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3월 12일 화요일
이번 주 '린'이 퇴소한다. 파란만장한 센터 생활을 한 녀석이다. '린'은 똑부러지게 생겼다. 그러나 이런 외모와 다르게 모든 것을 지루해 한다. 글씨도 잘쓰고 책을 보면 무슨 내용인지 금방 파악할 정도로 머리도 좋다. 그런데 그 머리를 쓰지 않는다. 항상 적당하게 대충 글을 쓴다. 표정은 항상 무료하다. 한번이라도 너의 혼과 열정이 들어간 글을 보고 싶다고 사정해보았지만 녀석은 대답만 하고 항상 대충 쓴다.
있는 동안 크고 작은 사고도 많이 쳤다. 센터 친구를 왕따시키는데 일조를 하기도 했고, 살짝 무단 외출도 했다. 그런데 이런 사고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슬쩍 한발 걸친 정도로만 해서 위탁에 가지는 않았다. 이런 녀석이 드디여 퇴소를 한다.
그런데 아이들의 편지를 보니 의외였다. 다들 '린'이 처음 올 때부터 잘해주고 설명해주고 말동무 해줘서 센터 적응을 잘했다는 것이다. 다들 '린'의 퇴소를 아쉬워했고 눈물을 글썽이는 아이도 있었다.
다 재미었고, 무료하고, 대충하던 녀석이 이런 인간미가 있었다. 원래 모습이 이렇게 착하고 매력있고 똑똑한 녀석이었을텐데...왜 살이 이토록 재미없게 되었을까? 나에게 편지도 써주었느데..역시 대충 썼다.
나가면 책도 계속 읽고 글도 계속 써보라고 넌 너무나 똑똑해서 다 잘할 수 있을거라고 진심으로 말해니 녀석의 눈가가 조금 촉촉해 진것 같다. 잘 살아서 다음에는 너의 멋진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