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독거노인, 장애인, 알코올중독자 등 사회에서 소외되어 거리를 헤매는 많은 이들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는 안나의 집이 기공 5개월 만에 12월 9일 축복식을 가졌다.
경기 성남시 중원구 하대원동 102번지에 위치한 안나의 집은 건축면적 1,875.72㎡, 연면적 5,070.34㎡의 2층 건물로 급식소(1층), 이미용봉사실, 무료진료실, 수지침진료실, 실업상담실, 실무 상담실 등(2층)이 들어서있다.
현재 안나의 집은 노숙인 급식소와 청소년 그룹홈을 운영하면서 청소년 프로그램, 난독증 치료활동 등을 펼치고 있다. 노숙인 급식소에서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식사를 제공하면서 요일별 프로그램을 통하여 대상자들의 자활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용훈(마티아)주교 집전으로 거행된 9일 축복식에는 교황 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와 성남대리구장 김영옥(가브리엘)신부, 안양대리구장 한상호(마르코)신부 등 사제단과 이태리 대사관 마시모 안드레아 레제리 대사가 참석했으며 성남시주민생활지원국 정완길 국장 및 관계자들, 후원자, 봉사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이용훈 주교는 “김하종(빈첸시오) 신부는 물설고 낯선 이방인의 나라에서 노숙인들에게 10여 년간 음식을 제공하고 이들의 자활을 위해 연구해 왔다.”며 노고를 치하하고, “예수님께서 ‘미소하고 소외된 자, 낮은 자, 어려운 자, 배고픈 자, 우는 자를 도와주는 것이 바로 나를 도와주는 것’이라 말씀하셨듯, 우리는 이를 어떤 계명보다 으뜸으로 삼아야 된다”고 전하였다.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안나의 집은 우리가 일상에서 하느님을 만나게 되는 곳이기에 신앙의 집이며 희망의 원천”이라고 말하며, “우리는 하느님 사랑을 증언하고, 하느님 사랑의 도구가 되어 사랑 실천을 하면서 끊임없이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도록 권고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숙인에 대한 짧은 동영상을 선보이며 “사람다운 삶을 살아오지 못한 노숙인들은 서로 의지하고, 사랑 받고, 사랑할 존재가 필요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존재들”이라고 설명한 김하종 신부는 “12년동안 사랑과 기도와 도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이어 안나의 집 건립을 위해 성당의 일부를 기꺼이 내어준 성남동성당 주임 김형중(그레고리오) 신부, 안나의 집의 기초를 함께 마련했던 오은용(마태오) 씨, 안나의 집 건축을 맡은 시공사 대표 등에게 감사패가 전달되었으며, 지난 10여 년간 묵묵히 봉사해 온 이상원(요한) 씨에게 봉사자상이 수여되었다.
오은용(마태오) 씨는 "저는 다만 씨를 건네었을 뿐, 가꾸고, 이렇듯 열매를 맺게 된 것은 신부님과 많은 후원자들, 봉사자들의 힘이며, 이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을, 기적을 본다."라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봉사를 통해 자신을 희생하며 이웃사랑에 앞장서고 있는 많은 후원자들과 봉사자들도 모두가 설레는 마음이었다. 한 봉사자는 “이제 쾌적한 환경이 마련된 데 감사를 드리며, 어려운 이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도움을 받게 되어 내 일처럼 기쁘다”고 말했다.
안나의 집은 IMF 당시 오은용(마태오)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부페 식당에서 어려운 이들을 위해 식사를 제공하기 시작했던 것이 그 계기가 되었다. 새벽같이 인력시장에 나왔으나 그마저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손자들을 걱정하는 한 할머니의 모습을 보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린 오은용 씨는 그때부터 이들을 도와야 겠다고 생각해 식사를 제공했고 그 후 신부님과 뜻있는 신자들의 힘을 모아 어려운 이웃과 노숙자를 위한 급식소가 열리게 된 것이다. 그 어머니의 세례명인 안나를 본 따 이름도 ‘안나의 집’이라 명하게 되었다. 1998년에서 2007년까지 안나의 집에서 식사한 노숙인의 수는 602,153명이며, 내과 치료를 받은 사람은 10,790명, 정신과 치료는 1,530명, 실업 상담자 2,630명, 법률 상담 246명, 심리 상담 2,156명, 이․미용 봉사를 받은 사람들은 모두 21,138명에 이른다.
현재 안나의 집은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급식소 운영과 무료진료, 상담(실업상담, 법률상담, 심리상담), 교육(건강교육, 알코올교육, 성교육)을 실시하고, 기타 서비스(옷 나누기, 미용봉사, 샤워 서비스)를 실시하는 한편, 아동그룹 홈과 푸른청소년쉼터를 운영하면서 가정과 사회에서 소외된 아동들의 건전한 성장을 돕고 있기도 하다. 또 쉼터와 그룹홈의 19세 이상 대상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청소년 자립관이 운영되고 있다. 한편 난독증 증세를 조기에 발견해 교육함으로써 정상적인 학습을 받을 수 있도록 이에 대한 홍보 및 정보제공에도 힘쓰고 있다.
봉사자들이 마련한 바자회 수익금과 얼마 전 김하종신부가 받은 사회복지봉사상 상금 3천만원으로 다시 세워진 안나의 집은 아직 절반의 공사비가 더 필요한 상태. 관심있는 많은 후원자들의 도움이 필요한 때다. 2,500원 이면 노숙인 한명에게 따뜻한 한끼를 대접할 수 있다.
"어서 고을의 한길과 골목으로 나가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과 눈 먼 이들과 다리 저는 이들을 이리로 데려오너라(루카14,21)."
이상숙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