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와 오브제 트루베의 창작 방법
- 키치(Kitsch, Kitch)와 오브제 트루베(objet trouvés)의 사물성과 일상성에 관한 개념
평론가 이기만 Critic yigimann@naver.com
Kitsch는 일상적인 사물을 가리킵니다. objet trouvés는 존재하는 사물(찾은 사물)을 가리킵니다. 두 개를 엮어서 생각해보면 일상의 사물 가운데 예술가가 의도 또는 우연히 찾거나 선택한 사물을 오브제 트루베라 할 수 있습니다. 키치도, 오브제 트루베도 현대의 예술 경향으로 전문성을 얻은 용어입니다. 이전에는 예술에서 쓴 용어가 아닌데 현대의 예술 경향 때문에 예술에서 사용하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키치는 일상적인 사물 중에서도 길에 굴러다닐 정도로 흔하디흔한 물건을 가리켰습니다. 점차 고급 예술과의 비교, 또는 순수 예술과의 비교에 의하여 예술계 내에 가장 저속한 작품이나 순수하지 못한 종류의 싸구려 예술 경향을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키치는 19세기 말기 이후 미술(유럽)에서 점점 사용 증가세에 있었고, 현재는 팝 아트(미국) 등에서 선호하는 일상 용품을 이용한 작품을 평가할 때조차 쓰기도 함으로써, 위상이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뜻에서 한국에서는 이발소 그림이라는 표현으로 키치를 대변하기도 하였습니다. 정확한 뜻이라고 할 수는 없고 유사 범위의 사례로 든 것입니다. 때때로 포르노그라피와 같은 개념에 있는 속된 경향에 대하여 이 표현을 쓸 수 있음을 함께 생각하시면 조금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시장에서 팔고 있는 물건이 미술관의 어떤 작품 속에 들어가서 고급스럽게 바뀔 수 있나, 바뀌면 어떤 변화라고 할 수 있나 하는 질문을 하며 그러한 사물의 전환 효과를 넓게 보고 현대 예술의 한 경향으로 생각하면 키치의 위상이 높아진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오브제 트루베를 키치에 견주면 조금 더 적극적인, 생산적인 예술 행위를 가리킵니다. 우연하게 찾은 것이든, 의도적인 발견이든 일상의 사물들 가운데 작품의 전환에 관련한 결과를 놓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수집(콜렉팅)을 예술 행위로 보는 경향이 현대에 생겼습니다. 물론 수집만으로 끝나는 것을 예술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수집한 것의 활용이 생길 때, 의미 부여가 이루어집니다. 예술가와 수집가는 다른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예술가의 수집 행위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다양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오브제 트루베와 같은 용어가 왜 필요하게 되었는지 알려줍니다. 이미 중세기의 한국과 유럽에서 활용하였던 아상블라주와 같은 기법을 새롭게 조명한 사실도 고려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수집이 예술로 이어진다는 것은, 예술가가 기존의 기법으로 작품을 제작하지 않고 남이 만든 제품이나 상품을 선택하여 거기에 예술 개념을 부여하는 형식과 같은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일종의 개념 예술(conceptual art)과 같습니다. 다다이즘, 팝 아트 등은 그 대표적인 것입니다. 개념 예술이 1960년대 이후 생긴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미 19세기와 20세기 초의 예술 활동에서 전조의 수준을 넘어서는 양식의 경향을 보여주었습니다. 다다이즘에서 기성품(레디메이드)을 전시하거나 그것을 변형하여 작품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 그러하고, 팝 아트에서 일상의 이미지를 복제하거나 상품 상자와 제품을 차용한 것이 그러합니다.
키치와 오브제 트루베를 조합 작품의 범위로 생각하는 것은 현대 예술의 곳곳에 등장한 키치 종류와 변형 사례, 오브제 종류와 새 기법 등을 이해하는 데에 매우 유익합니다.
Kitch(키치)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 사용한 생활 용어의 하나이므로 독일어 Kitsch(키치), 그리고 유사어로 schund(슌트)를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키치는 19세기에 일상에 빠르게 번진 장식미술운동과 생활미술의 유행에 힘입어 미술 용어로 진입하였습니다. 보기를 들어서, 키치 패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이 강세를 띠던 1970년대에 파리 등에서 유행한 통속과 속악(민속, 대중, 속류)의 취향을 일컫습니다. 한창 인기를 끌었던 고딕 패션(Gothic)이나 히피 패션(Hippy) 등과 비슷한 측면도 있습니다. 짜깁기처럼 뒤섞이는 문화에 대해서 확대하여 쓰기도 하고요, 촌스러운 여성 옷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때때로 조잡스러운 장식 취향도 여기에 속합니다. 슌트(Schund)에 비추어 키치를 종합하면 조잡한 저질 작품이나 저속한 표현을 가리킵니다. 고물, 폐물, 잡동사니 등을 포함할 때도 있고, 삼류와 아류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키치가 곧 삼류이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오브제 트루베에 관하여 새길 게 있다면, Objet(오브제)입니다. 트루베가 수집, 발견, 찾음, 되찾음, 구함, 얻음, 존재함 등으로 쓰는 일반 용어라면 오브제는 영어의 오브젝트(object)에 해당하며 미술 용어뿐 아니라 여러 예술 분야에서 전문 용어로 쓰기 때문입니다. 오브젝트는 실물, 대상, 객관, 물체, 물품, 용품, 물건, 사물로 활용하며, 콜라주(collage)와 아상블라주(assemblage)와 같은 조합 기법에서는 조형의 중요 요소이자, 형식 요건입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오브제 트루베는 건축, 문학, 음악, 요리, 패션, 미술(회화, 입체), 연극, 정보, 컴퓨터 등의 분야에 두루 걸쳐 있습니다. 오브제 트루베가 계속 낯설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으면 콜라주, 아상블라주, 비빔 문화의 특징으로 오브제 트루베를 이해하셔도 효과가 좋습니다. 물론 비빔 문화의 형식을 키치와 동일시하는 것은 지나친 평가입니다. 오브제 트루베가 재활용품의 모음처럼 보여도 폐품 활용 미술(Junk art)과 같지는 않습니다. 오브제 트루베를 정크 아트의 설명에 넣어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키치와 오브제 트루베가 부정적인 것이든, 긍정적인 가치를 얻었든 적절하게 활용하려는 노력은 용어 사용의 적절성과 함께 합리적인 평가의 맛까지 얻을 것입니다. 예술가의 표현에 대한 대응으로서 일상의 사물이나 보편적인 물건이 존재한다면, 키치, 오브제, 아상블라주, 신즉물주의(新卽物主義, Neue Sachlichkeit. (독어) Sache의 뜻은 사물.), 신사실주의(누보 레알리즘, Nouveau réalisme), 빈약한 미술(아르테 포베라, Arte Povera. (영어) Poverty.), 매체 예술(Media art. Video art.) 등은 사물과 사실, 감각을 중시하는 경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품 예술품과 속품 예술품을 나누는 등급 지수는 저마다의 형식에 따른 가치 평가로 분석해야 합니다. 키치와 오브제 트루베를 함께 포함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오브젝트는 대항적인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합니다. 주관에 대한 객관, 표현에 대한 사실, 주체에 대한 객체, 1인칭에 대한 3인칭, 내면에 대한 외부 세계, 감정에 대한 일상적인 습관, 고급에 대한 대중이 그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예술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겸재 정 선이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같은 예술가를 떠올리며 키치와 오브제 트루베를 생각해봅니다. 두 사람은 긴 시간의 연마를 작품 요건으로 생각한 예술가들입니다. 이를테면 물 긷는 데 3년, 종이 펴는 데 3년, 먹 갈이 3년 정도의 연습을 해야 좋은 작품을 그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정 선이 평생 그렸던 금강산이, 다 빈치의 면면을 자세하게 기록한 그의 화첩(Da Vinci Notebook)이 그들의 뜻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낙서 윤덕희의 <공재공행장(公行狀)>(해남 윤 씨 문헌)과 위창 오세창이 <근역서화징>에서 기록하였던 것과 같이, 날마다 사물을 그림으로써, 사물의 객관성을 잘 드러낸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이 내면의 중시와 외면의 꾸준한 연습의 결과라는 사실도 새롭습니다. 이들이 긴 연습 기간과 훈련, 내면의 일체감을 중요하게 여기며 창작에 힘을 쏟았으니 공장이나 가게에서, 고물상에서 물건을 구입하거나 수집하여 창작하는 사람들을 본다면 어떻게 평가할까요.
키치와 오브제 트루베에 관한 현대 예술의 활용도 생각해보고, 서양의 전통 예술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살피면서, 사물에 대한 동양 예술가의 태도가 작품에 남긴 영향을 탐구합시다.
삼재(三齋) – 공재 윤두서, 겸재 정 선, 현재 심사정. 삼원(三園)삼재 – 김홍도(단원), 장승업(오원), 신윤복(혜원), 윤두서, 정 선, 심사정. 사인(士人)삼재 – 정 선, 심사정, 조영석.
윤두서 – 위로는 윤선도(고산), 아래로는 윤덕희(낙서)와 정약용(다산)을 잇는 가계도 흥미롭지만 학문과 예술에 두루 능한 점, 내면의 구현과 외형의 질박한 사생 등은 그의 천재성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합니다. 인문학적인 지식인의 바른 면모를 고찰할 수 있는 사례이면서, 조선시대 비평가의 특징을 파악하는 데에도 중요한 인물입니다.
지두화 – 붓 대신 손가락으로 그리는 그림. (한국) 심사정, 최 북, 오기봉, (중국) 고기패 등. finger painting.
Whisky, Pen & Watercolor, George Grosz, 1918.
La Mandoline, Bronze, Armand Fernandez, 2004.
Anatomy Lesson of Dr. Nicholaes Tulp, Oil Painting, Rembrandt Harmensz van Rijn, 1632.
하마선인도(蝦蟇仙人圖), 지두화, 현재 심사정, 18세기.
운룡등천(雲龍登天), 수묵화, 현재 심사정, 18세기.
여협도(女俠圖), 수묵화, 이재관, 18-19세기.
Agnew Clinic, Oil Painting, Thomas Eakins, 1889.
Selfportrait, John Heartfield, 1920.
Daum marries her pedantic automaton George, Pencil & Watercolor, George Grosz,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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