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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16. [대망(大望)의 그림자(부제: 살인멸구(殺人滅口) - ②]
S# 10. 남양주 OO면 수성 아파트 806호 거실.
김기준 씨가 찾아온 박 형사를 위해 현관문을 열어준다.
김기준 네. 어서 오세요.
(박 형사를 소파로 안내하며)
집사람이 몸 져 누워 있어서.
박 형사 (소파에 앉으며)
힘드시겠지만, 수사에 협조 좀 부탁 드립니다.
이형숙 (가까스로 일어나, 박 형사의 팔 소매를 잡으며)
형사님. 우리 도식이가 자살을 할 이유가 없어요. 정말.
박 형사 어머니. 저희가 그걸 밝히려고 하니깐요,
(김 선수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머님이 하루속히 힘을 내셔야죠.
아드님이 하늘에서 어머니의 이 모습을 보면, 마음 아파할 거에요.
아드님에 관해서, 세세한 것까지 빠짐없이 저에게 말씀을 해주세요.
부부 네.
박 형사 아드님이 화성 유나이티드 FC에 입단한 것은 본인이 원해서였나요?
김기준 예. 2년 전에 도식이가 국립대를 졸업하고서
그 해 K리그 신인 드래프트 3순위로 지명 받았어요.
그리고, 자신을 지명한 화성 FC에 입단해서 활약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들도 구단에 들어간 것을 자랑스러워 했고, 구단 측에서도 좋아했습니다.
사실, 도식이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실력을 인정받았고,
프로로 전향해서 처음부터 주전 자리를 꿰차고서 승승장구했습니다.
박 형사 아드님이 대견스러우셨겠어요?
김기준 그럼요. (회상하는 표정으로)
도식이가 명절 때,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감독이 자신에게,
“김도식의 발견은 큰 소득이고, 앞으로 기대해 볼만한 소득이다”라고
자신을 칭찬했다고 신나 하며 얘기하던 것이 기억나네요.
박 형사 근래 구단에서의 생활에 대해 말한 적은 없고요?
김기준 금년 들어서도,
구단 내에서 주전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고,
그래서 주전 스트레스도 없었어요.
박 형사 네.
아드님이 여자친구와 한 달 전에 헤어졌던데?
이형숙 그 아이하고는 6개월 정도 사귄 사이에요.
깊게 사귄 사이도 아니고
이별 통보도 우리 도식이가 한 거에요.
그런데, 여자친구와 이별했다고 자살을 해요?
안 그래요?
박 형사 (고개를 끄덕이고)
가족간에도 갈등 같은 건 없었고요?
이형숙 (통장을 보여주며)
형사님. 이것 좀 보세요.
도식이가 저희에게 꼬박 꼬박 보내준 용돈 내역입니다.
다른 팀과의 게임 때문에 지방을 전전하니깐,
그곳에 가서 잊지 않고 보내준 돈이에요.
아버지 엄마, 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박 형사 (통장을 보며)
네. 정말 그러네요.
S# 11. 화성 유나이티드 FC 인근 한적한 이면도로.
김 형사의 차 맞은 편에 외제 SUV 차량 한 대가 멈춰 선다.
김도식 선수의 동료가 차에서 내려 김 형사의 차에 올라 탄다.
김 형사 정말 감사합니다.
어려운 부탁인 줄 알면서도
구단 사무실에 가니깐, 다들 뭔가를 알고 있는 눈치들인데
정작 말은 안 하는 분위기여서 부득이 김 선수 부모님을 통해
연락 드렸습니다.
동료 선수 네. 도식이 일이니깐요.
사실 요즘 구단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아 있어요.
김 형사 왜요?
동료 선수 뭐. 도식이의 갑작스런 자살도 있고, 구단 성적도 하위권을 맴돌고 있고.
김 형사 아~. 김 선수의 구단 내에서의 생활은 어땠나요?
동료 선수 도식이가 입단한 재작년에는 우리 구단이 정규리그 성적이 상위였어요.
제가 도식이와 같이 훈련을 하면서 보면,
코치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훈련을 하고 그랬으니깐요.
원래, 도식이가 타고난 스피드와 발 재간이 있는데다가,
노력도 많이 하고 성실하니 다들 좋아했죠.
김 형사 구단이나 코칭 스태프 관계는요?
동료 선수 예. 제가 알기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요.
김 형사 혹시, (조심스런 목소리로)
김 선수가 작년 말부터 언론에서 한창 떠드는
‘승부 조작’ 제의를 받은 적이 있나요?
뭐 관련해서 들으신 것 있으세요?
동료 선수 네. 지난 두 달 전부터 그런 소문이
우리 사이에 퍼지기 시작하긴 했어요.
김 형사 그래서요?
동료 선수 도식이는 그 제안을 단호히 거절한 것으로 알고,
3주 전부터는 그들로부터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기 시작했다고 들었고요.
김 형사 물증이 될 만한 녹취록이나,
문자 메시지 같은 것을 보신 적은 없고요?
동료 선수 (난처한 표정으로)
형사님이 이미 말했듯이,
작년 말부터 프로축구계 ‘승부 조작’ 파문으로 지금까지도 난리잖아요.
이미 구속된 선수들도 있고
김 형사 그렇죠.
동료 선수 그런 제의는 은밀하게 아무도 모르게
전문 브로커나 친한 선배를 통해 당사자에게만 제의가 들어 오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적으로 자진해서 구단 측에 말하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들은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제의를 받은 선수가 신고를 하고 싶어도
혹시나, 구단 내에 누가 이 일에 연루가 되어 있는 지를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속내를 내비치기도 힘들고요.
김 형사 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일이란 게 대외적으로 알려지면
구단이 당장 막대한 피해를 입고
선수들도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으니깐,
구단에서도 쉬쉬하고, 선수들은 협박 때문에 더욱 그렇겠죠?
동료 선수 예. 맞습니다.
김 형사 이건 다른 이야기인데, 수사에 참고를 해야 하기에.
동료 선수 예. 말씀하세요.
김 형사 프로축구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쪽은 어떤가요?
‘약물 복용’도 스포츠 선수들에게 문제 되고 있는데.
동료 선수 (얼굴이 경색되며 멈칫거리며)
그게.
우리 축구가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들고,
국민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게 사실이에요.
덕분에 선수들의 몸값도 천정부지로 오르게 됐고요.
김 형사 예. 맞아요.
그 당시 축구 선수들이 완전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죠.
예능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추고.
동료 선수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몸값을 더 올리기 위해서는 개인성적을 끌어 올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량을 극대화 시켜야 하는데,
그것을 지속적인 훈련이 아닌 단기간 내의 약물에 의해
인위적으로 끌어 올리려는 일부 선수들이 있었습니다.
김 형사 지금은요?
동료 선수 있는 것으로 들었어요.
김 형사 스테로이드 계열입니까?
동료 선수 스테로이드 제재가 많고요. 영양 보충제.
김 형사 영양 보충제라면, 비타민 같은 거요?
동료 선수 마시면 피로를 못 느끼는.
한 마디로, 선수가 경기를 하며 펄펄 나는 거죠.
우리들은 이리 저리 지방에 위치한 경기장을 옮겨 다니며
경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지치고 힘이 없는데
그걸 먹으면 당장은 힘이 나거든요.
나중에는 몸이 망가지지만,
그러니깐, 유혹을 못 이기고서는.
김 형사 네.
동료 선수 제 개인적인 의견은
모든 선수들을 다 도핑 테스트 하고. 수시로 검사하자는 겁니다.
돈이 더 들더라도 도핑 테스트를 선수들에게 다해서
수사기관이나 언론에 걸려 팬들로부터 버림받기 전에
우리 스스로 자정 노력을 해서 깨끗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우리를 사랑해 주는 팬들에게 프로 스포츠가 문제 없다는 것을 보여 주자는 거죠.
김 형사 네. 제 생각도 그래요.
동료 선수 형사님.
김 형사 예.
동료 선수 (김 형사의 눈을 한참 보다가)
도식이 자살할 애가 아니에요.
S# 12. 강력 1팀.
강력 1팀원들이 회의 중이다.
유 형사 승용차 운전석이 뒤로 젖혀진 상태에서 몸이 창문 쪽을 향해 옆으로 반쯤
누워있는 상태였습니다.
조수석엔, 3분의 1정도 탄 번개탄과 화로가,
뒷좌석에는 맥주 캔과 안주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습니다.
강력 팀장 (고개를 돌리고) 박 형사.
국과수 부검 결과는?
박 형사 전신에 특이할 만한 외상은 없었고,
혈액과 위 내용물에서도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고요.
혈중 일산화탄소 헤모글로빈 농도가 82%로 나왔습니다.
강력 팀장 그렇다면, 직접적인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 맞는데.
김도식 씨의 노트북에서는 뭐 나온 것 좀 있어?
박 형사 김 선수가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서
‘번개탄 자살’, ‘연탄 자살’ 등의 단어 등을 검색한 기록이 나왔습니다.
강력 팀장 훈련을 마치고 외출을 한 후부터 사건 당일까지의 김 선수의 동선은 확보됐어?
유 형사 네. 이틀 전에 오전 훈련을 마친 김 선수는 외출을 승인 받고서
하얀색 후드티와 회색 트레이닝 운동복에 운동화를 신은 채 숙소를 나섰답니다.
오전 11시 4분에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고,
낮 12시 30분에 인근 할인점에 들른 후에 행방불명 됐고요.
돌아 올 시간이 돼도 안 돌아오자, 구단에서도 그를 수배했다고 합니다.
강력 팀장 그럼 이틀 동안의 알리바이가 밝혀져야 하는데.
정황상으로는 ‘자살’인데,
자살 동기도 현재로서는 명확하지가 않고,
자살 징후가 보였다 거나, 유서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없고
반면에 가족과 동료 선수의 진술은 ‘타살’이라고 하고 있으니.
음~.
김 팀장이 팔짱을 끼고서는 상체를 등받이에 젖히고는 천정에 걸린 형광등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