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투명한 푸르름이다.
남사 스래 선정적으로 몸을 붉게 태우던 가을 산도 생존을 위한 비우기에 들어갔다.
이제 찬바람이 임자 만난 것처럼 잔인하게 잎을 우수수 훑어 내린 뒤 어디론가 몰아간다.
無覺이었다. 얼마 전까지 만산홍엽에....
오늘 강선봉 검봉산으로.....
직벽 바위 군과 절벽 낭떨어지 길을 오르는 친구
낙엽이 쌓인 바위길이 그들을 질려버리게 했다. 위험천만이라....
癖性難除이라 욕하는 소리와 낙엽 밟은 소리가 엉키며 어렵게 산행을 했다.
세월이 그렇게 만든 것.... 어쩌라 가는데 까지 가야...
(검봉산에서 구곡폭포까지 예정이였으나 시간관계상 700미터 남겨두고 하산)
아직도 된서리는 내리지 않고 무서리만 임내를 낸다.
서리와 단풍 그리고 한 묶음처럼 같이 온다.
이 서리를 맞고 오히려 더 화려하게 피어나는 꽃이 있으니 바로 국화다.
서리를 맞아 뭇꽃들이 시들고 난 뒤 늦가을에 핀다 하여 傲霜孤節이라 했다.
국화야 너는 어이 三月東風 다 보내고
落木寒天에 네 홀로 피었는가
아마도 오상고절은 너뿐인가 하노라
이정보 (1693 ~ 1766) 조선 문신
바야흐로 낙엽 휘날리는 晩秋도 종언을 고하고 낮은 지역 아파트엔 은행잎이 땅 위를 노랗게 뒤덮고
낙목한천에 삭풍이 불어온다.
"三冬九旬의 결제 기간 동안 대중이 모순인 것은 모든 반연 (攀緣 얽혀서 맺어지는 인연)을 끊고 시비분별을
내려놓고 각자의 大悟見性을 위함이니 오로지 화두 정진에만 몰두하여야 한다 조계종 진제종정"
스님들은 겨울 행사 음력 10월 15일 冬安居에 들것이고 안거를 시작하는 것을 結制라 하는데 스스로 억제한다는 의미.
깨달음이라는 것은 심오한 데 있은 것이 아니라 차를 마시는 것처럼 평범한 일사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차를 마시고 밥을 먹는 일을 가리키는 茶飯事라는 불교용어로 생겼다.
"다반사에 진리가 있다는 것"
이 것도 가을을 지나 모든 것이 잠든 초겨울의 산야처럼 스님도 계절의 시간을 타는 것이 아닐 끼?
다음은 小雪이 슬며시 추위를 앞세우고 온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장편소설 雪國은 이렇게 시작하듯
우리가 즐겨 찾던 산들도 하얀 긴 잠에 들 것이다.
우린 그래도 길게 이어진 그 道程으로 갈 것이다.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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