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이 집무를 보시던 근정전 옥좌 뒷편엔 일월오봉도가 그려져 있고 행세 꽤나 하는 사대부 집
사랑채엔 십장생도가 그려진 병풍이 드리워져 있으며 꼿꼿한 선비들의 가슴에 로망처럼 그려져 있는 그림은
추사 김 정희의 세한도라 할 수가 있는데 세모 즉 설 명절을 전후한 혹한기에 아무런 장식이 없는 삼칸 맞배
지붕의 하꼬방(박스나 상자를 뜻하는 쬭발이 용어) 주위로 가난과 추위에도 불구하고 지조와 절개를 지키는
상록수 소나무와 잣나무가 꿋꿋히 서 있는, 어쩌면 아주 단순하지만 그 의미하는 바가 엄청난 그림이 바로
세한도 인데 주자학 성리학이 득세를 하던 시절엔 두 임금을 모시지 않고 불의와의 타협에 한사코 변절을 하지
않는 미덕을 상징하는 소나무나 잣나무 즉 계절이 바뀌어도 그 형태를 바꾸지 않는 상록수를 나무 중의 나무로
알았고 찬바람만 불었다 하면 이내 그 모습을 바꾸는 활엽수 즉 단풍나무 종류는 불쏘시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으나 새옹지마 아님 상전벽해라고 해야 하나 배시대기가 부르기 시작하면서 가을철 단풍놀이니
행락객이니 머니 하면서 만산홍엽을 이루는 단풍산이 상종가를 치기 시작한다.
내장사나 백양사 입구는 전국 팔도에서 몰려 드는 행락객 인파와 산행을 하는 날이면 초장부터 사람 김을
새게 만드는 입장료 때문이기도 하여 우리 느림보는 백학봉 후사면에 있는 구암사 입구에서 삐이팀이 진입을
시도하고 내장산과 백암산을 종주산행하는 에이팀은 대가리에서 내장산 신선봉으로 직등케 된다.
구암사 입구에서 하차를 하니 천년고찰 구암사란 커다란 돌비가 서 있었지만 내장사와 백양사의 그늘에
가려서 인지 구암사는 참으로 생소한 절집이다.
경사가 급한 포장도로를 한참이나 오르니 엄청난 높이의 석축과 함께 영구산 구암사가 그 자태를 드러 내기
시작하는데 안내 현판을 보고서야 구암사 천년의 달빛 바랜 역사을 겨우 더듬게 된다.
세조 때 간행된 보물 월인석보가 이곳 구암사에서 발견되었고 1800년도 백파 스님이 이곳 구암사에서 주석하고
계실 적엔 추사 김 정희와의 교분이 깊어 많은 서간문과 현판 글씨도 남겼지만 아쉽게도 한국전쟁 때 소실
되었다고 하며 구암사란 사찰명은 이곳에 거북바위가 있어 그리 명명 되었고 그런 연유로 주산인 현재의
백암산(상왕봉) 바로 아래에 위치한 도집봉을 영구산이라 불리우게 되었는데 십장생의 열가지 영물 중에서
소나무, 산,바위 그리고 거북이 이곳 구암사와 연관되어 파노라마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선비나 상록수처럼 변함이 없는 항구적인 물질로는 황금과 다이아가 대표적이다.
성불 즉 무상정등정각을 이룰 즈음에 진금색을 띄거나 경전 중의 으뜸 경전도 금강경이 그 예이고 우리
조상들이 즐겨 사용하던 놋그릇은 은주저 처럼 외부의 어떤 변화에 따라 변색이 되어 다소 애로를 겪다가
연탄(십구공탄)이 등장하면서 직격탄을 맞게 된다. 연탄깨스를 맞은 놋그릇은 시도 때도 없이 색갈이 변할
즈음 참으로 우연하게도 녹이 슬지 않는 스테인리스 스텐이 등장하게 된다.
놋그릇은 사양길로 접어 들게 되었고 놋그릇과 함께 연탄깨스의 된서리를 맞으며 한때 자취를 감추게 되는
생명체가 바로 사타구니와 대가리에 창궐하던 이(서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디디티 라는 독한 물질을
뿌려도 사라 지지 않던 이가 연탄깨스 한방에 깨갱해 버린 것이다.
십장생도에 나오는 거북은 이곳 구암사가 위치한 영구산의 산명처럼 좌우간 영물로 나타 나지만 현대에서
거북을 영물스런 동물로 보는 이는 나 자신을 포함해 많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지만 참으로 믿기 힘든 사실도
엄연히 존재한다. 불경 잡아함경에 맹구우목 즉 눈이 먼 거북이가 백년에 한번 물 밖으로 고개를 디 밀었을
적에 참으로 우연하게도 바다 위를 떠 다니던 목(나무판때기)에 뚫린 옹이 구멍으로 거북이의 모가지를
삽입할, 고자가 양귀비와 합방을 하여 삽입을 할 확률 보다 더 희박한 참으로 우연한 기회를 뜻하는 의미가
맹구우목인데 얼마 전 어느 젊은 작가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사람들의 실화를 르뽀 형태로 쓴 글이
생각난다.
우리 느림보의 꼭지님과 같은 고향인 거제도에서 어떤 젊은이가 결혼을 했지만 집안 반대가 심했던 탓에
육지로 이사를 나와서 연근해 어부로 생활하다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원양어선을 타던 중 교대근무를 위해
갑판에 나왔다가 파도에 휩 쓸려 바다로 떨어 지게 된다. 모든
원양어선이 지피에스 항법이 가능한 지라 두시간 후에 교대가 이루어 질 적에 본인이 없어 졌음을 알게 되면
왕복 네시간 후면 지피에스로 현재의 자신 위치로 찾아 온다는 기대로 사력을 다 하던 중 돌아 왔던 본인의
배가 발견을 못하고 지나 치자 낙담을 하여 기진맥진케 되어 물속으로 가라 않을 즈음 커다란 거북이 한마리가
등으로 자신의 몸을 받혀 주는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고 다시 돌아 온 어선에 구조될 때 까지도 그 거북이가
도망을 가지 않는 지라 배 위로 끌어 올려 감사의 인사를 올린 후에 막걸리를 한 양동이 대접해 올리 후에
용궁으로 다시 돌려 보냈다고 한다. 맹구우목 처럼 우연의 일치일까요 아님 영물 거북이의 신비로운 조화
일까요? 내 친구 한놈도 맹구우목 처럼 참으로 우연히 조우를 하면서 벌건 대낮에 머리 끄댕이를 쥐어 뜯으며
혈투를 벌이게 된다 여기서 조우란 말은 참으로 우연히 마주 치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 느림보에는
보천님과 장자연님 두 분의 월남참전 용사가 계시는데 월남전에 졍글을 헤매이다 참으로 우연하게 베트콩과
맞닥뜨려 전투를 벌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게 바로 조우전 이다.
이제 십년 정도만 있으면 오입할 능력도 없어 지고 집꾸석에 있는 예폔네는 꼬라지 보기 싫다고 여기 저기
간을 보면서 세월을 보내 던 내 친구 똥개란 놈이 정자동 모텔촌에서 재미 쬼 보고 방을 나서다 복도에서
참으로 우연하게도 집에서 총각김치나 담구고 있을 줄 알았던, 제법 힘 꽤나 써 보이는 젊은 놈을 옆구리에
꿰어 찬 마눌을 만나게 된다.
야! 이 집팔 년아 여기서 머하는 짓꺼리냐 으 응
에이! 젖팔 놈아 니 옆에 붙어 있는 빈대 가튼(갈보) 년은 머하는 년이로? 응
영업장소가 부산하자 카운터에서 나온 모텔 사장이 하는 말이 걸작이다.
두 사람이 부부의 인연인 줄 모르고 흐 흐
단골들 끼리 사이 좋게 지내셔야지 여기서 싸우시면 어떻허냐구요?
내 칭구 똥개가 모텔을 제 집인양 풀빵구리에 쥐 나들 듯 하면 집꾸석에 있는 마눌 또한 외출이 잦을 수 밖에
없는 노릇인데 내 썰레바리를 듣던 느림보의 유미님(박 순정님)께서 자신의 실화담 한편을 기꺼이 제공해
주신다.
경기 강화로 출장을 가다 참으로 우연하게도 어느 모텔에서 자신의 친구 자동차 번호판을 보게 되어 재미 쬼
보고 있을 친구놈에게 꼬춧가루 쬼 뿌릴 요량으로 전화를 하여 야 임마 몇 층에 있어? 하니
자신은 일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참 일을 보느라 정신이 없다는 것이다. 적당히 얼버무리면서
핸펀을 끈으며 한숨을 쉬었다고 한다. 집에서 겉절이 버무리고 있을 줄 알았던 사모님이 연지곤지에 구찌베누
바르고 빼딱구두 신은 발로 남편 차 악셀레이터 밟으며 젊은 남친과 강화에서 밴댕이 회 묵고 잇빨도 채
딱지 않은 채 모텔로 직행을 한 것이다.
모텔을 나서면서 이 사모님의 하시는 말씀이 참으로 가관이다. 머니 머니해도 젊은 놈이 보약이지 암. 캬 캬.
능선길에 올라 우회전을 하여 도집봉을 경유하여 마침내 백암산 상왕봉에 긴 그림자를 끌고 우리 삐이팀 일행은
일차 긴 여정을 마치고 맛난 점심을 먹곤 일부는 백학봉으로 또 일부는 운문암을 경유하는 계곡길로 하산길을
서두른다. 아마도 새로이
포장된 듯한 페이브먼트를 한참을 걸어 오니 고찰 백양사와 당단풍이나 애기단풍 보다 더 울긋불긋한
행락객이 시야에 들어 온다. 이런
많은 인파 중에서 부부와 불륜을 한눈에 알아 보는 방법이 몇가지 있다.
손을 잡거나 팔쨩을 낀 년놈은 백프로 불륜이고
부부는 전차에 대가리를 들이 백힌 놈 처럼 아님 맞선 보는 남녀처럼 어색하게 따로 논다.
홀대를 받던 낙엽송 즉 단풍나무 덕분에 백양사와 내장사는 이 계절이면 문전성시를 이루어 입장료 수입만
해도 절집 사람들 배가 터져서 죽을 지경이고 유구한 역사의 천년고찰 순창 영구산 구암사는 우리 같은
등산객 몇 사람만이 얼쪙거릴 뿐이다.
오백개 모텔을 필마로 돌아 댕기다
올만에 집꾸석엘 오니 산천은 의구한데 예펜네는 간데 없네
안꽁기랑 오손도손 살던 시절이 꿈이련가 하노라.
(경주 지방에선 마누라를 안꽁기라고 함)
분당 탄천변에서 다음 주 강천산 산행을 위해 몸을 다듬고 있는 돌삐 드립니다.
첫댓글 아이구..돌삐님!
픽션일까?
넌픽션일까?
아니면 아니면 싸모님 모르게 돌아댕기고픈 바램일까?..ㅋ
인생 후반 무사하려면 몸조심 하셔야..ㅎ ㅎ
단풍 인파가 절정을 이루던 백양사 돌아나오면서
우리가 언제부터 단풍놀이에 심취되었을까..궁금해졌습니다.
그만큼 살아가는게 좋아졌다는거겠지요.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산행도 하고 단풍도 즐기고..ㅎ
기왕이면 단풍철에는 단풍 고운 산으로 가는게 좋겠다는 제 생각입니다.
싸모님 걱정 안해도 됩니다
반찬 싸오는 걸 보면 알 수 있지요
여튼 올린글 잘 읽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