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2023.06.02
“자연으로 돌아가라”
장 자크 루소 Jean-Jacques Rousseau (1712-1778, 프랑스의 철학자)
TV프로 ‘나는 자연인이다’는 여전히 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세상사에 지친 남성들의 ‘로망’일 것이다.
신비의 나라 인도에는 세상사도 잘하고
자아초월도 하는 삶의 양식이 있다고 한다.
인간은 육체를 가진 존재라 생로병사를 겪는
육체적 삶을 제대로 살아야 한다. 바로 자아실현이다.
오래 전에 TV에서 인도의 한 대기업 회장이 은퇴하고서,
자이나 교도가 되어 벌거벗은 채 수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는 대기업회장이 되었으니, 자아실현은 완성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허탈했을 것이다.
아무리 남들이 알아줘도 곧 썩어 없어질 몸뚱이가 아니던가! 그래서 그는
다 버리고(옷도 다 벗어 던지고), 자아초월의 길을 걸어가게 된 것이다.
인간은 육체를 가진 존재이지만 실은 이 육체는 에너지장이다.
에너지는 우주와 하나다.
우주와 하나가 되는 삶, 인간의 깊은 내면에 있는
영혼은 이러한 삶을 간구하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욕구는 크게 두 개다. 자아실현과 자아초월.
이 두 개의 삶을 완성해야 인간은 이 세상을 제대로 살다가는 것이다.
그럼 ‘나는 자연인이다’에 나오는 사람들은 정말
자연인이 되었거나 자연인을 지향하고 있는 걸까?
우리는 ‘버려라, 비워라’하는 말을 많이 한다.
버리고 비우려면 먼저 갖고 채워야 한다.
갖고 채우지 못한 사람은 버리고 비울 수가 없다.
따라서 진정한 자연인이 되려면, 먼저 세상사에 매진해야 한다.
자신의 잠재력을 한껏 꽃피워야 한다.
세상에서 재물과 명성을 얻고 지위도 차지해야 한다.
그리고서 그 모든 것들을 다 버려야 한다.
다 버렸을 때, 깊은 내면의 영혼이 깨어난다.
영혼은 천지자연의 파동과 하나가 된다. 천지자연과 하나로 어우러진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자연인(自然人)이 된다.
노자는 도법자연(道法自然)이라고 했다. 친자자연의 이치,
도(道)는 자연(自然)을 본받는다는 것이다.
삼라만상은 스스로 그러하게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루소가 말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말은 ‘스스로 그러하게 살아가라’는 것이다.
스스로 그러하게 살아가려면 물질의 집착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완전히 가져 본 사람만이 완전히 버릴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세상의 삶을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
자신을 활짝 꽃 피워야 한다.
그리고는 활짝 꽃피운 자신을 꽃들이 땅에 툭툭 떨어지듯,
자신을 이 세상 밖으로 내던져야 한다.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살고 싶어하는 남자들을 만날 때마다, 안타깝다.
자신의 잠재력을 활짝 꽃 피우며 살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의 한탄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푸른 산에 사냐 묻길래
웃고 대답 아니해도 마음 절로 한가롭네.
– 이백, <산중문답山中問答> 부분
푸른 산에 살면서 “마음 절로 한가롭네”하고
노래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시인은 난세를 살아가면서, 권력의 핵심들 속에서 얼마나 절망했을까?
그는 절망의 끝에서 푸른 산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by. 고석근 https://brunch.co.kr/@b01b7070c4be481/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