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인터뷰 13
손동작만으로 뇌질환 조기발견 모색
서울대는 지난해와 올해 신진연구자 총 46명을 선정하고 최대 9년간 매년 1억원의 연구비 지원을 시작했다. 잠재력 있는 젊은 연구자들을 과감하게 지원한다는 취지다. 총동창회가 재정 일부를 지원한다. 본지는 이두갑 교수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9명의 교수를 만났다. 이달에는 생체역학의 기대주 박재범 교수를 인터뷰했다.
서울대총동창회신문 제476호(2017.11.15)
박재범 (서울대 체육교육95-99, 41세) 체육교육과 조교수
-어떤 연구를 진행 중인지.
“넓게 말하면 신경역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움직임을 이해하려는 연구다. 이를 위해 먼저 인체 움직임에 나타나는 두 가지 패턴을 분석하고 있다. 가령 ‘손가락으로 코를 집어 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대개 비슷한 동작을 취한다. 인간이 움직일 때 정형화된, 혹은 최적화된 패턴이 있는 것이다.
한편 한 사람이 똑같은 손동작을 해도 매번 각 손가락에 주는 힘의 값 같은 내용은 미묘하게 달라지는데, 이것이 움직임의 가변적인 패턴이다. 실험을 통해 이 두 패턴을 정량화하고 서로 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실험을 자세히 설명한다면.
“힘 센서, 근전도, 동작분석 시스템 등을 통해 인체의 움직임 패턴을 추적한다. 현재는 건강한 일반인이 대상이지만 곧 다양한 영역의 중추신경계 손상 환자를 대상으로도 같은 실험을 할 예정이다. 본 연구의 관점에서, 건강한 사람은 움직임의 가변적·정형화된 패턴 자체도 상당히 비슷한 경향성을 띤다. 이와 비교해 중추신경계 손상 환자들의 움직임은 어떤지 살펴볼 것이다.”
-환자군을 연구하는 이유는.
“우리 연구 방법으로 얻은 행동 데이터가 뇌 질환을 조기 발견하는 지표로 사용될 수 있는지 가능성을 보려는 것이다. 환자들의 행동 데이터를 그들의 뇌 스캔 자료와 매칭시켜서 관련성을 밝혀보려 한다. 만약 행동 데이터와 뇌 시그널 간에 관련성이 입증된다면, 행동 데이터를 뇌 질환의 단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보통 뇌 질환이 의심되더라도 바로 뇌 이미지를 찍기엔 다소 부담되는 면이 있다. 간단한 행동 데이터를 측정하는 것으로 이상 소견을 얻을 수 있다면 뇌 질환을 조기에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때문에 뇌 질환 전조 증상을 보이거나 뇌 질환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집단도 연구 대상이 된다. 의학 분야의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기에 의대 교수님들께 조언도 많이 구하고, 공동 연구 네트워크도 꾸리고 있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실험 환경에서 최대한 일상생활 동작과 비슷한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실험 대상이 되는 환자들을 모집하는 일도 조심스럽게 접근 중이다. 내가 살펴보는 내용이 인간의 움직임 전체에선 극히 일부에 불과하겠지만 인간 움직임을 이해하는 데 미약하나마 기여한다는 자부심으로 임하고 있다.”
-생체역학을 전공하게 된 동기는.
“인체는 물리적인 시스템이면서도 생체 프로세스를 통해 운용되고, 또 그 행동은 기계학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모교 체육교육과 대학원이 스포츠 생리학부터 마케팅까지 폭넓은 분야를 다루는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엔 파킨슨병 환자의 행동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면서 본 연구의 밑그림을 그려왔다. 국내 운동역학 연구는 아직 뇌의 영역까지 연장해서 살펴보진 않는 편인데,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인간 움직임의 영역을 조금 넓은 범위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모교에서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학계나 사회에 새로운 연구주제를 제시하는 것이 서울대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있고, 많은 선배 교수님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계신다. 실패하더라도 큰 질문을 던져줄 수 있는 모교 연구들이 많이 진행됐으면 한다. ” 박 수 진 기 자
* 박 교수는 모교 체육교육과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은 후 메릴랜드대에서 생체역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박사후 과정과 몬태나주립대 조교수를 거쳐 2015년 모교에 부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