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앞으로 / 정영효
더 많은 땅을 갖고 싶어서 나는 돌밭을 가꾸었다
버려진 땅으로 일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돌을 가려내고 계속 돌을 치우면서
돌은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것, 드러나도 새로움이 없는 것, 한쪽에 버려두면 그냥 무더기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높게 쌓인 돌 앞에서 이웃들은 소원을 빌기 시작했다 부르기 쉬운 이름을 붙여주며 하나의 장소를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전보다 많은 땅을 가지게 되었고 더 이상 가려낼 돌을 찾지 못했다 쌓인 돌의 주인은 내가 아니었으므로
땅이 줄 내일을 상상했다 작물을 심고 빛이 내리쬐는 계절을 기다리는 동안
이웃들은 여전히 돌 앞으로 모였는데 땅에서는 무엇도 자라지 않았는데 지금을 밀어내는 소식처럼
하나의 장소가 필요해서 나는 돌 앞에서 수확의 기쁨을 바라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 돌을 구해오면서 돌을 더 높이 쌓으면서
- 『현대시』 2024년 8월호 ---------------------------
* 정영효 시인 1979년 경남 남해 출생, 동국대 국문과 및 동 대학원 졸업 2009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계속 열리는 믿음』 『날씨가 되기 전까지 안개는 자유로웠고』 산문집 『때가 되면 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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