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 원리 - 건좌습우(乾左濕右) · 남좌여우(男左女右)
건(乾)은 을(乙)과 간(倝) 글말의 형성자이다. 을(乙)의 갑골문은 수(水)의 가운데 자형과 같고, 도(刀)의 도려내는 현상의‘S'와 좌우로 뒤바뀐 형태이다. 즉, 도려내는 능동적인 행위와 반대로 물결이 흘러가듯 떠밀리며 가르는 수동적인 행위로 구분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을(乙) 또한 그 글말에 따라 을근을근(미워하는 마음에서 은근히 자꾸 으르는 모양)거리다/대다, 을러대다(을러메다/우격다짐으로 으르다) 등의 능동적인 행위와 을밋을밋(기한이나 일을 우물우물하며 미루어 나가는 모양, 허물이나 책임 등을 우물우물 넘기려 하는 모양)처럼 수동적인 행위로 구분된다. 즉, 씨앗을 가르며 벌리는[갑] 갑(甲)을 이어 을(乙)은 을러대며[을] 돋아나는 또는 을밋을밋[을] 떠밀려 나오는 싹을 나타낸 글로 볼 수 있다.
간(倝)은 ‘여명, 새벽, 동틀 녘/ 시작, 발단, 출현, 날이 밝다, 밝아지다, 나타나기(싹트기) 시작하다’등의 뜻이다. 글말과 견주면, ‘해가 돋아나며 간하다(음식에 짠맛을 내기 위하여 간을 치다, 생선이나 채소 등을 간으로 절이다) 또는 간질이다(남의 살갗을 건드려 간지럽게 하다), 간질간질하다(자꾸 또는 매우 간지럽다, 어떤 일을 매우 하고 싶어 참기가 어렵다)[간]’는 얼개로, 햇빛을 새벽녘 어둠에 간하는 듯, 간질이는 듯 또는 햇빛이 간질간질하게 느끼는 듯이 나타나는 현상처럼 매우 시적으로 나타낸 표현임을 알 수 있다.
그러면 건(乾)은 ‘새벽부터[간(倝)] 을러대어 흐르며[을(乙)] 건너가는/ 거누어(가누어)가는/ 거느리는[건] 해(햇빛)’의 얼개로, 양(陽)이 왕성한 건괘(乾卦)[三]를 나타낸다. 나아가 ‘하늘, 임금’등이 유추되었다. 더불어 ‘그런 왕성한 양(陽)의 기운에 거분하다(알맞게 조금 거볍다, 마음에 짐이 되지 아니하고 편안하다)/ 거르어(건더기나 찌끼 따위가 섞인 액체를 체 따위에 밭쳐서 액체만 받아) 내다[건]’는 얼개로, ‘마르다’의 뜻이 유추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마름은 허물 벗음의 첫 단계이다. 거분(가분/가뿐)해 지거나 물기를 거르어 낸 단계가 마른 상태이다. 따라서 건(乾)의 마른 음식은 하늘 그 조상의 상징이고, 그 좌 뜨인 얼을 거듭 허물 벗으며 이어 받는 상징을 나타냈음을 알 수 있다.
습(濕)은 수(水)와 현(㬎)의 회의자이다. 현(㬎)은 현(顯)이고, 금문은 일(日)과 입(入) 그리고 현(玄)이 거듭된 자형 곧 자(茲/玆)의 회의자이다. ‘해를[일(日)] 들이어[입(入)] 가물가물[자(玆)] 혀(켜)내다[현]’는 얼개로, 햇빛에 이글거리며 아지랑이가 가물가물 피어오르는 현상의 ‘나타나다’는 뜻이다. 햇빛에 익으며(괴며) 우러나는 곧 술과 같은 상징을 암시하고 있다. 그러면 습(濕)은 ‘물이[수(水)] 스미어 보글대며[습] 나타난다[현(㬎)]’는 얼개로, ‘젖다, 촉촉하다’등의 뜻이 된다. 그러면 한말 ‘젖다’는 ‘절이어(흠뻑 배어 들이어) 지다’의 준말 ‘저지다(<옛>적시다)’의 그 준말이다. 절임은 익힘의 상징이다. 따라서 습(濕)의 젖은 음식은 나의 천명으로 좌 뜨인 건(乾)의 음식을 절이어 익히겠다는 다짐의 상징이다.
남(男)은 전(田)과 력(力)의 회의자이다. 력(力)의 갑골문은 갑(甲)의 변형체로 씨앗을[ㅣ] 가르고(틔우고)[\] 돋아나는 싹의 형상을 나타냈다. 글말‘니르혀(<옛>일으켜)/ 여물려 가다[력(역)]’와 견주면, ‘씨앗을 틔워[력(力)] 니르혀(일으켜)/여물어 가는[력]’ 근원이 힘/력(力)이다. 그러면 ‘하늘(얼, 싹)을 니르혀 무우다(움직이다)’의 준말이 ‘힘’임을 알 수 있다. 즉, 움직이며 자라나게 하는 것이고, 한마디로 ‘하늘을 여는 것’이 힘이다. 그러면 남(男)은 ‘밭에[전(田)] 남기어(<옛>넘기어/권리나 책임 따위를 남에게 주거나 맡기어)[남] 싹을 틔워 여물려 가게 하다[력(力)]’는 얼개이다.
우리말 ‘남진’은 옛날에 사내나 남편의 뜻이다. 그래서 ‘남진-겨집’은 사내와 계집이나 부부(夫婦)를 뜻하는 말이다. 바로 ‘남진’이 남(男)의 한말이다. 그러면 남진은 ‘(아기씨를) 남기어(넘기어)[남] 짓는 니[진]’의 준말이다. 그래서 또한 남편은 남기는 편이고, 여편(네)은 그것을 여미는 편(네)의 준말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녀(女)의 갑골문은 공손히 두 손을 모으며 무릎 꿇고 있는 자형이다. 곧 ‘아기씨를 공손히 녀미어 받들다’는 얼개로, ‘녀미는 니’의 준말 곧‘년’의 한말글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남(男)은 아기씨를 넘기는 쪽이고, 여(女)는 공손히 아기씨를 받아 잉태시키는 쪽의 의미이다.
따라서 남좌녀우(男左女右)는 결코 남녀의 차별적 자리배치가 아니라 자연적 순리의 순서일 뿐만 아니라 남녀 공히 조상의 얼을 이어 받아 청출어람(靑出於藍)하여 새로운 얼을 잉태시키겠다는 다짐의 약속과 상징이다. 제사상의 좌(左)와 우(右)의 상징과 그 방향에 따른 음식의 상징은 모두 위와 같은 의미에 수렴된다. 바로 제사의 목적을 관통하며 하나로 꿰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