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꿈꾸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3할 타율. 해태 내야의 '산소같은 남자' 김종국(28)이 방망이를 곧추세우고 여름사냥에 나섰다.
26일 현재 3할1푼2리. 규정타석엔 37개가 모자란다. 뭘 좀 하려하면 꼭 발목을 붙잡던 부상만 요령있게 피해가면 지난 96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3할 타자'의 훈장을 가슴에 달 수 있을 것 같다.
5,6월만 해도 '저러다 말겠지'라고 웃어넘겼던 사람들에게 이보란 듯 성적표를 들이내 민다. 그러면 김종국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골라 먹는 재미에 맛 들였다
예전에는 비슷하다 싶으면 망설임 없이 방망이가 나갔다. 구질구질하게 시간끄느니 차라리 한번의 힘찬 스윙으로 화끈하게 승부를 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타격의 선봉 1번타자. 수박씨를 골라 내듯 두눈 부릅뜨고 차근차근 골라내다 보면 입맛에 딱 맞는 공이 보이기 시작했다.
큰 것 한방의 욕심을 버렸다
남들은 의아해하겠지만 장타 욕심은 원초적 본능.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싶어 체질개선에 나섰고, 간결한 스윙으로 타격의 눈높이를 올렸다. 이제 몸에 꼭 맞는 옷처럼 편하고 덩달아 공이 배트에 착착 달라붙기 시작했다.
밀어주면 잘 나간다
김성한 해태 감독의 신뢰는 제1의 원동력. 웬만하면 그에게 모든 것을 맡겨준다. 누상에서의 도루는 그의 판단이 곧 덕아웃의 사인이다.
올해도 복병은 부상. 시범경기때의 부상으로 시즌 개막후 한달이 훌쩍 지난 5월8일에서야 1군무대에 발을 디뎠다. 감독추천선수로 초대받은 올스타전서도 어깨통증때문에 덕아웃만 지켰다.
이제는 프로 6년차. 한 경기를 두고 울고 웃지 않는 마음의 여유는 가장 큰 재산이 됐다. 화려했던 그의 기억을 한켠에 밀어뒀던 팬들은 이제 망설임 없이 꺼내 들어도 괘찮을 듯 하다.
〈 민창기 기자 huel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