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계절이 돌아왔다. 6 · 4 지방선거의 결과를 놓고 온갖 분석이 난무한다.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사실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놓는 분석이라고 해봤자 비(非)전문가인 우리들도 할 수 있는 평이한 것 아닌가? 식상하고 지겨운 이야기의 반복일 뿐이다. 물론 필자의 글도 그 반복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참고로 지방선거를 분석하는 글은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6 · 4 지방선거의 주목할 만한 포인트가 많지만,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충청도'다. 이미 언론은 충청도의 선거 결과를 '알쏭달쏭'과 같은 표현으로 설명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지난 2012년 대선과 사뭇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 광역의원의 표심이 반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하자.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충청도는 박근혜 대통령을 선택했다. 자세한 결과를 살펴보면 충남 56.7% vs 42.8%, 충북 56.2% vs 43.3%, 세종 51.9% vs 47.6%, 대전 50.0 vs 49.7% 였다. 하지만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왔다. 위의 그래프는 그 확연한 차이를 잘 보여준다.

또, 흥미로운 것은 충북에 이시종, 충남에 안희정, 세종시에 이춘희, 대전에 권선택 등 광역단체장에는 새정치민주연합의 후보들을 당선시키면서도 기초단체장 · 광역의원에서는 반대의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결과를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탁월한 균형 감각이라고 봐야 할까?
어떤 이들은 충청도가 '줏대'가 없다고 비난할지도 모른다. 과거 '멍청도'라고 하는 조롱을 다시 꺼내들지도 모르겠다. '알쏭달쏭'이라는 언론의 보도도 그런 맥락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서울시민과 더불어) 충청도민의 선택이야말로 이번 6 · 4 지방선거에서 가장 현명한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광역단체장 선거 결과를 놓고 보더라도 이번 선거는 '지역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일정한 변화가 감지되기도 했다. 대구에서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40.3%를 득표했고, 부산에서 오거돈 무소속 후보는 49.3%를 득표했다. 특히 오거돈 후보의 경우에는 당선자인 서병수 새누리당 후보에 고작 1.4% 뒤졌다. 역사적인 승리를 간발의 차이로 놓친 것이라 더욱 아쉬움이 크다.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다 흥미로운 결과들도 눈에 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광주에서는 지방선거 실시(1995년) 이후 최초로 새누리당 소속 구의원이 당선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새정치연합 소속 기초의원이 9명이나 당선된 대구의 경우는 더욱 놀랍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서는 '3인 선거구'의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 후보의 난립이 가져온 '어부지리'라는 것이다.
이처럼 '돋보기'를 통해 들여다보면 일정한 변화가 감지되긴 하지만, 이번 6 · 4 지방선거에서도 여전히 '지역주의'라는 강고한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물론 우리는 '지역주의'를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호남의 그것을 단순한 결과만 놓고서 '지역주의'라고 폄훼하긴 어렵다. 호남에는 여전히 광주를 군홧발로 짓밟은 세력에 표를 줄 수 없다는 정서가 강하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영남의 그것은 명백한 지역주의다. 고종석의 오랜 주장을 빌리자면, 이는 '영남 패권주의'다. '우리가 남이가'로 상징되는 사적 이익의 욕망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이러한 구분 없이 오로지 '실리'만을 놓고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필자가 충청도의 선택의 최고의 선택이라 평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곳은 '텃밭'이기 때문에 아무나 꽂아도 당선이 된다."는 말이 정치인들의 입을 통해 자주 흘러나온다. 이러한 인식은 결국 지역에 대한 무관심을 낳게 된다. 영남과 호남이 스스로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아슬아슬해도 결국 우리 후보가 되'는 결과와 '매 선거마다 당선자의 정당이 바뀌는 것'은 현저한 차이가 있다.
여전히 새누리당은 영남을 자신들의 '텃밭'이라고 여길 것이고, 새정치민주연합도 그러한 기조를 이어갈 것이다. 어찌됐든 영남인들을 새누리당을 지켜줬고, 호남인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는가? 한편,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지도부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그 근거로 드는 것이 '당연히 우리 쪽 사람이 당선될 광주에 전략공천하느라 힘을 뺐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이는 논리적 개연성도 떨어질 뿐더러, 결정적인 한계를 가진 구시대적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딱지만 붙어 있으면, 그 누구라도 상관이 없다는 것일까? 필자는 윤장현의 광주와 강운태의 광주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박원순의 서울이지 새정치민주연합 누군가의 서울은 아니지 않은가? 언제까지 유권자들이 '우리 편이면 돼'라는 생각으로 투표에 임해야 한단 말인가?
새누리당이든 새정치민주연합이든 간에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보고 판단하고자 애쓴 충청도, 자신들의 정치적 의지를 투표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낸 충청도에 여야의 관심이 집중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언제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 여러 선거들을 통해 분명하게 보여준 충청도야말로 이번 6 · 4 지방선거의 진정한 승자가 아닐까? 그에 비하면, 이대로는 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불러 일으키긴 했지만, 결국 결과를 뒤집는 데까진 이르지 못한 영남과 호남은 자신들의 선택이 가져올 먹구름을 감당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