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소동
어제 오후 예배를 마친 후 교회 창고에 쥐가 숨어들어 이것저것을 갉아놓은 것들을 정리하기로 하고 담임목사님 사모님과 우리 부부와 정장로님 김 권사님 부부, 그리고 김 집사님 부부와 아이들 모두 함께 식당 곁의 창고를 치우기 시작하였는데 상자들을 들어내다 보니 쥐가 만들어 놓은 난장판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음식물이 들어 있는 상자는 물론이고 물티슈며 다른 여러 것들도 모두 심하게 갉아놓아서 상자들을 바깥으로 옮기는데 그때 어느 한 상자에서 쥐가 튀어나와 함께 있던 모두를 기겁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 조그마한 쥐가 뭐라고 그보다 더 몸이 커다란 사람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 의자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쥐는 보란 듯이 쏜살같이 도망 다니다 옆의 주방으로 숨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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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가 갉아 먹은 모든 것들은 소각처리 되었고 소동이 있은 지 하루가 지난 조금 전, 사모님과 통화를 하였는데 주방으로 숨어든 쥐는 우리가 설치해둔 쥐 잡이 끈끈이 위에 놓아둔 맛있는 멸치 한 마리를 탐하다 그만 생포되어 죽음을 면치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잠깐이나마 일어난 쥐 난리는 일단락되었고 또다시 여러 쥐들이 들이닥쳐 더 많은 것들을 훼손할지도 모르니 대비를 잘 해야겠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자그마한 한 마리의 쥐 때문에 기겁을 한 우리가 우리 속에 몰래 스며든 사탄이나 그 흉계에 대해선, 아니 대놓고 공격하는 사악한 영에 대해 이리도 무감각하니 정말 큰 일이다 싶다.
뒤에 살펴보니 창고 구석에 이미 쥐구멍이 나 있어 이것들이 편안하게 출입하면서 난장판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 각자의 심령과 교회 공동체에 알게 모르게 구멍을 내고 들락날락한 사탄도 잡아서 내동댕이쳐야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런데 그렇게 날쌔고 재빠른 쥐도 처음이다. 톰과 제리 Tom & Jerry에 나오는 생쥐, 고양이를 늘 골탕 먹이는 제리보다 더 빨랐으니 말이다.
그래도 사탄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