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미군 장갑차에 압사 당한 효순양과 미선양의 추모 집회에 다녀왔습니다.
이 글을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고심 끝에 이렇게 쓰게 됩니다.
그저 제 생각을 담아가는 글이니,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 쓰고, 잡혀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네요, 후후...^^
며칠동안 바쁘게 지내와서인지, 몸이 피곤해 조금 늦은 시간이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지하철 역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데, 버스가 도저히 오지를 않더군요.
반대편으로가 광화문으로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차는 심할 정도로 밀렸고 그때부터 대충 집회 장소의 분위기를 짐작 할 수 있었습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결국은 신촌역 앞에서 내려서 지하철을 타기로 했습니다.
역을 그냥 지나치지만 않으면 훨씬 빠를테니까요.
버스에서 내려 신촌역을 향하는 사이, 많은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연인과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 헌팅에 목 매다는 듯한 사람들, 행복한 미소로 쇼핑백을 가득 손에 쥐고 걷는 사람들까지...
그리고 신촌 백화점 앞에서는 ‘이 모 후보’의 유세차량이 선거 유세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 사람, 오늘 수도권을 공략한다더니 역시나 신촌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택했더군요.
실망할 마음조차도 가지지 못하고 서둘러 지하철을 탔습니다.
옆을 보니 왠 두 사람이 쇠방망이를 들고 있더군요.
설마 집회때 쓰려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끔찍하겠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의 의의는 평화적 집회인데, 그 집회 역시 깨지고 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들도, 광화문 역에서 내리더군요.
하지만 설마 그 쇠방망이를 집회에 이용하려 했다고는 생각지는 않습니다.
아는 분께 연락을 취해서 있는 장소를 듣고, 그 장소로 향했습니다.
지하철 입구쪽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보이더군요.
알고봤더니 시위에 사람들이 참석하지 못하게 전경들이 입구를 둘러싸고 있더군요.
심지어는 쇼핑나온 가족들마저도 그들의 암묵적인 횡포에 의해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왜 막고 있는지조차 말을 하지 않고 있는 전경들...
그들의 그런 모습에 많은 사람들은 분노의 모습을 보이더군요.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한 사람이던, 가족들과 쇼핑을 나온 가족들이던...
한참을 실랑이를 부리던 사람들, 결국에는 몸싸움에 돌입했습니다.
길을 뚫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바로 뒤가 계단이라 정말 위험했었습니다.
잘못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전경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더군요.
하지만 앞에서 방패를 들고 서있던 전경들의 모습이 너무도 측은했던 것은 저뿐이었을까요?
심지어는 어떤 전경은 앞에서 자신을 밀고 있는 사람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나중에 들어보니 제가 아는 분은 전경의 눈물까지 보았다고 했습니다.
또 어떤 전경들은 시위에 나가기전 ‘오늘은 우리가 맞자...’라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말 했다가 전경분들이 정신개조훈련을 받게 되실까 짐짓 두렵습니다.)
역시나 그들의 마음도, 우리와는 별반 다를 바가 없는 마음이겠지요?
앞에서 방패를 들고 사람들을 막고 있었던 그들이지만, 그들의 마음도 너무 아팠겠지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다보니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보이더군요.
역시나 비겁한 사람들은 뒤쪽에 있는 것인지, 자신은 앞에서 몸싸움도 하지 않는 사람이 앞에 있는 사람을 때리는 모습은...
그것도 자신 혼자 흥분해서 손으로 사람을 치는 모습은, 정말 끔찍했습니다.
제가 알고 있기론, 앞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신입이기에 앞에 서는 것이랍니다.
뒤에 있는 소위 선배라는 것들은 뒤에서 욕을 하고, 때리며 오히려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든다더군요.
(다음에 집회에 가시게 되면 잘 보세요, 정말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정 공격을 하고 싶다면, 잘 보시고 공격하세요, 어쩌면 눈물 흘리는 전경이 맞을수도 있습니다.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처럼 이번 일을 가슴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허위유포죄로 잡혀가게 되면 어쩌죠? 저 아직 나이 많이 어린데요.
어떻게 잠깐 뚫리고 저는 교보문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교보문고 사람들은 셔터문을 닫으려고 하더군요.
문제는 밑에 있는 손님들이죠, 들어오지도 못하고 몸싸움에 휘말린 사람들도 있는데...
그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셔터를 닫아서는 안되는 것인데도 말이지요.
몇 사람이 그걸 막으려하고, 저도 다른 사람들 안전을 생각해서 셔터 문을 닫지 말아야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말했더니,
신경질적인 말투로 ‘그러니까 가만히 있으라구요’라고 하더니 ‘셔터문 닫어’를 연발하더군요.
물론 교보문고 측에서도 난처한 입장이었겠지만, 그들의 그런 대응은 정말 가슴이 아프더군요.
위에서 지시를 한 것인지, 교보문고 내부의 나머지 입구들도 전부 봉쇄되어있던 상황이었습니다.
(걱정되는 것은 지하철 입구쪽에서 나왔을때, 누가 깔렸다는 소리도 나왔다는 것이었죠.
정확히 알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그 상황에서 나올 수 없는 말은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겨우 주차장쪽으로 나와서 집회 장소로 향했습니다.
집회 장소를 빙 둘러싸고 있는 전경들, 그리고 그 안에 수많은 촛불들과 사람들...
저처럼 합류하지 못한 몇몇 촛불을 들 사람들...
저도 합류 못한 사람들에게로 가서 촛불을 들고 서있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전경들 중 일부가 뒤쪽으로 빠지더군요.
돌아가는 것은 아니고, 다른 쪽을 막기 위함이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집회 장소 내부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구요.
애국가를 부르는데, 왠지 가슴이 아파오더라구요.
아까 몸싸움에서 눌린 탓이었을까요? 가슴이 아파서 견디기가 힘들더군요.
아까 보았던 입구의 전경들의 무표정한 얼굴...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은 듯한, 그런 얼굴들...
눈물을 보이는 대학생들의 모습, 그리고 신촌에서 보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미소...
그 모든 장면들이 오버랩되면서 제 가슴을 아프게 하더군요.
집회장소에는 어린 꼬마부터, 연인, 외국인등 다양한 사람들이 보였습니다.
다들 촛불을 들고, 애국가도 부르고 집회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더군요.
피날레로 한 고등학생이 이야기를 하고, 집회는 대충 막을 내렸습니다.
대통령 후보였던 권영길 후보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글쎄요, 혹자는 그 분이 선거 유세를 위해 왔다고 혹평도 하던데, 설마 그랬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서울 유세를 한다며 신촌에서 유세를 하는 이 모 후보의 모습보다는, 권영길 후보의 모습이 훨씬 멋져보였습니다.
문제는, 집회가 대충 막을 내리고도 전경들은 해산할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왜였을까요? 촛불 집회였음에도...
촛불로는 탱크처럼 사람을 압사시킬수도, 고압의 전선처럼 사람을 감전사시킬 수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다행히 지하철 입구 쪽은 열려있어서, 저는 제가 만나기로한 사람들과 합류해서 장소를 옮겼습니다.
도저히 더 있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너무도 가슴이 아파서, 마음이 쓰려와서...
더 있다가는 정말 눈물이 흘러버릴 것 같더군요.
그것은 단순한 분노의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너무도 안타까워서, 너무도 슬퍼서...
도저히 서있고 싶지조차 않은 마음이었습니다.
이것이 저의 대충의 어제의 일정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너무도 많지만, 대략의 일정만으로 일기를 접을까 합니다.
조만간에 마음이 조금 편하지면, 그날의 느낌, 그리고 저의 생각을 적어 올리고 싶네요.
아직은 힘이 드네요,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 조차도...
매주 토요일마다 촛불 집회가 있습니다.
특히나 14일 토요일에는 대대적은 촛불집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참석하지 못한다면, 집에서라도 촛불을 켜고, 동네에 모여서 촛불을 켜고 마음이라도 함께함이 좋지 않을까 싶네요.
죄송하지만, 이 글 퍼가는 행동은 금해주세요.
정 집회에 관한 것이 궁금하면 직접 참여하세요.
괜히 이 글 내용을 보고 누군가에게 화살을 돌리거나 하지 말아주세요.
그 당시의 상황은 겪어보지 않고 말할만큼 가벼운 것들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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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