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매주 일요일 아침 6시면 인천대공원으로 간다.
거의 25년 동안을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인천대공원에서
모이는 부부 모임이다.
물론 다달이 한 번도 모이지만.
사반세기의 우여곡절을 겪어 지금은 7부부가 모인다.
줄곧 대공원에 잘 나오는 부부는 5쌍이다.
그렇다고 주일마다 모여 아주 가까운 관모산을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젊었을 때는 거기도 올라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래로 쳐지더니 이제는 대공원 호수나 두어 바퀴 돌고
해장국집으로 행한다.
한 25년 동안이니 인천의 국밥집을 다 뒤졌으니
아마 해장국의 달인 팀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전주콩나물 해장국집을 비롯하여
소머리 국밥집, 볼테기탕이나 복어 해장국집 등…….
이제는 이골이 나서 여자들이 해장국집 선택권을
쥐고서 행사를 한다.
으레 아침밥으로 국밥을 먹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밑의 심리에는 집에 가서 이 나이에
아침밥 하기 싫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비가 와도 모일 때가 있다.
그때는 해장국집으로 직접행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5집 10명이 모였다.
오늘은 특별히 ‘행복한 밥상’이 차려지는 날이다.
지난주에 예순 칠순 줄인 할머니들이 소박한 밥상을
차려먹자는 것이다.
한 집은 밥, 다른 집은 국을…,
이렇게 분담해서 가져오자는 것이다.
공원 안의 정자에 소박한 밥상이 차려진다.
고슬고슬한 잡곡밥에 구수한 우거지 된장국,
달콤새콤한 양파 김치에 묵은지,
늙은 오이 외양치와 보통 사람은 먹어보지도
못하고 들어보지도 못하는 참죽나무순 장아찌!
아주 어렸을 적, 긴 바지랑대에다
낫을 달고 따 내리던 참죽나무순이다.
주로 살짝 데쳐 초고추징에 찍어 먹으면
그 향이 입 안을 맴돌았다.
나도 참죽나무순 장아찌는 난생 처음이다.
공원, 녹색의 장원 속에 봄바람은 싱그럽다.
아카시아꽃 향기는 코를 간질이고, 새들은 지저귀고
일찍 잠이 깬 봄꿩이 운다.
호수에서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애기똥풀은
샛노랗게 애기똥 싸듯 ‘워리’ 부르고 있다.
신록은 갈수록 갈맷빛으로 치닫는다.
이제 이순과 고희를 오르내리는 할머니들이
차린 소박한 밥상이다.
여기에는 화려한 레시피가 있을 수도 없고,
다만 반세기 동안 쌓아진 손맛의 진수다.
우리 민족 발효미(醱酵味)의 진수성찬이다.
뭐, 그램(g)으로 잰다는 분자요리와는
아주 영 딴판의 세계이다.
또, TV에서 맨날 떠드는 “끝내줘요!” 하고 외치는
연출된 맛집 기행에 비할쏜가?
그래도 격식은 다 차려진다.
디저트로 시원한 수박이 곁들여 나오고
마지막으로는 따끈한 커피 한 잔으로
이 ‘행복한 밥상’은 자리를 접는다.
마치 시골에서 아침 먹기 전에 새참 먹는 풍경이다.
아마 당분간 이 소박하고 행복한 밥상을
계속 차려질 모양이다.
집집마다 몫몫 지어서 다음 주일을 기약한다.
총무인 나도 그렇다. 한동안 해장국을
수색하지 않아도 되니 한시름 놓는다.
밥을 함께 먹는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살아가면서 아주
중요한 일에 속한다.
밥을 함께 먹는 것은 모으고 나누는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 수학의 첫 내용이 수의
모으기와 수의 나누기이다.
밥을 함께 먹는 것은 삶을 모으고 삶을 나누 것,
아주 귀중한 인생의 여정 중의 하나다.
사실 밥을 함께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언제 밥이나 같이 먹지.”
다음 주일 아침에도 우리는
아침을 모으고 아침을 나눌 것이다.
사반세기를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는 사람들이다.
그 모임 을 ‘조기회(朝起會)’라고 한다.
- 文霞 鄭永仁 -
밥만 잘 먹더라- 이현.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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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럽습니다. 다섯부부가 사반세기를 매주 만나셨다는 것은 진정 대단한 일입니다.
그 우정이 부럽습니당. 그 밥상이 정말 부럽습니다. 그만큼 진솔하신 분들이 만나셨다는
것이겠지요. 부부 가 아니가 그냥 친구도 사반세기를 매주 만난다는 것은 정말 힘들거든요,
그 모임 끝~~까지 아름다이 갈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조기회...정말 대단합니다.
모두 행복하신 분들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