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노동자와 근로자의 차이는?
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제2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제국주의 침략자들을 반대하며 조국의 광복과 인민의 자유와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영광스러운 혁명 투쟁에서 이룩한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은 혁명적인 국가이다.
제3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위대한 김일성-김정일주의를 국가건설과 활동의 유일한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
2·3조 내용은 서문에서 설명하였으므로 생략한다.
제4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은 노동자, 농민, 군인, 지식인을 비롯한 근로인민에게 있다. 근로인민은 자기의 대표기관인 최고인민회의와 지방 각급 인민회의를 통하여 주권을 행사한다.
북한은 주권이 ‘근로인민’에게 있다고 규정한다.
북한에서 근로자는 노동자와 다른 개념이다.
노동자는 생산수단이 없고 기업소 등에 배치돼 노동하는 사람이다.
근로자는 일하는 사람 전반을 아우르는 말로 보통 노동자와 농민을 포괄해 부르는 말이다.
북한의 농민 단체 이름이 조선농업근로자동맹(약칭 농근맹)이라는 점만 봐도 농민이 ‘근로자’에 속하는 걸 알 수 있다.
노동자나 농민이나 일을 한다는 점에서 똑같지 않은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노동자와 달리 농민은 협동농장, 즉 협동조합에 출자하여 생산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계급적 처지가 다르다.
물론 생산수단을 개인이 소유하는 게 아니라 협동적 소유를 하는 것이다.
같은 농민이라도 협동농장에 속한 농민과 국영농장에 속한 농민은 계급적 처지가 다르다.
국영농장의 농민은 농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즉 농업노동자다.
북한은 사회주의가 공산주의로 발전하기 위한 과제 가운데 하나로 협동적 소유를 ‘전인민적’ 소유로 전환하는 것을 꼽고 있다.
즉, 모든 협동농장을 국영농장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농근맹의 주요 임무 가운데 노동계급과 농민 사이의 계급적 차이를 없애야 한다는 것이 있는데 이 역시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다루도록 한다.
북한은 국가 주권이 ‘근로인민’에게 있으며 근로인민에는 노동자, 농민 외에도 군인, 지식인 등이 있음을 헌법에 명시하였다.
즉, 군인과 지식인을 노동자, 농민 못지않게 중요하게 언급한 것이다.
군인은 선군사상에 따라 사회의 주력군이기 때문에 북한에서는 매우 중요한 집단이다.
지식인은 북한이 노동당 마크에 망치, 낫과 함께 붓을 넣을 정도로 중요하게 보는 집단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지식인들은 우리 당과 혁명대오의 구성 부분이며 혁명 투쟁과 사회발전의 추동력이다”, “지식은 창조와 건설에서 최대의 재부이며 강한 국력의 밑뿌리이다. 혁명대오에서 지식인들이 어떤 지위를 차지하고 어떻게 활약하는가에 따라 나라의 부강 발전이 크게 좌우된다”라고 하면서 지식인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전국지식인대회’ 항목.)
주권자인 ‘근로인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방법은 최고인민회의, 지방 인민회의를 통하는 것으로 대의 제도를 채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이들 기구를 주권 기관이라 부른다.
지방 인민회의에는 도(직할시)인민회의, 시(구역)인민회의, 군인민회의가 있다.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 다루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