(바리톤)
둘시네아.......엘 소보 마을의 아름다운 여인.....안나 고리아초바(소프라노)
산적두목...........................................................엘리 차푸스
페드로, 가르시아스, 로드리게스, 후안.............둘시네아를 찬미하는 사나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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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마스네 <돈 키호테>, 2019 브레겐츠 실황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돈키호테
마스네(1842~1912)가 1910년 작곡한 <돈 키호테>의 2019년 브레겐츠 페스티벌 실황물이다. 호반 무대가 아닌 실내공연장에서 진행되는 공연으로 마리암 클레망드(연출)가 역사 속의 돈 키호테를 끄집어내어 뒷골목 불량배들과 싸우는 스파이더맨으로, 뉴욕 오피스에서 둘치아네에게 고백했다 차이는 인물로 그려낸다. 결국 돈 키호테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다양한 곳을 오간다. 연출가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며, 코헨이 이끄는 빈 심포니의 연주가 탁월하게 다가온다.
오페라 <돈 키호테>는 쥘 마스네가 작곡한 1910년 작품이다. 마스네는 세계적인 베이스 성악가 표도르 샬리아핀을 돈 키호테로 내정하고 이 오페라를 작곡했다. 샬리아핀은 초연에서 혼신을 다한 열연으로 갈채를 받았다. 특히 돈 키호테가 죽는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었다고 한다.
이 영상물은 2019년 브레겐츠 페스티벌 실황이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이라고 하면 보통 호반 무대를 떠올리지만, 실내 공연장에서도 새로운 현대 오페라와 새로운 연출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오페라의 내용은 원작을 기본으로 구성되었다. 축제가 한창인 마을 광장, 돈 키호테는 잃어버린 목걸이를 찾아달라는 둘치네아의 부탁을 받고 모험길에 오른다. 풍차를 들이박고, 도적떼에 공격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기도에 감동받은 도적들은 그를 살려주고 목걸이까지 돌려준다. 돈 키호테는 목걸이를 들고 둘치네아에게 청혼하지만 거절당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산초 옆에서 둘치아네를 그리워하다 숨을 거둔다.
연출가 미리암 클레망드는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돈 키호테를 그려낸다. 돈 키호테는 더 이상 역사 속의 인물이 아니다. 역사서에서 튀어나온 인물이지만, 그는 스파이더맨이 되어 뒷골목을 배회하다 불량배들에게 호되게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돈 키호테의 모습은 연출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마스네 덕분이다. 그는 오페라 작품 자체를 현대 사회를 배회하는 모습으로 그렸고, 이를 토대로 클레망드는 할리우드 콘텐츠를 곁들여 돈 키호테를 스파이더맨으로 변신시킨 셈이다.
둘치네아에게 청혼하는 장면의 배경도 도심 속 사무실이다. 결국 돈 키호테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다양한 곳을 오간다.
연출가로 데뷔하기 이전에 미술사를 공부하여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 등에서 미장센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한 클레망드의 다양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 줄거리 === <2009 불가리아 소피아 극장 실황 영상물 내지 해설 / 박종호>
라 만차 지방에 사는 늙은 귀족인 돈 키호테는 독서에 빠져서 산다. 독서는 그의 유일한 낙이며 살아가는 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갑자기 낡은 투구와 갑옷을 걸친 기사 복장을 하고 길을 떠난다. 그는 동네의 농부 산초 판사를 시종으로 임명하고 그와 함께 편력기사의 길을 떠난다. 또한 그는 마을 창녀인 둘시네아를 공주로 착각하여 그녀에게 사랑을 맹세한다. 돈 키호테는 둘시네아가 강도들에게 빼앗긴 진주 목걸이를 찾기 위하여 숲 속으로 모험을 감행한다. 결국 그의 비범함에 놀란 강도들은 그에게 목걸이를 내어주고 돈 키호테는 그것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비웃을 뿐이다....
=== 작품 해설 === <2009 불가리아 소피아 극장 실황 영상물 내지 해설 / 박종호>
돈 키호테
당신의 꿈이 물거품으로 끝날지언정
쥴 마스네(1842~1912)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이다. 우리는 흔히 이탈리아 오페라라고 하면 대표적인 작곡가로 베르디나 푸치니를 떠올리고, 독일이라면 바그너, 오스트리아라면 모차르트를 떠올린다. 그렇다면 프랑스 오페라의 대표적인 작곡가는 누구일까?
비제의 <카르멘>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가장 많은 상연 횟수를 기록하는 최고의 스테디셀러 오페라라고 하여도 그 한 작품만으로 비제를 프랑스 오페라를 대표하는 작곡가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말하자면, 10여 편의 오페라를 남긴 생상스도 당대에 최고의 명예를 누린 위대한 음악가이지만, 역시 현재 자주 상연되는 그의 오페라라는 것이 <삼손과 델릴라> 정도일 뿐이다. 과거 마이어베어, 오베르, 알레비 등의 그랜드 오페라 작곡가들 역시 생전에는 수십 편의 오페라 레퍼토리로 하늘을 찌르는 인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 오페라하우스에서 정기적으로 올라가는 작품은 한 사람당 2편을 온전하게 손꼽기가 쉽지 않을 정도이다. 베를리오즈 역시 그러하다.
그렇다면 지금도 가장 많은 오페라 작품이 레퍼토리로 살아남아 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대표적인 오페라 작곡가로 부를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 이를 수 있다. 옳은 말이다. 이 기준에 의하면 유일하게 살아남을 만한 사람은 바로 쥴 마스네일 것이다.
마스네는 이미 <마농>, <베르테르>, 그리고 <타이스>라는 누가 들어도 아름답고 감동적이며 뛰어난 극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는 세 걸작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세 작품은 세계 오페라하우스에서 마스네의 명성을 영원히 꺼지지 않게 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외에도 마스네는 적지 않은 오페라를 작곡하여 모두 30편이 넘는 작품을 남겼다. 당시 마스네는 이미 <에로디아드>, <마농>, <르 시드>, <에스클라르몽>, <베르테르>, <타이스>, <나바라의 처녀>, <아마디스>, <사포>, <생드리옹> 등 10여 편의 히트작을 남겼다. 그러던 그가 일흔 살을 앞두고 눈길이 간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돈 키호테>다.
단언컨대 <돈 키호테>는 오페라 이전에 세계 최고의 문학작품의 하나이다. 에스파냐의 하급 귀족 출신인 미겔 데 세르반테스(1547~1616)는 온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군인이자 모험가로서의 파란만장한 일생을 살았다. 그는 작가가 아니었다. 그런 그가 나이 무려 58세에 첫 데뷔작품을 내놓으니, 그것이 인류 최고의 걸작 소설의 하나인 <돈 키호테>였다.
돈 키호테는 에스파냐의 라 만차 지방에 사는 늙은 하급 귀족이다. 우리로 치면 시골의 진사(進士) 어른 정도로 보면 된다. 또한 그는 나름대로 지성과 재산을 가지고 있는 시골 유지이다. 그런 그가 독서에 빠지게 된다. 독서는 그의 유일한 낙이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힘이었다. 그는 밭을 팔아서 책을 살 정도로 책에 빠졌다. 요즘처럼 독서를 하지 않는 시대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마 책을 팔아서 논밭을 사는 사람은 있겠지만, 전답(田畓)을 팔아서 책을 사는 사람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런 그를 마을 사람들은 "정신이 좀 나갔다"고 하였다. 그런 그가 역시 "정신이 나간 듯이" 어느 날 집에 있던 낡은 투구와 갑옷을 걸친 기사 복장을 하고 나와서 길을 떠난다. 그는 동네의 농부 산초 판사를 자신의 시종으로 임명하고 그와 함께 말을 타고 편력기사의 길을 떠난다.
돈 키호테는 과연 미친 사람일까? 세르반테스는 이미 백 년 전쯤에 사라진 기사와 기사도를 그리워하면서 자신이 스스로 책 속에서 (당시로써는) 현대의 멋진 기사(騎士)를 창조해 낸 것이다.
산초 판사는 왜 농사를 내던지고 중늙은이의 시종이 되어 돈 키호테를 따라갈까? 그는 인간의 이상이나 세상의 정의 같은 것은 애당초 모르는 무식쟁이 농부였다. 다만 그는 돈 키호테가 전쟁에 나아가 공을 세우면 자신에게 "섬을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그를 따라 나선 것이다. 농부에게 땅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겠는가? 그런데 섬을 주겠다니! 섬이 아무리 작다손 치더라도 그것은 엄청난 것이며, 판사는 섬의 주인이 되어서 내내 섬을 다스리고 경작할 꿈에 젖는다.
그러나 돈 키호테의 모험이 진행되면 될수록 그는 비현실적인 인물이며 사실 진짜 기사도 아니며 그가 섬은 커녕 상을 받거나 돈이 생길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도 판사는 돈 키호테를 떠나지 않는다. 그는 농사를 일구던 자신의 정든 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왜일까? 판사는 돈 키호테가 말하려는 이상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판사는 돈 키호테에 의해 의식화가 되었으며 진정한 기사의 이상을 알아버린 것이다. 물론 판사는 귀족도 아니고 기사의 자격이 없는 농부이니 그가 기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글도 모르는 평민 남자 한 명이 기사의 고귀한 정신을 알게 된 이야기... 돈 키호테의 모험은 소득이 없이 끝나고 그는 집으로 돌아오는 듯이 보이지만, 그는 한 명의 진정한 제자를 남긴 것이다. 그것으로 돈 키호테의 편력은 가치가 있지 않은가? 이 세상에 한 번 나온 사람이 저 세상으로 돌아갈 때, 이것 이상 소중한 것이 있을까?
세르반테스가 미처 다 쓰지 못한 점은 바로 프랑스의 작가 자크 르 로랭(Jacques le Lorrain)에 의해서 연극 <슬픈 얼굴의 기사>(Le Chevalier de la Longue Figure)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그것은 앙리 캥에 의해 오페라 대본으로 다듬어졌다. 그것은 프랑스 최대의 오페라 작곡가인 쥴 마스네에 의해서 오페라가 되었다. 오페라 <돈 키호테>에는 소설 속에는 없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그것은 비록 소설에는 없지만, 결국 세르반테스가 말하려 했던 핵심을 요약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오페라로 재탄생되는 문학 작품들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마스네에게 의뢰한 것은 몬테카를로의 카지노 극장이다. 지금은 이 극장의 위상이 이전과 같지 않지만, 한때 이 극장은 세계 오페라와 발레의 중심이었다. 당시에 발레는 잘 알려졌듯이 기획가 디아길레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 그리고 발레리노 니진스키 같은 스타들에 의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오페라도 마찬가지였다. 몬테카를로는 세계의 명가수들이 모여드는 곳이었고, 카지노 극장에서는 시즌마다 세계적인 프로덕션들이 올라가곤 하였다. 그리고 이 극장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작품의 하나도 마스네의 작품들이었다. 마스네는 이곳 몬테카를로 카지노 극장에서 모두 6개나 되는 작품을 초연하였는데, <돈 키호테>는 그중에서도 가장 성공한 작품이다.
이 작품의 타이틀 롤인 돈 키호테는 베이스가 부르는 역할이다. 세계적으로 많은 오페라 중에서도 베이스라는 성역(聲域)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은 별로 없다. 그중에서도 베이스를 타이틀 롤로 하는 작품은 더더구나 드물다. 베르디의 <아틸라>,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 무소르그스키의 <보리스 고두노프> 정도가 고작이다. 그런 작품들 사이에 베이스라면 절대로 고개를 돌릴 수 없는 걸작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마스네는 이 타이틀 롤을 당시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베이스 가수인 표도르 샬리아핀(1873~1938)을 위해서 작곡하였다. 이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깊은 표현력과 사색 그리고 놀라운 가창들은 모두 샬리아핀을 염두에 두고 쓰인 것이다. 물론 샬리아핀은 이 작품의 해석에서 기념비적인 성과를 이루었으며, 그의 명성은 <돈 키호테>와 함께 하였다.
그러나 1938년 그가 세상을 떠나고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이제 <돈 키호테>는 세계 일류 베이스들의 실력을 과시하는 각축장이 되었으며, 수많은 베이스들이 돈 키호테 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샬리아핀의 계승자라는 이름은 들은 보리스 크리스토프를 필두로 미로슬로프 칸갈로비치, 루제로 라이몬디, 새무얼 래미, 니콜라이 기아우로프, 가브리엘 바퀴에르, 호세 반 담, 로베르토 스칸디우치 등이 뛰어난 돈 키호테로서의 공연을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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