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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발견] 13
S#1. 하진의 집 (M)
-햇살이 창으로 비추고.. 하진, 편안한 얼굴로 잠들어 있다. 그 위로, 주방의 여름의 도마질 소리 들리고.
-여름, 앞치마를 매고 적당히 양파나 호박 등을 썰고 있다.
여름의 왼손에는 커플링, 오른손에는 어제 하진에게 받은 프로포즈 반지가 끼어있고. 여름이 하진을 위해 아침을 준비한다.
-플래시백. 11부 44씬.
하진 : 군산...을.. 갔었잖아..
하진 : 거기에.. 친남매처럼 자라던 아이들이 있었대. 예전에.
하진 : 근데, 여자애가 일곱 살 되던해에 여자애한테 입양기회가 왔었대.
하진 : 둘이 떨어지기 싫어서 산에 숨었었대.
하진 : 열두살. 여자애를 입양하려던 그 집에서, 그 남자앨 입양했대.
여름 : 뭐야. 그땐 산에 안 숨었어?
하진 : 그러니까... 그 남자애.. 참 나쁘지?
-인서트, 1-1. 어젯밤.. (어젯밤씬은 슬프기보다는 따뜻했으면)
여름과 하진, 쇼파에 등을 기대고 밑에 나란히 앉아 얘기를 하고 있다.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아예 작정하고, 밤새 이야기하겠다는 생각으로.. 와인 마시는 두사람.
하진 : 그 이야기가.. (아프지만, 따뜻하게 웃으며- 모든 걸 털어놓을 생각을 한 후니까) 나하고 아림이 이야기야.
여름, 응? 하고 멈추고 보면,
하진 : 입양간 애가 나고, 혼자 남은 애가 아림이야..
여름 : (전혀 상상도 못해던 이야기고)
하진 : 나.. 참 나쁘고 비겁하지..?
여름 : (충격 가시지 않았지만) 아니.. 전혀..
하진 :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여름 : (가엾게 보며) 열두살이 뭘 알아.. (아프게 보다가 팔 벌려, 안아준다) 나쁘지도 않고, 비겁하지도 않아.
그렇게 생각하고 살았다는 게 믿기지도 않고.
하진 : (오랫동안 자책했던 게 풀리는 느낌이고)
-가스렌지 위, 보글보글 끓고 있는 찌개의 간을 보는 여름, 맛있다, 간이 됐다 싶고.. 그 위로,
여름(E) : 어쩌면,
-플래시백, 10부. 61씬.
태하에게 안겨울던 여름.
여름(E) : 내가 위로받은 만큼 위로할 줄 알게 된 것도 같아요.
-가스 불을 끄는 여름..
-인서트. 1-2. 어젯밤..
앉아있는 여름의 다리를 베고 편하게 누워있는 하진.
하진 : 열두 살에 입양이 되는 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거든. 사춘기에 막 접어든 다 큰 남자애를 데리고 간다는 건,
가는 쪽에서도 받아들이는 쪽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니까..
여름 : (누운 하진의 머리를 따뜻하게 쓸어주고)
하진 : (그런 여름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두며) 그때 나는 알고 있었어, 그게 얼마나 귀한 기회인지..
그래서.. 새벽에 아림이가 자고 있을 때 나왔어. 그 뒤엔 한번도 보육원 근처에 가본 적 없었어.. 얼마 전에 가기 전까지는..
-식탁 위 차려진 음식들, 마지막으로 찌개를 가운데 놓는 여름 위로,
여름(E) :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
-인서트. 1-3. 어젯밤.
쇼파 아래에 머리를 팔로 괴고 마주보고 누워 편하게 서로를 보는 여름과 하진.
모든 것 털어놓기로 했으니, 하진 가벼워지고 담백해져서..
하진 : (조금쯤 남의 이야기하듯 가벼워져서) 니가 이해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지만..
나도 정면으로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일거야, 아마도. / 엄마가.. 나를.. 태어나면서부터 엄마 아들인 것처럼 대했으니까..
나도 그 마음에 기대서.. 그냥 이대로 살아버릴까, 이대로 사는 게 더 좋겠다.. 생각한 적도 있고...
여름 :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하진 : 눈뜨고 아픈 것 보다.. 가끔 잠을 못자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웃음)
여름 : 그래서.. 어릴 때 이름은 뭐였어?
여름의 그말을 들은 하진이 웃는다. 이내, 눈가가 젖는다. 눈물 참고 웃으며 일어난다.
여름, 따라서 일어나는데.. 하진, 눈물 참아보려 다른 데 보는데.. 툭 눈물이 떨어진다.
여름, 그대로 하진을 본다..
하진.. 여름 안 본채.. 바닥 보고 앉았다가..
하진 : 내 이름.. (하고, 호흡 고르고.. 눈가 완전히 젖어서 여름을 보며) 내이름.... /// 안..진수...
여름 : (그렇구나.. 웃으며, 눈가 젖어서 보는)
하진 : (역시 눈으로는 울지만. 웃으며) 그게.. 내 이름이야. 서산 안씨. 나아갈진, 나무수.
여름 : (눈가 젖어서 따뜻하게 하진을 본다)
하진 : (처음 뱉어본 이름.. 쑥스럽고, 이상하다. 그래도 웃는다)
여름 : ....만나서.... 반가워요. 안진수씨..
하진 : (눈가 젖은 채, 팔 벌리고) 네. 한여름씨.
여름 : (같이 안고)
하진 : (조금 흐느껴 울어도 좋겠다)
-여름, 편하게 잠들어있는 하진을 따뜻하게 보다, 하진의 머리를 쓸어준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하진은 깊이 잠들어 있고.
마침 울리는 알람. 여름, 얼른 알람을 끄지만 하진은 이미 알람 소리에 잠이 깨고.
여름 : (이불 여며주며) 조금 더 자. 겨우 세 시간 잤어.
하진 : (여름의 손잡아서 입 맞추고, 다시 눈 감은 채) 언제 일어났어?
여름 : 좀 전에.
하진 : (눈 감은 채, 침대 위 여름이 누울 자리 만들어 주며, 팔 뻗어 이리로 오라고 침대 자리를 툭툭 치며)
우리 같이, 좀만 더 자자.
-여름, 씽긋 웃고 하진의 뻗은 팔을 베고 누워 하진의 얼굴을 어루만지면, 감싸안고.
하진 : (그대로 눈 감은 채) 좋다.. 결혼하면, 맨날 이런 아침일 거잖아.
여름 : 무슨 소리야. 이틀에 한번은 하진씨가 밥해놓고 날 깨워야지.
하진 : (눈 감은 채 웃고) 그냥 내가 매일 할게. (여름을 끌어당겨 가슴 깊이 꼭 안고 여름의 이마 입 맞추는)
S#2. 태하의 집 근처 산책로 (M)
-조깅하는 태하, 차고 있던 휴대폰시계에 전화오면, 버튼 누르고 블루투스 연결해 받는다.
태하 : (통화하면서 조깅하고) 어, 왜? / 조깅하러 나왔지. 이제 들어갈거야. / 우리집엔 왜 자꾸와, 형이 내 마누라야?
S#3. 태하의 집 (M)
-식탁에 상 차리며, 전화중인 윤실장.
윤실장 : 왜 아침마다 오겠냐? 간밤에 죽었을까봐 오지! / 얼른 들어오기나 해. 아침 먹게. (끊고)
-윤실장, 집 둘러보면, 거실 테이블엔 어제 먹은 술병과 술잔.
윤실장 : 술을 또 샀어.. 또 마셨고.. / 잠은 당연히 못잤을 거고.. (한숨) 연애가 사람 하나 잡는구나..
S#4. 하진의 집 (M)
-식탁앞에 마주 앉아 여름이 차린 아침을 먹는 여름과 하진.
여름 : (문득) 그래서 아림씨는 유학을 간대?
하진 : (고개 젓고) 설득하는 중이야. 이상하겠지. 어느날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 나한테 왜 이래, 계속 그런 얼굴 하고 있으니까.
/ 자전거는 왜 사주나, 군산은 왜 같이 가자고 하나, 니가 의심한만큼 걔도 이상할거야.
/ 너 어제 집 앞에서 아림이 봤다고 하지 않았어?
여름 : 아, 맞다. (갸웃) 걔 울고 있었는데.
하진 : 울어?
여름 : (끄덕이고) 그래서 내가 오해했잖아. 하진씨 집을 올려다보며 울고 있어서...
하진 : (갸웃) 어제 병원와서 유학서류 받아갔다던데...
여름 : (지금 와 생각하니 몹시 미안하고) 실은.. 나랑 어제 좀 다퉜는데.
하진 : (?)
여름 : (미안하고) 내 남자친구는 니 형편이 안돼보여서 친절하게 대한거다... (변명) 착각할까봐... 좀.. 못돼게 말했어..
하진 : (왜 그랬어? 하는 투로 보고)
여름 : 나만 그런 건 아냐. 걔도 성질 좀 있던데, 하진씨 모르지?
하진 : 니가 먼저 건드렸다며..
여름 : 그치.. 내가 먼저 건드리긴 했어.. 이걸 기회로.. 성격 좀 고쳐볼게.
하진 : (밉지않게 흘기며) 괜히 스트레스 받지말고, 생긴대로 살아. (웃음) 내가 잘 맞추면서 살아볼테니까.
여름 : (웃고)
S#5. 태하의 집 (M)
-조깅하고 들어와 젖은 옷을 벗는 태하.
식탁 차려져있고, 윤실장 술병 치우며.. 거실을 훑어본다.
윤실장 : 딱 한눈에 봐도 실연당한 남자의 집구석.. 이렇게 온 몸으로 괴롭단 표시를 내는데, 내가 어떻게 널 혼자 두냐?
-태하, 말없이 한쪽의 로봇청소기 전원 누른다.
-로봇청소기 저 혼자 돌아가고,
-술병들 한쪽에 놓고.. 식탁에 앉는 윤실장과 태하.
태하, 입맛이 없는 듯.. 한숟갈 뜨다가 놓고, 후- 한다.
태하(E) : 어젯밤.. 여름이는 프로포즈를 받았을까요..?
-그 생각이 떠나지 않는 태하.. 먹기를 포기하고, 얼굴 한번 쓸어본다.
윤실장, 그런 태하를 짠하게 보고..
윤실장 : 한번에 정리될 거라고는 생각 안했지만, 좀.. 오래간다...?
태하 : (수저 다시 들며) 괜찮아지겠지.. (밥 먹어보려 하다가, 다시 수저놓는 다) 아... 안괜찮아..
윤실장 : (보면)
태하 : ...괜찮아질 것 같지도.. 않아!
-여름, 11부 엔딩에서 ‘너를 기다리게 되잖아..’ 위로..
태하(E) : 그 마음이 단순히 지나가는 마음이 아니었으면.. 좋겠고..!!
-12부, 28씬 데려다 줄게. 하는 여름을 보는 태하 위로,
태하(E) : 얘가 왜 이러나.. 나한테 미련 남았나.. 싶고..!!
-12부, 52씬 하진의 집에 데려다주던 태하.. 하진의 아파트 가까워지는 것을 보며..
태하(E) : 이대로 안 보내고, 먼데로 가버릴까, 싶고..
그러나, 여름은 내려서 가고.. 가는 여름을 보는 태하..!!
태하 : 하루에도 몇 번씩.. 그런 마음들과 싸우면서 지내. 근데 어떡할 거야? 지진이 나길 했어, 화산이 터지길 했어..
펄펄 끓는 물도 불 꺼지면 식기 마련이고.
윤실장 : 그래.. 경험자들이 이야기 하잖냐..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태하 : 그 말은 못 믿겠다. 가면 갈수록 더하잖아, 지금.
윤실장 : 좀 더 살아봐. 시간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거다. / 이 세상에 딱 하나, 그 특별한 한 여자가...
널리고 널린 여자 중에 하나가 돼. 언젠가는. / 그러면, 이놈의 시간.. 정말 무섭구나, 한다구.
태하 : ... 나 모르게 연애했어? / 내가 연애할 시간을 준 적이 없는데.
윤실장 : 연애는 원래 안해본 놈들이 더 잘 알아. / 해본 놈들은 지 연애가 전분 줄 알거든. 너같은 놈.
태하 : ...
윤실장 : 밥이나 먹어. 먹고 아파야지.
태하 : (억지로 수저 든다) 시간이 지나도 안 괜찮아지면, 형은 내 손에 죽었어..
S#6. 신윤희의 작업실 (D)
-장기은이 노트북 앞에 앉아, 찾아온 도준호를 어이없는 얼굴로 올려다본다.
장기은 : 연애편지를 써달라고?
준호 : 이공계잖아요. 내가. 미분 적분을 풀라고 하면, 내가 눈을 감고도 풀어. 근데, 글은 안돼.
/ 장작가님이 명문장으로 그여자가 완전히 나한테 넘어오게.. 어떻게 안돼요?
장기은 : 어떤 여잔데. 타깃에 맞춰 써야지..
준호 : (생각한다) 아.. 골치아픈 여잔데..
장기은 : ?
준호 : 눈치가 없어. 식욕은 왕성해. 나랑 라면 궁합은 맞아요. 입이 좀 거칠고, 툭하면 주먹질에, 왠만한 여자들이 다 있는
변비는 없어요. 다리는 짧고, 가슴은 좀 괜찮고. 얼굴은... (이 고백 해야할까?) 아, 내 타입 아닌데....
(갸웃, 지금이라도 그만둬야하나?) 아, 결정적으로 애가 더러워요. 술버릇도 안 좋고.. 무식해..
장기은 : 그런 여자를 왜 좋아해?
준호 : 하지마까? / 누가 나 좀 말려줬음 좋겠어요, 나도.
장기은 : (뭐냐.. 흘겨보다가) 어떻게 써주면 되는데?
준호 : 로맨틱하게요-. 왜 그런 거 있잖아. 멜러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들이 하는 대사.
장기은 : (끄덕이고) 원고료는 얼마 줄건데?
준호 : (사와서 내려놓은 롤케잌 내려다본다. 이걸로 안되는 거였어?)
장기은 : 나.. 돈 안 되는 글은 일기도 쓰기 싫은 여자야..
준호 : 얼마면 되는데요?
S#7. 여름의 공방, 전시실 (D)
-여름의 프로포즈 반지를 보고있는 솔. 감탄하고 있고.
솔 : 그래서, 프로포즈 받은 소감은?
여름 : 알고는 있었지만, 하진씨라면 오래오래 같이 잘 살 수 있겠다, 그런 느낌.. (말하며, 유리컵 가져와 반지 빼서 담아놓고)
솔 : 근데, 왜 빼?
여름 : (목장갑 탈탈 털어 끼면서) 알반지라서 일하기 불편하잖아. (테라스 쪽으로)
솔 : (따라가며) 그래서 결혼은 언제할건데?
여름 : 와인바랑 타운하우스 작업 끝나는대루 준비해야지.
S#8. 여름의 공방, 작업실 (D)
-여름, 정리한 목재를 절단기 앞에 놓는 동안 솔, 안면보호대를 착용하고 절단기 앞에서 나무를 자르고 있다.
-솔의 핸드폰 문자 소리 들리고,
솔, 잠시 멈춰 문자 내용확인하고 바로 핸드폰 접고 절단을 하려는데, 또 다시 문자가 오고,
핸드폰을 보고, 닫기를 반복하는 솔. 한숨 한 번 쉬고 결국 절단기 멈추고, 안면보호대 벗는다.
핸드폰 보며, 후- 하는 솔.
그런 솔을 의아하게 보는 여름.
솔 : 나 요즘 사생활.... 본의아니게 디게 복잡하다?
-솔, 여름에게 핸드폰 문자 창을 보여준다.
윤실장(E) : 솔이씨. 점심 식사는 하셨어요?
은규(E) : 솔아. 점심 맛있게 먹어.
솔 : 좀 있으면 사생활이 문란해질 거 같아. 나..
여름 : (웃고) 둘 중에 누가 좋아?
솔 : 윤실장님은 나이가 있어서 든든하고 편할 거 같고, 자상하잖아. (알지?)
여름 : (끄덕이고)
솔 : 은규는.. (픽 웃으며) 정말 나한테 영향을 많이 줬어. 나 은규 때문에 돈 모았잖아. 청약도 은규 때문에 넣고,
내가 펀드니 종신보험이니.. 어떻게 다 알았겠어? 은규는 마음 빼고는 다 챙겨줬어. 근데 이제 마음을 줄려고 하는 거니까....
여름 : 그럼 은규로 할려고?
솔 : (도저히 이해 안 간다는 듯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려..
여름 : 윤실장이?
솔 : (사이 좀 띄고) ....도준호가.
여름 : (믿기지않고) 도준호? / 우리집 도준호?
-7-1. 여름의 집, 거실 (D)
준호, 여행용 가방을 들고 들어선다.
솔 : 너 왜 와? 일본 학회간다고 했잖아. 어떻게 다섯시간만에 돌아와?
준호 : (남의 말하듯)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더니 내 여권이 만기됐대. 오늘까지래.
솔 : (화들짝) 그래서, 학회는?
준호 : (재밌는 경험이라는 투로) 못갔지. 와.. 어떻게 여권이 오늘 만기냐.
솔 : 그걸 확인도 안하고 비행기를 탔어?
준호 : 그니까. (방으로 가며) 하네다공항 우동 맛있더라..
솔 : (어이없어서) 아우 저 바보..
-7-2. 여름의 집 앞 (D)
세워져 있는 준호의 차.
준호, 슬리퍼신고.. 출근이 늦었는지 급하게 막 나와 차 문을 열려고 하는데, 차키를 안 갖고 왔다.
준호 : 에이씨. 윤솔! 윤솔! 내 차키!! 차키 좀. (하고 전속력으로 집안으로 들어가려 계단 두 개 건네 뛰려다 다리 꼬여 자빠지는)
솔 : (밑에서 소리친다) 야. 너 신발도 바꿔신고와!
-7-3. 병원 입구 (D)
손님이 병원으로 들어오면 준호, 문을 열어준다.
손님이 안으로 먼저 들어가고 뒤이어 들어가려던 준호, 손님이 닫은 문에 머리를 박고 아파하는 모습.
솔 : 하는 짓마다 이상하고, 우리가 만드는 의자로 치면 다리 한짝이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마음에 걸려. 그냥.
여름 : (알겠다.. 웃음)
솔 : 왜 웃어? 나한텐 미스테린데. / 내가 원하는 걸 생각해봤어. 돈, 명예, 학벌, 집안, 키, 몸무게, 외모. 다 필요없어.
이십대엔 그것도 나름 중요했는데, 지금은 아냐. / 딱 두가지. / 첫째, 나를 여자로 대해 줄 것.
둘째, 나를 여자로만 대하지 말고, 인간으로도 대해줄 것. (얼굴 딱 굳으며) 근데.. 변기를 나한테 선물해?!!!
/ 여자로는 안보는 거지, 나를.
여름 : 근데도.. 그냥, 도준호가 좋다? 윤실장님하고 은규는 이유가 있는데, 도준호는 이유도 없이?
솔 : 그래서 내가 나머지 두사람이랑 데이트를 못하고 있잖아, 지금.
여름 : (잠깐 생각하다가.. 편하게.) 근데 솔아.. 그런 거 있잖아..
솔 : (응? 하고 보면)
여름 : 그냥, 사랑하게 되는 사람.
-플래시백. 2부 41씬.
첫눈에 반한 태하와 여름, 컷 짧게. 대사 넣지 말고.
여름(E) : 그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좋아하게 되는 거...
여름 : 그런 거.. 몰라?
솔 : 글쎄.. (모르겠고)
여름 : 그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나쁜 사람인지, 좋은 사람인지.. 아무것도 모른 채..
/ 모르는 채로 그냥 좋아지는 사람. / 그리구...
-플래시백. 3부 12씬.
연화도 분교에서 잠들기 전에 손을 잡았던 여름과 태하, 역시 대사는 빼고.. 그 위로,
여름(E) : 좋아지는 것과 동시에 이게 사랑이구나..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알게 되는 그런 사람..
여름 :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사람... / 그런 거.. 몰라?
솔 : (빤히, 밉게 본다. 강태하 이야기인 것 알았다)
여름 : ..... (그런 사람말이야.. 몰라? 느낌으로 보고)
솔 : (길게 보다가, 자리 탁 털고 일어나며, 야무지게 쏘아붙이는) 나, 강태하 싫어! (다른데로 가고)
여름 : (그 말에 슬핏 웃으며 바닥만 묵묵히 보고)
-솔, 내내 여름이 불안했다. 여름에게 무언가 말할 기회 주고 싶지 않고. 전시실로 올라가다가, 돌아본다.
-여름, 솔의 그 말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일을 다시 시작한다.
솔 : (너무 속상해서) 미친 기집애... 대단도 하셔! 그냥 좋아하게 되고,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알고, 모든 게 자연스러워?
여름 : .....
솔 : 왜 우는지 이유도 모르는데 울게 만드는 사람이라는 말은 왜 안하냐?
여름 : .... (묵묵히 일하고)
솔 : (노려보다가, 다가온다, 친구 답답하고 안됐기도 하고, 일하는 여름의 등 뒤에 대고 다다다다 해댄다)
내가 니 마음 모를 줄 알어?! / 모르는 척 하는 것도 얼마나 힘든지 알아? / 난 니네 둘 다 이해 안가.
헤어져놓고 또 헤어지자고 하는 그놈이나, 그런 말을 듣고 집에 와서는 왜 우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는 너나,
둘 다 이해가 안가!
여름 : ..... (못들은 척 시선도 돌리지 안고 일하고)
솔 : (그런 여름을 보다가) 너 강태하한테 흔들리지?!!
-여름.. 솔이 자신을 보고선 것 알고도 시선 돌리지 않고 일한다.
솔, 그대로 보고 섰다.
여름, 일하던 것 탁 놓고.. 눈 질끈 감았다가, 서늘하게 솔을 돌아보며, 화난 투로.
여름 : 그래. 흔들려.
솔 : (진짜였구나..)
여름 : (눈가 조금 젖어서, 조금 공격적이어도 좋다) 어떻게 안 흔들리니?!! 다른 사람두 아니고, 강태한데!!!
/ 나한테 강태하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솔 : ....
여름 : (눈물 맺혀서) 오년을 사겼고, 가장 순수할 때 만나 바닥까지 다 드러내며 사랑했고, 지금도 날 바닥까지 다 아는 사람인데!!!
삼십년 친구인 도준호하구 너보다도 나를 더 잘아는 사람인데!! / 어떻게... / 안 흔들리니?!!!
솔 : ...
여름 : 흔들려. / 흔들려. / 흔들린다구!!!! (그래서 뭐? 심정이다)
-플래시백.
11부 엔딩에서, 등 뒤의 태하, 공방에서 쪼그리고 앉아서 기다리던 여름. 그 위로,
여름(E) : 그래서, 기다리지 말아야하는데, 기다리고!!!
-플래시백,
11부 엔딩에서, 태하에게 네가 너를 기다리잖아.. 하고 앉아서 울던 여름.
여름(E) :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고!!!
여름 : 근데.. 뭐? / 내가 거기서 뭘 얼마나 더 하는데..
/ 오년이나 사겼던 남자, 술 취해서 내 친구 업고 왔는데, 집에 데려다 준 거?
/ 아니면, 하진씨 알까봐 발 동동굴리고 있는 거? / 내가 태하씨랑 잠을 잤니, 아니면 태하씨랑 도망갈 궁리를 하니?
솔 : ....
여름 : 흔들리는 거.. 그것도 못 봐줘?
-플래시백.
12부 엔딩에서, 여름.. 하진의 집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위로..
여름(E) : 도망.. 안 가잖아. 내 자리가 어딘지 알고 있잖아.
여름 : 어떡하든, 내가 선 자리에서 버티고 있잖아!!!
솔 : (그 심정 알겠고, 안타깝고)
여름 : (참았던 눈물.. 흘리고.. 화난 것도 꺾여서) 내가 플라스틱도 아니고, 무쇠도 아니잖아.. 어떻게.. 안 흔들리니..?
솔 : (눈가 젖어서, 다가가 말없이 안아주고)
여름 : ......
S#9. 태하의 회사, 태하의 사무실 (D)
-태하, 자리에 앉았고, 그 옆에서 함께 주택 부지 사진을 보고 있는 윤실장.
태하 : 땅은 별장부지로 괜찮네. 옆에 끼고 있는 계곡이랑 지형을 그대로 살리면 괜찮겠는데?
윤실장 : 뭣보다 건물주가 괜찮아.
태하 : (보면)
윤실장 : 평창동 박사장님 형이래. 무조건 박사장네 가평 별장보다 잘 지어달래. 설계고 자재고 다 믿고 맡긴대.
태하 : 평당 건축비도 상관없이?
윤실장 : 그냥 박사장네보다 좋으면 된대. 사모님들끼리 친군데, 동서지간에 경쟁심리가 장난 아닌가봐.
태하 : (웃고, 사진 보며) 땅이 좋아서 일은 재밌겠네. 건축비 상관없다면 자재도 제대로 쓸 수 있을 거고.
윤실장 : 잘 지어서 이번에도 상 한번 받자. 강태하.
태하 : 조옿지. (사진 중에 하나) 뒤쪽에 있는 이 산은 국유림이야?
-태하, 벨이 울린다. 여름이다. 핸드폰 보다가, 산뜻하게 받는 태하.
태하 : 어. 한여름.
S#10. 여름의 공방, 전시실 (D)
여름 : (노트북 앞에 앉아서, 간단하게) 와인바 가구 1차 작업 끝낸 거 사진 찍어 이메일 보냈어.
/ 마음에 들 거야. 안 들어도 수정할 의사 없구.
S#11. 태하의 사무실 (D)
태하 : (컴퓨터 보며, 사진 넘겨보면서) 그래. 괜찮네. (역시 좋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엑설런트야.
S#12. 여름의 공방, 전시실 (D)
여름 : 여기 둘 데 없어. 와인바 공사 늦어지는 것 같던데, 일단 태하씨 회사 창고에 넣어주면 좋고.
태하(E) : 그래. 날 잡아 그렇게 해.
여름 : (끊고, 표정없이 일어나 책상 언저리 치우는데)
솔 : (그런 여름을 걱정스럽게 본다)
S#13. 태하의 회사, 태하의 사무실 (D)
-태하 옆에 붙어 여름이 만든 가구 사진들 보는 윤실장.
윤실장 : 와.. 디자인보다 훨씬 잘 빠졌는데? / 이 정도면 와인바 갖다놓기 아깝다. 한여름씨, 장난 아닌데?
태하 : (짧게 웃고, 이럴 줄 알았다) 한여름이니까. / 이런 애야, 한여름이.
윤실장 : (보며 혼잣말) 가구 전시회 해도 되겠는데?
태하 : (만족스럽다)
S#14. 여름의 공방, 전시실 (D)
솔 : 아까.. 말 심하게 해서.. 미안해.
여름 : 괜찮아. 이해 안갈 거야.
솔 : 이해가 안가는 게 아니라, 걱정되니까.. 그렇지..
여름 : 남의 연애, 가까이서 보면 다 우습고, 유치하고, 왜 저러나 정신병 같고. (조금 웃고 솔을 보고)
나도 다른 사람 연애는 웃기고 이해 안가. / 근데. / 넌 내 친구잖아. 다른 사람은 다 돌던져도 너는 그러지마.
너한테까지 돌 맞으면 꽤 아플 거 같으니까.
솔 : (미안하게 보고)
여름 : 그리고... (잠깐 뜸 들였다가, 솔 보며) 나.. 하진씨 좋아해. 솔아.
솔 : ..그것도 알아.. 내가 바보냐.
여름 : 강태하 만났을 때는 어릴 때니까, 그렇게 앞뒤 눈에 보이는 것 없이 좋아한 거고.
솔 : (OL) 백사람이 있으면 백가지 사랑이 있다는 거.. 안다구. 나도.
여름 : (편하게 웃고) 그리고.. 이제 하진씨를 너무 많이 알게 돼서.. 더 이해하게 됐고.. 더 좋아하게 됐고,
그래서.. 헤어질 수는 없어.. / 헤어질 마음도 없고.
솔 : 그래서?!
여름 : 그래서.. 하진씨랑 잘 살아볼 거라구. 나는. (하진에 대해 한 말은 진심이고..)
솔 : 그래. 그 맘이면 됐어. (흘기며, 웃고)
여름 : (같이 웃는데서)
S#15. 봄봄성형외과, 일각 (D)
-하진, 휴대폰으로 아림에게 전화를 한다. 아림이 핸드폰을 받지 않는다.
갸웃하는 하진.. 문자를 보낸다.
하진(E) : 아림아. 병원에서 가져간 유학자료는 봤니?
S#16. 아림의 집 (D)
-아림.. 벽에 기대고 쪼그리고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다.
하진(E) : 메모 꼼꼼히 해놨으니까, 자세히 봐. / 메시지 확인하면 전화주고.
-아림, 복잡한 마음이 지나가고, 무언가 결심이 선 상태.
그 앞에 널려있는 하진이 정리한 유학자료들.. 다시 봉투에 넣고, 앉은 걸음으로 가서 어디쯤 올려놓고,
그 위에 윤진수와의 사진도 뒤쪽으로 탁 덮어놓는다. 속내 짐작할 수 없게, 차분하고, 담담한.
S#17. 봄봄성형외과, 일각 (D)
-하진. 전화기를 꺼내본다. 답이 없다.. 갸웃하는 하진. 걱정이고.
S#18. 여름의 집, 마당 (N)
-준호, 마당을 서성이며 장기은이 써준 편지로 고백을 연습한다.
준호 : (읽으며) 언제부터였을까... 흐르는 니 땀방울에 내 눈가가 젖어온게...
앞으로 니 옆에서 너의 땀, 너의 눈물, 내가 다 닦아주면 안될까? (순간, 정적) 아이씨.. 겨우 이걸 써주고 십만원을 받냐?
-점프. 마당의 나무에 대고..
준호 : (건방지게) 야, 내가 그 자식들보다 빠지는 게 뭐야? 외모 스펙 다 내가 낫지 않아?
그렇게 연애가 하고 싶으면 그냥 나랑 해! (뻘줌) 아, 이건 재수없는데....
-점프. 서성이는 준호..
준호 : 너 그거 알아? 니 삶에 내가 없었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거? / 그러니까 앞으로도 내가 계속 니 옆에 있어 줄게.
내가 잘 할(게...)
-준호, 말 끝나기 전에 돌아서는데... 앗!! 윤솔이 퇴근 차림으로 서있다.
“아이쿠! 깜짝이야!!!!! 심장도 안 좋은데, 기집애가, 기척도 없이!!!!!” 놀라는 준호.
솔 : (가만히 본다)
준호 : (들켰나...?)
솔 : (같잖게 본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나봐? (내가 아닌 것 같다. 저런 편지 쓰는 것 보니..)
준호 : .....어....
솔 : 또 이상한 또라이겠지.. 여자 보는 눈이라곤 없어가지고.. (쯔쯔)
준호(E) : 그게 너야.. 솔아..
솔 : 고백하는 꼬라지 하고는. (쳇) 그렇게 고백하면 단번에 차여. 유치하고 군내나고 촌스러워. (안으로 가버린다)
준호 : (안심, 혼잣말) 아오.. 안하길 잘했다. 차였을 거 아냐... / 저게 은근히 까다로워가지고, 내 승부욕을 자극하네...?
S#19. 여름의 집, 솔의 방 (N)
-솔, 옷 갈아입고 벗은 옷 치우는데.. 노크하고 고개 내미는 준호.
준호 : 너, 라면 먹을래?
솔 : (뚱하게) 좋아하는 여자랑 먹어.
준호 : (보다가, 그게 너잖아..) 솔아... 라면 먹자. 나랑.
솔 : 그여자랑 먹으라니까!!!
준호 : 같이 먹자구!!!
솔 : 너랑 이제 라면 안 먹어!! (하고, 세탁물 들고 나가버린다)
준호 : (가는 솔을 보고, 뒤에 대고) 관둬. 관둬!!!
솔 : 내가 너랑 라면 먹는 사람이야? / 좋아하는 여자랑, (먹으라구!! 하려는데)
준호(E) : (눈치챘나.. 탐색) 그래.. 그여자가.. 너야..
솔(E) : (혹시 난가? 탐색..) 만약 그게 나래도 이렇게는 못 넘어가..
준호 : (그 시선 그대로 보며, 제발..)
솔 : (탁 접고) 안 먹어!!!
-솔, 등 돌려 가고.. 가는 솔 안타깝게 보는 준호에서 F.O
S#20. 태하 회사 일각 (D)
-외출했다가 오는 듯한 태하와 윤실장.
윤실장 : 오후에 여름앤소나무 우리 현장 가는데... 난 안산 미팅 있다.. 여름씨가 온다던데.
태하 : 그게 뭐?
윤실장 : 둘이.. 괜찮겠냐?
태하 : 괜찮아야지. 안 괜찮으면 서로 불편하기만 한데. / 점점 편해지는 것도 같고. / 형이 그랬잖아. 시간이 약이라고.
(문득 멈추고 보며, 못 마땅한) 안산 현장 조경이 왜 그래? 안방 창 앞에 나무 심겠다는 것 같던데, 나문 안돼.
십년, 이십년 앞을 내다봐야지, 나무 자라면 그 방 햇빛을 다 가릴건데, 그때 가서 또 나무 뽑을 거야? 그것도 생명인데!
/ 절대로 안된다구 해! (가고)
윤실장 : (보며, 안심된 얼굴로 웃고) 독기 되살아났네..
S#21. 타운하우스 일각 (D)
-태하의 차가 단지를 들어서고 있다. 말없이 운전하는 태하.
그 옆의 여름. 여름, 적당히 자료들 보고 있고..
태하, 말없이 앞만 보며 간다.
-여름의 손에 끼워져있는 반지.. 태하, 보고..
-여름, 태하 의식 없이.. 자료들 넘겨 꼼꼼히 훑어보는.
S#22. 타운하우스 현장 (D)
-태하의 차가 모델하우스 앞에 탁 도착한다.
태하 : 내리자. (하고 옆을 보면)
여름 : (조수석에 앉아, 카메라 들고, 모델하우스 본다)
-내리는 두사람. 모델하우스 올려다보고. (여름은 프로포즈 반지 끼고, 태하 지금은 굳이 프로포즈 반지 의식하지 말고.)
태하 : (일 이야기다. 평소 일하던 투 그대로) 너네가 맡을 집은 이 집은 아니고, 여긴 모델하우스. 그 집은 아직 공사가 안 끝났어.
구조 똑같은 집이니까, 상관없을 거야.
여름 : (주변 둘러보며) 단지가 꽤 크네? 서울에서 가깝구.
태하 : (여름이 어떤 기억 떠올릴지 안다. 대답없이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여름.. 안으로 사라지는 태하를 보다가, 집을 한눈에 본다..
-13-1. 공원.
소풍가방 한쪽에 늘려있고... 태하랑 여름이 엎드려, 각자 스케치를 한다.
여름은 가구를, 태하는 집을 그리고 있다.
여름, 가구 그리던 것이 지루한지 손으로 머리를 괴고, 태하를 본다.
태하 : (스케치하던 연필로 머리 여름의 머리 툭 치고) 그렇게 자꾸 보다간 내 얼굴 닳는다..
여름 : (스케치 하던 것 빼앗아 보며) 우리가 살 집이야?
태하 : (빼앗고) 아니야. 내가 만들고 싶은 집이야.
여름 : (턱 괴고 보며) 우리가 살 집 맞네, 뭐.
태하 : (웃으며, 그리고-지금 모델하우스와 닮은) 나 너한테 프로포즈 안했다.. 김칫국부터 마시지마.
너랑 결혼 안 할 수도 있으니까.
여름 : (진심 아닌 것 알고, 전혀 개의치 않고) 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우리가 어떻게 결혼을 안해?
태하 : (계속 스케치 하며, 놀려준다) 안할 수도 있어. 더 좋은 여자가 나타나면.
여름 : 에이, 속에 없는 말, 한다. 그런 말을 백번 해봐라. 내가 눈을 꿈쩍하나, 안하나.
태하 : (웃으며 집 외관을 그리고)
-현재, 여름.. 그 집.. 올려다보며..
여름(E) : 강태하랑은 뭐든 ’그냥’이었어요.. 프로포즈 같은 것 없이도.. 반지 같은 것 없이도...
자연스럽게, 그냥 결혼까지 쭉 갈 것 같았던.. 그런 사람..
-태하, 여름이 왜 안따라 들어오나..? 하는 듯, 현관문 열어놓고 본다.
여름, 태하를 보다가 안으로 들어서는 위로,
여름(E) : 집 외관만 그리지 말고, 안을 좀 그려봐.
-13-2. 공원.
태하, 연신 여름을 봐가며.. 지우개로 지워가며.. 집의 내부를 스케치한다.
너무 전문적인 도면은 아니고.. 그냥 아이디어 스케치북에 거친 스케치 수준으로.
S#23. 모델하우스, 내부 (D)
-들어서는 여름과 태하.. 태하, 직원과 한쪽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여름.. 혼자 이쪽 저쪽 둘러본다. 가구 놓을 곳 보거나.. 도면도 봐가며..
줄자로 길이를 재거나.. 수첩에 뭔가를 기록하고, 사진도 찍고...
태하, 무심히 와서 줄자의 한쪽 끝을 잡아주거나.. 드레스룸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너무 여름 졸졸 따라다니지는 말고..
-그런 두사람 위로, 13-2의 과거 스케치북 부분부분 오버랩되고..
-여름의 카메라에 찍히는 모델하우스의 중정.. 그 위로,
태하(E) : 집 안에 나무?
-13-3. 공원
여름 : 응. 우리 외갓집처럼..
태하 : (지우개로 지우고, 중정을 만든다) 그런 걸 중정이라고 하는 거야. (도면 수정해 나무 그려넣으며) 나무는 뭐 심고 싶은데.
여름 : 배롱나무.
태하 : 오케이. 나무말은 그리움. (보고 웃으며) 좋다. 집을 나가면 집이 그립고. (웃고)
-현재. 다락방, 계단 밟아 올라가는 여름.. 아래서 보는 태하, 그 위로..
여름(E) : 천장이 높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다락이 있으면 완전 좋고.
-여름, 다락방을 본다. 사진을 찍는다. 창가 쪽이나, 적당히 길이 재고..
태하, 올라와서 보다가.. 줄자 한쪽 잡아주고.. 감정 드러냄없이 건조하게 그런 작업들을 하는..
그런 둘 위로, 과거의 목소리만 얹히고..
여름(E) : 우리 둘이 있을 땐 다락에서 책을 보고... 나중에 애들 놀이터 만들어 주자.
태하(E) : 애는 몇 명 낳을건데?
여름(E) : 딸 하나, 아들 하나.
태하(E) : 그게 니 맘대로 되냐.
여름(E) : 한여름하구 강태하는 돼. 다-- 되게 되어있어.
S#24. 모델하우스, 옥상정원 및 야외 테라스 (D)
-여름이 스케치한 옥상정원과 테라스가 현재 여름의 눈앞에 그대로 펼쳐져 있다.
옥상정원에 올라 카메라로 그 모습을 담는 여름. 태하는 없어도 좋겠다. 그 위로,
여름(E) : 전체 가구 톤은 이렇게 할거야.
-13-4. 공원
여름 : 태하씨가 베이직하게 구조를 만들어주면, 난 포인트 칼라를 살려서 생동감을 주게.
태하 : 컬러로 포인트를 준 모던 프렌치 스타일?
여름 : 아니, ‘강태하한여름’ 스타일! (환하게 웃으면)
-여름.. 그런 기억들 떠올리고.. 조금 지친 느낌으로 옥상 정원 어디쯤에 기대어 있는데,
올라오는 태하. 이내 감정수습하는 여름.
태하 : 다 봤으면, 내려가서 가구 컨셉 이야기 좀 해.
여름 : (끄덕이고)
S#25. 근처 커피숍 (N)
여름 :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며) 현장을 보니까 가구 컨셉을 좀 수정했음 좋겠어. 클라이언트는 모던한 스타일을 원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인테리어가 내 예상보다 베이직해서.. 가구는 좀 다르게 가야할 것 같애.
태하 : 클라이언트는 설득해볼게. 어떻게 가고 싶은데?
-태하는 그저 일하는 투, 그대로. 여름은 그런 태하 보며.. 어색한..
-그런 둘 위로, 과거씬의 목소리만 다시 얹히고..
태하(E) : 컬러로 포인트를 준 모던 프렌치 스타일?
여름(E) : 아니, ‘강태하한여름’ 스타일!
여름(E) : 그 기억이 떠올랐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어요..
여름 : 글쎄.. 내 생각에는.. (어떡하지? 난감)
태하 : (흔들림없이, 여름 그대로 보고)
여름 : 전에 강태하씨가 인테리어 가구라는 걸 잊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지금보다.. 색상을,
태하 : (OL, 그대로 보며, 낮게) 컬러로 포인트를 준 모던 프렌치 스타일.
여름 : ..... (너도 기억하는구나? 본다. 손가락으로 이마 살짝 문지르며 난감)
태하 : 그 말이 그렇게 어려워?
여름 : ...
태하 : 아니면. 그 기억을 떠올렸다는 걸 안 들키고 싶은 거야?
여름 : (노트북 보며, 적당히 사진들 띄워보는데) 아무튼. 그래서 지금 잡은 가구톤 보다
색상이 좀 더 강조되어야 할 거 같다구, 내말은.
태하 : (그대로 보다가, 사이 좀 띄우고) 내가 너... 불편하게 하니?
여름 : (본다)
태하 : (낮게, 질책하는 투로) 우리 그렇게 헤어지고, 내가 너한테 좋아한다는 말, 한 적 있어?
여름 : (간단하게) ...공방.. / 찾아왔었잖아. (그러니 내가 신경쓰이지..)
태하 : (차분히) 그래. 몇 번 갔어. 그러면서 마음 정리했고, 지금은 안가잖아.
/ 기다린다는 말, 한때 지가나가는 마음이란 것도 알고. 너 기다려도 안가, 이제.
(반지 잠깐 보며, 자신에게 못을 박듯) 가서도 안되고.
여름 : (그래.. 끄덕이고, 차분히)
태하 : 니가 편했으면 좋겠어.
여름 : 그래. 편하게 해볼게. (짐짓, 건조하고 사무적으로, 서류를 보든, 노트 북을 보든) 가구는 컬러로 포인트를 준
모던 프렌치 스타일로 가자. 옛날에 말했던, ‘강태하한여름’ 스타일. / 유치해서 꺼내기 민망했을 뿐이야.
태하 : 그래. 그 스타일로 해. 자료는 더 볼 것도 없고, 너라면 알아서 잘할 거야. 와인바 1차로 나온 가구들도 아주 좋았고.
여름 : (노트북 탁 덮고) 그럼 오늘은 회의 끝. (어수선하게 늘어놓은 자료들 정리하면서, 담백하게) 밥이나 먹자.
태하 : (일어나며) 니가 사. (하고 가고)
여름 : (가는 태하, 보며 웃으며 “노트북“ 작은가방에 집어넣고)
태하 : (돌아보며) 곱창집 안갈래? 덕수궁 옆에 그집...
여름 : (챙기며, 무심히) 그집... 아직 있을라나...
태하 : (앞서 나가고)
여름 : (짐 챙기며 앞서 나가는 태하를...조금 편해진 눈으로 보고)
S#26. 봄봄성형외과, 일각 (N)
-하진, 퇴근하는 차림. 핸드폰으로 아림에게 또 전화를 한다. 핸드폰 꺼져있고. 무슨 일이지, 싶다.
갸웃하며 테스크에 “저 먼저 퇴근해요”하고 가고.
-하진, 입구 쪽으로 이동하며.. 핸드폰에서 여름의 이름을 띄워 누른다.
여름(E) : 여보세요.
하진 : 어. 나.. / 저녁은 먹었어?
S#27. 곱창집 앞 (N)
-막 문 열고 들어서려던 참이다. 안으로 들어서는 태하를 등 뒤로 보고 전화받는 여름.
여름 : 어. 지금 먹을려고. (해놓고) 현장 갔다가 오는 길이라서, 강태하씨랑 같이, 먹을려고.
S#28. 봄봄성형외과, 일각 + 곱창집 앞 (N)
하진 : (그말에 잠깐 멈췄다가, 이내 털어내고) 저녁 맛있게 먹어.
여름 : 하진씨두. / 저녁, 혼자 먹어?
하진 : 글쎄, 모르겠네. 잠깐 아림이한테 들릴 건데.
여름 : ...
하진 : 유학자료 받고도 답이 없어서.
여름 : 그래. 이따 집에 도착하면 통화하자.
하진 : 그래. 사랑해.
여름 : (잠깐 생각하다가) 응. 나도.
하진 : (웃고, 전화 끊고. 핸드폰 잠깐 내려다본다. 강태랑 같이.. 그러나, 그 날 밤 이후 조금 편해진 마음이고.. 마음 털고 나간다)
여름 : (역시 핸드폰 잠깐 내려다보고, 안으로)
S#29. 곱창집 (N)
-여름, 주변을 둘러보며 와서 앉고, 태하, 그런 여름을 편하게 보고 웃는다.
태하 : 막창.. 삼인분, 시켰다. (하고 웃고)
여름 : (웃고) 그치.. 이인분 시켰다가 싸운적 있지, 우리..
태하 : 별걸 가지고 다 싸웠어. 생각해보면. (물이니, 뭐니 좀 챙겨주면서)
여름 : 순대 사오면서 떡볶이는 왜 안사오나, 피자 주문하면서 콜라는 왜 뺐나.
치맥이 괜히 치맥이냐, 닭 시키면서 왜 맥주는 안 시켰나,
태하 : (OL) 닭다리냐 가슴살이냐.
여름 : (웃고) 아흐.. 지겨워. (편하게 기본으로 나오는 단무지나 김치 정도 먹으며)
태하 : 나도 징글징글했어.
여름 : 그러게. 왜 그렇게 오래 만났나 모르겠네. 싸우기 시작했을 때, 딱 헤어지고 말 걸.
태하 : 누가 할 소리. (웃고) 술. 안 시켰다.
여름 : (왜? 하고 멈추고 보는)
태하 : (짐짓 편하게) 같이 술 마시면 아슬아슬 해질까봐.
여름 : (술병 올라와 있는 옆 테이블 보며) 강태하씨가 밤에 취해서 문자만 안 보내면, 아슬아슬 할 일. 없어.
태하 : 한번 실수한 걸 갖고 오백년 우려 먹어라.
여름 : (지나가는 아줌마 보며) 여기 소주 하나에 맥주 세병이요. (해놓고, 태하 보고 웃고)
태하 : (그런 여름 보고, 웃고)
S#30. 아림의 옷가게 (N)
-들어서는 하진. 직원이 ‘어서오세요’하고.
하진, 가게를 돌아다니며, 눈으로 아림을 찾는다.
-직원이 다가와 ‘손님, 뭐 찾으시는 상품 있으세요?’ 물어보면..
하진 : 저기.. 안아림.. 학생, 오늘 아르바이트 하는 날.. 아니에요?
직원 : 아파서 어젯밤도 안나왔는데. 오늘도 아픈가봐요.
하진 : .....
S#31. 아림의 집 앞 (N)
-하진의 차 골목으로 들어온다. 차 세우고, 안전벨트 풀며 전화하며 내리는 하진. 역시 핸드폰 꺼져있고.
아림의 집 올려다보면, 불이 꺼져있다. 어떡하지, 잠깐 난감한 표정 지었다가 돌아보면..
아림이 자전거를 끌고 서있다. 마트 봉투 밖으로 파 한단 삐죽이 나와있고, 기타등등 생필품들 들어있는 게 보이고.
아림, 표정.. 속내 알 수 없게, 편안하고.
하진 : 아프다면서, 마트를 갔다오니?
아림 : 이 시간에 가면 싸니까요. (담담하게) 여긴 왠일이세요?
하진 : 전화를 받아야지, 자식아. 왜 핸드폰을 꺼놔.
아림 : (대답없이 자전거 한쪽에 세워놓고, 보며) 용건은 뭔데요?
하진 : (문자 보냈는데.. 하고 보다가) 저녁은 먹었어?
아림 : 지금 올라가 해먹을려구요.
하진 : 두고 내려와. 근처에서 먹게.
아림 : (잠깐 생각하다가) 네. (하고 집으로 올라가고)
하진 : (걱정으로 보고)
S#32. 곱창집 (N)
-여름과 태하, 한참 먹는 중. 술 조금 올라 얼굴 발그레하고.
-둘이 중간중간.. 각자, 소맥 만들어.. 각자 마시고, 건배 같은 것 없이.
여름 : 내가 참 살다가, 곱창 맛을 다 알구. (잔 비우고) 너 만나기 전엔 순대도 못 먹었는데.
(소맥 자기가 만들고, 젓가랏 넣어 익숙하게 휘젓고)
태하 : 나도 너 만나기 전에 멜러영화는 안봤다. 드라마도 너 때문에 보기 시작한 거고.
여름 : 또 뭐 있지? / 사진 좋아하게 된 거..
태하 : (이어서) 나무말 알게 된 거..
여름 : 재즈도 너 때문에 좋아하게 됐고..
태하 : 소설도 너 때문에 읽게 됐고..
여름 : 아, 맞다. 된장찌개에 감자 넣는거.
태하 : 라면에 참기름 넣는 거. / 내 취향 반은 바꿔놨어. 니가.
여름 : 나는 안 그래? 근데. 술 먹은 다음날 오렌지쥬스 그건 죽어도 안되더라.
태하 : 무슨 소리야. 숙취가 한방에 날라가는데.
여름 : 나는 플란더스의 개를 보면서 우는 남자는 처음 봤잖아.
태하 : 야.. 그게 얼마나 슬픈건데. (잔 비우고) 내가 다음에 여자를 만나면, 플란더스의 개 보고 울었나, 안 울었나,
그거부터 물어볼 건데.
여름 : (피식 웃다가) 아, 잠깐만.
태하 : (소맥 젓다가 보고)
여름 : (핸드폰 보고 뭔가 찾는다) 나 얼마전에 의자 하나 봤는데. / 디자인 완전 끝내줬는데.
(찾으며) 내 평생 소원이 내 마음에 드는 의자 하나 만들고 죽는 거.. 그건 거 알지..?
태하 : (조금 취해서 그런 여름 보며 웃고) 알지. 그 의자에 앉아서 뭐랬더라.. (쿡 웃음 터지고) 해지는 거 보며 죽고 싶댔지..
아후.. 진짜 유치 했어.. 너.
여름 : 야. 그게 얼마나 멋지게 죽는 건데. 시끄러. (다시 핸드폰에 사진 찾으며) 왜 그 사진이 없지..?
-그렇게 둘이 술마시고 있고.
S#33. 어느 한식집 (N)
-홀에 앉아있는 하진과 아림. 아림, 야무지게 잘 먹고.
-아림은 이미 생각을 다 정리했다..
하진 : (먹으며 건너다보고) 아픈 거, 아니었어?
아림 : 아팠어요. 아팠는데. 계속 아프다고 남이 알아줄 것도 아니고.
하진 : (좀 안됐게 보고)
아림 : 그 표정 정말 기분 나빠요. 선생님. / 안됐다, 측은하다, (조금 뜸 들였다가, 야무지게) 불쌍하다!
하진 : .....
아림 : (밥 먹고) 사람들이 참 이상해요. 나는 괜찮은데, 다들 왜 그러지?
하진 : ....
아림 : 드세요.
하진 : 어.. (하고 먹고)
아림 : (짐짓 아무렇지도 않게) 전에요.. 선생님이 그랬잖아요.. 김밥집에서.
하진 : (먹으며, 응?)
아림 : 제가 말한 그 오빠요..
하진 : ...
아림 : 그 오빠가.. 저 알아봐도 모른 척, 할 수 있다고 그랬잖아요.
하진 : 어.. (난감)
아림 : 왜요? / 왜 모르는 척 하는데요? /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하진 : 글쎄.. 자기가 가진 걸 잃고 싶지않겠지.
아림 : 뭘 가졌을까요. 그사람은.
하진 : 글쎄.. 뭘 가졌을까.. (망설이지 않고, 처지지도 않고, 침착하게 할 말 다하는) 다 별 게 아닌 것들이겠지.
좋은 집안에서 걱정없이 잘 자랐다고 남에게 보이는 거. 입양아라는 거 들키기 싫을 거고.
키워준 부모님하고의 관계도 있을 거고. 현재의 위치. 그것말고도, 자꾸 과거를 되새기고 싶지 않겠지. 들추면 아프니까.
널 혼자 두고 갔다는 양심의 가책도 있을 거고.
아림 : 생각보다, 되게 복잡하네.
하진 : 나쁜 놈이니까 나쁜만큼 복잡하겠지.
아림 : (밥 먹고)
하진 : (자기 자신 바닥을 자기가 다 까발리고 있고.. 잠깐 호흡 고르고, 물 마시는데)
아림 : (보며, 못박듯)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하진 : (보는)
아림(E) : (보는 위로) 나쁜 사람이면, 아는 척도 안했을 거예요.
아림 : 오빠 만나면 꼭 이 말을 해주고 싶은데요. / 나는 오빠 만나면 좋은 모습 보여줄 거라는 생각 때문에, 악착같이 공부도 했고.
/ 또 내 인생도 괜찮았어요. 만약에 양심의 가책, 같은 게 있다면... 그런 거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하진 : ... (아림이 자길 알아봤다는 거 전혀 눈치 못채고)
아림 : 선생님.
하진 : 어?
아림 : 근데.. 저 정말 유학가도 돼요?
하진 : 어.. 편하게.. 공부 좀 더 했으면 좋겠어..
아림 : 제 학비 다 대주실 거예요?
하진 : (웃고) 만약에 병원이 망하면.. 중간에 끊길 수도 있겠지..?
아림 : 내가 유학을 가면.. 그게 더 이상한데.. / 그렇게 크게 도와주시는 선생님도 이상하고, 받는 나도 이상하고. 다 이상한데.
/ 근데 저 갈려구요. 유학..
하진 : 잘 생각했다.. 공부 잘 해서.. 너보다 어려운 사람들한테 갚아.
아림 : (끄덕이고) 그리고...
하진 : (보면)
아림 : 흉터 치료도 선생님한테 받을게요. / 우리 오빠 의사 된댔는데, 오빠 만나면 치료 받을려고 했던 건데.
그냥 선생님이 해주세요.
하진 : (정말 다행이다 싶고) 너 자주 아파야겠다. 아프니까 말 잘듣네..
아림 : (헤- 아무렇지도 않게 웃고)
S#34. 아림의 집 앞 (N)
-아림.. 혼자서 걸어온다. 자전거가 집 앞에 서있다. 눈가 그렁그렁해져서, 자전거를 본다.
-플래시백, 8부 11씬.
아림 : (다가와서) 저한테 왜 이러세요? / 자전거, 왜 사주시냐구요.
하진 : 왜, 그러면 안돼?
아림 : 안되죠. 가뜩이나 여자친구분이 오해하고 있는데.
하진 : 니 입으로 지금 말하잖아. 오해라고.
아림 : 내 말은! 왜 저한테.. 이런 친절을 베푸시는지, 저는 잘 이해가,
하진 : (OL) 이해하지 말고, 그냥 받아. 이유없이 오는 불행이 있으면, 이유없이 오는 행운도 있는 거야.
그냥 잘해주는 사람, 한명도 못 만나봤어?
아림 : ..그런건.. 동화책 속에 있잖아요.. 키다리 아저씨도 아니고.
하진 : 그럼 그렇게 생각하면 되겠네. 나, 키 크잖아.
-아림, 눈가 완전히 젖어서, 자전거를 본다. 눈물 닦아내며.. 자전거 벨 소리내어 본다.
훅.. 눈물 터지며 쪼그리고 앉는 아림.. 제법 길게 울다가, 야무지게 눈물 닦아내며..
아림 : 그래.. 내가 그 도움 받고, 오빠 마음이 편해진다면. / 유학 가줄게. 안진수. (다짐하는)
S#35. 덕수궁 돌담길 (N)
-얼굴 조금 발개진 채 걸어오는 태하와 여름.
여름 : 아버님이랑 어머님은 잘 계셔?
태하 : 몰라. 들어오실 때도 됐는데, 안 들어오네.
여름 : (문득 멈추고) 정말 가셨어, 세계일주?
태하 : 삼년째. 지난달에 엽서 한 장 받았는데 그후론 연락도 없네.
여름 : (그렇구나, 하고 걷고) 그래도 태하씬 그거 정말 복받은 거야. 사이좋은 부모님 밑에서 자라, 사랑받고 자란 거.
근데도 이렇게 까칠한 거 보면 참 신기해..
태하 : (둘러보며) 가을이네.. / 안 춥니?
여름 : 됐어. 겉옷 벗어주고 그럴 사이 아니잖아.
태하 : 누가 벗어준대? 하여간 옛날부터 김칫국은.
여름 : (웃고)
태하 : 옛날엔 저 식당 가도 이 길은 죽어도 안 걷겠다더니.
여름 : (웃고) 그런 말 돌았었잖아. 덕수궁 돌담길 걷는 연인은 헤어진다고.
태하 : 그렇게 이 길 피해다니더니, 그래도 헤어지고.
여름 : 헤어지니 참 좋다. 괜히 피해서 안 돌아도 되고.
태하 : (보며, 픽 웃는다)
여름 : (역시 픽 웃는다) 잘 하면 친구도 되겠네, 우리?
태하 : 넌 친구로도 별로야. 윤솔이라면 모를까. (감정 싣지 말고 담백하게) 이대로 영영 헤어지고 소식 끊겨
어디서 사는지도 모르게 되면, 또 그런가보다.. 하는 거고.
여름 : (끄덕이고) 호텔서 우연이 마주치기 전에는 그렇게 살았는데, 뭐.
-둘이 쓸쓸하게 걸어간다.
여름(E) : (보는) 그렇게 사는 동안.. 비슷한 사람을 보게 되면.. 뛰어가 확인도 하면서.. 그러다가 점점 잊혀지겠죠..
태하(E) : 술김에 편지를 쓰거나.. 술김에 전화도 하거나.. 그러면서, 언젠가는 얼굴도 기억 안날지도 몰라요.
그렇게 되면 더 좋기도 하겠고.
-두사람, 아슬아슬하게 스치는 손..
여름(E) : 역시.. 강태하랑 친구는.. 될 수 없을 거 같애요. / 손이.. 너무 잡고 싶네요..
태하(E) : 술 취한 척 하고... 잡아버릴까요..
-태하의 손, 여름의 손 언저리로 가져가는데..
휙 손 거두고, 자기팔을 앞으로 끼는 여름.. “정말 춥네..”하고.
태하(E) : (그런 여름 보며, 쓸쓸하게 웃고) 술 취한 척 하고... 키스해버릴까요?
여름(E) : (잠깐 보며, 웃고) 술에 취해 볼 한번 만져보면 안될까요..? / 흔들리고 있다고 말하면 안되겠죠?
태하(E) :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면... 여름이가 힘들어하겠죠?
-하는데, 여름 돌부리에 걸려 휘청, 넘어지고.
-순간, 태하 여름의 손을 나꿔채어 잡고. 안으로 끌어당기며 푹 안기는 여름.
-잠깐 두사람.. 숨도 못쉴만큼 긴장해서.. 그렇게 안고 있다가..
-‘아’하며 떨어지는 여름. 한손은 태하에게 잡힌 채, 한쪽발 아픈 듯 보고..
태하, “괜찮아?” 하는데.
-두사람.. 잡은 손 보고.. 동시에 서로의 눈을 보고, 손 얼른 놓고.
-여름, 다리 절며.. 어디쯤 가서 앉는다. 벤치나 돌의자 같은 곳.
-신발 풀어 발목 보려는데.. 다가가서 여름 앞에 앉아, 신발 벗기는 태하.
태하 : 그러게 왜 높은 구둘 신고 다녀. 예전엔 안 그러더니. 키 커보여 좋을 게 뭐 있다고.
-태하, 여름의 신발을 벗기고 발목을 손으로 돌려보며..
태하 : 아프니? 병원에 가야할 정도는 아니지?
-하고 여름을 올려다보면.. 태하를 보는 여름.. 눈물 완전히 그렁그렁 맺혀있다가, 툭 떨어지고..
-여름의 그 얼굴에 철렁하는 태하.. 그대로 올려보는데서..
-정지한 듯.. 너무 길게는 말고.. 그렇게 멈춘 두사람에게서, F.O
S#36. 샌드위치 가게 (M)
-주말 느낌.. 편한 옷차림의 환한 얼굴의 하진이다. 들어서며, 핸드폰으로 여름의 이름을 띄운다.
통화버튼 누르는 하진. 신호가 간다..
-주문대 앞에 서서 신호음 듣는 하진.. 전화 안받는 여름.
하진 : (주문 기다리는 직원에게) 잠시만요.
-해놓고, 돌아서서 준호의 이름을 띄운다. 통화버튼 누르고.
S#37. 여름의 집, 준호의 방 (M)
-자고 있는 준호. 핸드폰 울리면 받고.
준호 : 어. 하진아.. 어, 방금 막 일어났어.. 주말이라도 좀 자야지, 임마. (알람시계 당겨서 보며) 벌써 열시네.. / 왜? / 여름이?
-아직 잠 안 깬 채, 밖으로.
S#38. 여름의 집, 여름의 방 (M)
준호 : (그대로 핸드폰 들고 여름의 방문을 열어제꼈는데.. 깨끗하게 정돈된 빈방이고) 어, 얘 집에 없는데? / 왜 없지?
S#39. 샌드위치 가게 (M)
하진 : (굳는) 집에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문득. 앞씬. 여름과의 통화내용. 서늘한 얼굴에 얹히고.
여름(E) : 어. 지금 먹을려고. (해놓고) 현장 갔다가 오는 길이라서, 강태하씨랑 같이, 먹을려고.
하진 : 알았어. 형.. 일단 끊어봐. (하고 끊고)
-불안한 얼굴로 다시 핸드폰을 들어 버튼 누른다.
S#40. 공방, 전시실 (M)
-빈 공방.. 유선으로 된 전화벨 울리고 있고.
S#41. 샌드위치 가게 (M)
-하진, 어째야좋을지 모르겠는 얼굴로.. 핸드폰 들고 신호가는 소리 듣고.. 안되겠다. 그대로, 달려 나간다.
직원 “손님 샌드위치..”하는데. 하진은 이미 달려나가버렸고.
S#42. 여름의 집, 거실 (M)
-준호, 여름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 끊기면 갸웃하며 끊는데.
-방에서 막 잠에 깬 듯 나오는 솔. 하품하며.. 굿모닝, 하는데.
준호 : 야. 여름이 어제 안 들어왔다...?
솔 : 남선생이랑 같이 있었겠지.. (무심히 리모콘 들어 TV 켤려고 하다가 굳어서 보는) 같이 안 있었대?
준호 : (아직 태하는 의심도 안했고) 어.. 방금 하진이가 전화했던데?
솔 : 어제 강태하랑 현장, (하다가 문득)
-플래시백. 앞씬.
여름 : (눈가 조금 젖어서, 조금 공격적이어도 좋다) 어떻게 안 흔들리니?!! 다른 사람두 아니고, 강태한데!!!
/ 나한테 강태하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
솔 : ....
여름 : (눈물 맺혀서) 오년을 사겼고, 가장 순수할 때 만나 바닥까지 다 드러내며 사랑했고, 지금도 날 바닥까지 다 아는 사람인데!!!
삼십년 친구인 도준호하구 너보다도 나를 더 잘아는 사람인데!! / 어떻게... / 안 흔들리니?!!!
여름 : 흔들려. / 흔들려. / 흔들린다구!!!!
솔 : (안 그래도 태하 때문에 조마조마했고- 아, 어떡해.. 스치는 불안 얼굴에 드러나고) 아, 어떡해.. / 남선생한테 뭐랬어?
준호 : 공방에 있을 거라구.
솔 : (버럭) 그래서 남선생 공방, 갔어???? 거긴 왜 보내?!!!
준호 : ?
S#43. 여름의 공방, 앞 (M)
-잠긴 공방 문을 흔들어보다가, 돌아서는 하진.. 어떤 예감에.. 얼굴 어두워지고. 깊어지는 불안. 어째야좋을지 모르겠고..
핸드폰 들어, 강태하의 이름을 보는 하진. 전화를 해볼까, 아니다. 핸드폰 다시 덮고..
입술 깨물며, 다시 열었다가.. 다시 여름의 이름을 띄우고 통화버튼 누른다.
하진 : 전화받아. 전화받아! 한여름!!!! (하는데서)
S#44. 여름의 집, 거실 (M)
-솔, 오락가락 핸드폰 신호음 들으며 서성인다. 핸드폰 안 받는다.
솔 : 어떡해. 강태하도 안 받아.. / 남선생 지금 어딨어?
준호 : (솔의 의심 모른 채) 공방 들렀다가, 여름이 없어서.. 집으로 온다는데?
솔 : (입이 바짝바짝 탄다) 아, 왜 집으로 오라 그래!!!
준호 : 지가 온대는데 그럼 내가 어떡해? 주말인데, 병원에서 보자구 하냐?!!!!
근데 너 지금 태하형이랑 같이 있다구 생각하는 거야, 여름이?
솔 : 이것들이 사고칠 줄 알았어.. 내가!!! (어떡해..)
준호 : 말이 되는 소릴 해!!! 정말 그랬으면 그 기집애, 미쳤거나 돌았어!
솔 : (OL) 뭘 미치고 뭘 돌아?! 말을 그렇게 해야겠어?
준호 : (OL) 돈 거지, 그게 제정신이야?
솔 : (OL) 남선생한테 한 마디도 하지말어! 입 닥치고 있어.
준호 : 강태하랑 같이 있었으면 난 여름이 안 봐!!!
솔 : (OL) 보지말어! 니가 뭔데 보구 안보구야?!
준호 : 그동안 강태하가 옆에서 서성서성해두 지나간 과거고, 떳떳하지 않을 거 없어서, 하진이한테 말 안했는데!
진짜 어젯밤 강태하랑 같이 있었으면,
솔 : (OL) 입 닥치라고 했지!!! 강태하랑 잤대두 친구고, 안 잤대두 친구야!
S#45. 태하의 회사 (M)
-아무도 없는 회사에서 윤실장, 혼자 일하고 있고.. 핸드폰 울려 솔의 이름이 뜨면 좋아서 받는다.
윤실장 : 네. 솔이씨.. / 오늘 주말인데, 어쩐 일.. (하고 굳어서) 태하요? 태하가 왜요?
안 그래도 일 때문에 전화했는데, 얘 전화 안 받던데. / 어젯밤 회사로는 안 들어왔는데요.
여름씨랑 같이 공사현장 갔다가, (하고 문득) 근데.. 아침부터 왜요...?
-솔이 왜 전화했는지 알겠다.. 이것들이 사고쳤구나..
윤실장 : 근데.. 이마당에.. 제가 태하 집으로 가서.. 뭘 어떻게 하겠어요, 솔이씨.. 두사람 다 성인인데..
(머리 벅벅 긁으며) 네. 일단 가볼게요.
-하고, 끊고.
윤실장 : 아우, 이 자식.. 정말.. 기어이 사고를 쳐. 어쩐지 내내 조용하다, 했다. 내가.
S#46. 여름의 거실 (M)
준호 : 뭐래? 어떡한대?
솔 : 들었잖아. 강태하네 집으로 간다구.
준호 : 아 그러니까 가서 어떡한댔냐구.
솔 :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든, 여름인 여기로 보내야지! 남선생 온다는데.
준호 : 야! 지금 오고말고가 뭐가 중요해!!! 이미 일은 터졌는데!!!
솔 : 시끄러워, 좀 조용히 하구 있어봐. 나도 생각 좀 하게!!!
-하는데. 현관문 열리며, 들어서는 하진.
-솔과 준호.. 서늘해지며, 그런 하진을 보는데.
하진 : (침착하게) 여름이한테 아직 연락.. 안되지?
준호 : ....
솔 : ...
하진 : 공방에도 없던데. (후- 한숨쉬고, 차가운 얼굴로 솔을 보며) 윤솔. 강태하한테 전화, (하고 잠깐 쉬고) 아냐. 관둬.
-준호, 솔.. 하진의 불안 느껴지고.
S#47. 태하의 욕실 (M)
-태하가 샤워를 하고 있다..
S#48. 태하의 집 (M)
-빈집. 로봇 청소기가 돌아가고 있고.... 토끼도 평화롭다..
-버튼키 열리는 소리 들리며.. 고개 빼꼼 내미는 윤실장.
윤실장 : (크게) 저 윤실장입니다.. 잠깐 들어갑니다...!!!
-하고 뒤돌아, 엉덩이부터 밀고 들어서는데.
태하(E) : 뭐하는 거야, 지금.
-뒤로 들어서던 윤실장. 멈추고 돌아서는.
-태하가 샤워가운 입은 채, 냉장고에서 오렌지쥬스 꺼내 마시고 있다.
윤실장 : (얼른 침실 쪽 달려가서 보고, 젖혀있는 이불) 여름씨는? 여름씨 욕실에 있어?
태하 : 여름이가 여기 왜 있어?
윤실장 : .....여름씨... 여기.. 없어?
태하 : (뭐래니, 얘..)
S#49. 신윤희의 작업실 (D)
-장기은과 신윤희가 노트북 두드리고 있다.
신윤희 : 여름이 좀 깨워. 너무 많이 잔다.
장기은 : 네.. (하고 방쪽으로)
S#50. 신윤희의 작업실, 방 (D)
-여름.. 평화롭게 잠들어있다. 난리가 난 줄도 모른 채..
장기은 : (들어와) 여름아.. 한여름.. 일어나야지..
여름 : (일어난다) 지금 몇시야?
장기은 : 너무 많이 잤다. 일어나.. 열한시야.
여름 : ... (눈 비비고)
장기은 : 핸드폰부터 봐. 내내 전화 오던데. 공방에 불이라도 났는지.
여름 : 뭐어? 우리공방 불 났대?
S#51. 태하의 집 (D)
태하 : (어이없어서) 다들 미쳤구나.. 내가 그런 놈이야?!!
윤실장 : ....
태하 : 한여름이 그럴 애로 보여? / 걔, 지 애인 냅두고, 그런 짓 안해!!
윤실장 : ......그래서.. 여름씬 지금 어딨는데.. 너, 알아?
태하 : (후- 하고)
-34씬, 상황.. 연결.
태하 : 아프니? 병원에 가야할 정도는 아니지?
-하고 여름을 올려다보면.. 태하를 보는 여름.. 눈물 완전히 그렁그렁 맺혀있다가, 툭 떨어지고..
-여름의 그 얼굴에 철렁하는 태하.. 그대로 올려보는데서..
-정지한 듯.. 너무 길게는 말고.. 그렇게 멈춘 두사람에게서,
태하 : ....왜 울어..
여름 : 몰라.. 그냥.. 눈물이 나오네.. / (혼잣말) 참.. ’그냥’도 많네..
태하 : (다시 신발 신기며) 내 앞에서 울지마. 마음 안 좋아.
여름 : ... (눈물 닦고)
태하 : 병원 갈 정도 아니면 됐어. 일어나봐.
-태하, 일어나 손을 내민다. 여름, 그 손을 가만히 보다가 잡는다. 일어나고.
태하 : (여름, 일어나면 손놓고) 집으로 데려다 줄까?
여름 : 아니. 엄마한테 갈래.
태하 : 어머니는 왜?
여름 : (웃으며) 도대체.. 나같은 건 왜 낳았나.. 물어봐야겠어.
태하 : (웃고) 그래. 가서 물어봐. 나도 궁금하다.
여름 : (픽 웃는데서)
태하 : (현재) 우리가 무슨 짓을 했길래, 그래? / 아슬아슬한 적 있어도, 선 넘은 적 없고, 여름이 그럴 애도 아니고,
나 역시 여름이랑 마음정리 중이야. 왜들 그러냐구. 왜들.!
윤실장 : ...그러게.. 다들 왜 그러냐..?
S#52. 여름의 집, 거실 (D)
-하진, 전화하는 솔을 집중해서 보고.. 준호도 그 옆에서.
솔 : (윤실장과 통화 중이고) 아, 그랬구나.. 네.. 네.. 아침부터 죄송해요. 윤실장님..
준호 : (하진의 눈치 내내 보다가) 뭐래. 뭐래?
솔 : (하진, 밉지않게 흘기며.. 자신도 안도하는) 엄마한테 간다구 했대. (핸드폰 들어 신윤희한테 전화하려는)
준호 : (안도)
하진 : (안도하며.. 긴장 탁 풀리면서.. 소파로 가 앉는다)
솔(E) : (그런 하진의 위로, 통화소리 들리고) 네.. 어머니.. 지금 여름이, (하다가) 아.. 벌써 나갔구나. 아직 도착은 안했는데.
-그때 현관문 열리고, 여름이 들어선다. 하진, 그런 여름을 복잡하게 본다.
솔, “지금 왔어요. 어머니.”하고 끊고.
-솔, 준호, 하진.. 긴장 풀려서 여름을 보는데.
여름 : (어떤 걱정들이 오갔는지, 전혀 모른 채. 활짝) 다들 아침부터 왜들 전화질이야? 나 없으면 죽어?
하진 : (의심, 불안.. 자신도 어이없어서 웃고..)
여름 : (웃으며) 언제 왔어? 아침은 먹었어?
하진 : (손 잡고) 너, 일루 좀 와. (끌고 방으로-싸우려는 느낌은 아님)
여름 : (잡혀 끌려가며, 분위기 왜 이래? 모르겠고)
준호 : (콱, 하는 얼굴로 여름과 눈마주치고) 어디서 외박이야, 기집애가.
솔 : (딱 등짝 때리고) 누구더러 기집애래.
S#53. 여름의 집, 여름의 방 (D)
-손 끌고 들어와 놓는 하진. 손놓고 여름을 돌아보는데, 여름 왜? 하는 얼굴로 웃어보인다.
하진 : 왜 이렇게 내 속을 썩여.
여름 : ?
하진 : (웃지도 못하겠고, 울지도 못하겠고..) 정말.. 너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내 감당 밖이야, 한여름.
여름 : 뭐가? (하진의 마음에 스쳐간 불안 모르니, 천연덕스럽고) 전화는 왜 그렇게 많이 했어? (겉옷 벗고, 갈아입을 옷 챙기며)
하진(E) : (복잡한 얼굴로 웃는) 내가 얼마나 불안했는지.. 여름인 짐작도 못할 거예요..
하진 : 암튼. 어렵고, 힘든 여자야, 너.
여름 : 어. 무지 어려운 여자야. 그니까 계속 긴장하구 있어.
하진 : 어머니 작업실은 왜 갔어?
여름 : 딸이 엄마한테 안가서 문제지, 가서 문제야?
하진 : 그래. 그 말도 틀린말은 아닌데.
여름 : (옷 챙기고, 하진 얼굴 올려다보며, 장난끼로 노려보는) 의심했지?
하진 : 안했어.
여름 : 했으면서.
하진 : 안했다니까.
여름 : 딱 걸렸어. 믿기로 해놓구.
하진 : (웃고만다)
여름 : (옷 보이며) 일단 나 좀 씻구. (하고 하진의 볼에 입 쪽 맞추고, 밖으로)
-가는 여름 보며.. 하진 잠깐 웃고.. 후.. 한숨을 쉰다.
침대 위에 걸쳐놓은 여름의 겉옷 들어 한 곳에 치우려는데.. 겉옷 옆에 놨던 여름의 핸드폰 툭 떨어지고.
핸드폰 줍는 하진.. 문득 침대 밑에 놓인 태하의 상자를 본다.
갸웃하는 하진.. 뭐지? 하는 느낌.. 상자, 꺼내고.. 갸웃하며 열어보는데.. 여름과 태하의 사진!
한 대 맞은 듯.. 충격으로 굳는 하진에서. 13부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