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단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국민의힘은 이에 “더 잘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여권 내에서는 윤 대통령을 향해 “결지해지하라”는 촉구가 나왔습니다.
한국갤럽이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은 20%로 조사됐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28%, 더불어민주당 33%, 조국혁신당 8%였고, 무당층은 26%였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하며 “당정이 동시에 추락하고 있다. 한때 콘크리트라 믿었던 70대 이상과 영남권 지지율도 의료붕괴를 겪으며 돌아섰다”며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민심의 무서운 경고”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출발도 못하고 삐걱거리는 여야의정 협의체만 쳐다보고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의대 증원) 2000명만 고집하다 이 지경을 만들어놓은 대통령이 결자해지 해야 한다”며 “내각과 비서실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 총리부터 장·차관, 비서들까지 국정실패에 책임있는 사람들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요지부동인 것 같습니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연설 내용과 스타일에서 차이가 크다.
두 대통령 밑에서 연설비서관을 했던 강원국 씨 분석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보다 반 보만 앞서가라’고 했다.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걸 중시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영합하지 말라’고 했다. 리더는 지지율 떨어질 걸 각오하고 얘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DJ는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이상이라도 현실에 적용할 때는 상인처럼 상대방과 거래할 생각을 하라는 것이다. 상인이 가격을 고집하면 거래는 되지 않고 결국 망한다. 반면, 노무현은 지지율보다 명분을 더 중요시했다. 그러다 집권 말기에는 지지층으로부터도 외면당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러 자리에서 노무현을 존경한다고 했다. 협상이나 타협보다 밀어붙이고, 안 되면 장렬히 전사하는 노무현과 자신의 상남자 스타일이 맞아서일 것이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랫동안 20% 초반에 머물러 있는데도 참모들은 별걱정이 없는 모양이다. 한 핵심 참모는 “우리 대통령은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상남자 스타일이다. 멋지지 않으냐”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희(一喜)는 없고 일비(一悲)만 계속되는 것이다.
임기 반환점을 돈 윤 대통령의 정치 행보를 보면 똑같은 패턴이 읽힌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김태우 공천, 부산엑스포, 김건희 여사 명품백, 한동훈 비대위원장 임명, 이종섭·황상무 사태, 의대 증원…. 이들 사태의 공통점은 ‘숙의 과정 없는 일방적 결정-이의 제기를 반기 또는 배신으로 인식-격노-뒤늦게 태세 전환’이다.
대법원 확정판결로 구청장직을 상실한 김태우를 무리하게 사면·복권해 다시 선거에 출마시켰지만, 결국 참패했다. 당내에서 공천 불가론이 있었지만 무시했다. 반대하면 화를 냈다. 패배 뒤 왜 진작 안 된다고 건의하지 않았냐고, 또 화를 냈다고 한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문제도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참모에게 격노했다. “무슨 불법이 있었느냐. 피해자 아니냐”고 했다. 어렵게 마련된 KBS 대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얼버무렸다. 그러다 비판 여론이 거세자 결국 4·10 총선 뒤 기자회견에서 “사과”라는 표현을 썼다.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에 대해서도 일부 참모들이 반대했다. 그런데도 급하게 밀어붙였다. 또 “무슨 불법이 있냐”고 했다. 언론인 테러 문제를 언급해 문제가 된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도 마찬가지다. 그런 입장은 불과 며칠 만에 그들의 전격 사퇴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타이밍을 놓치면서 총선에 악영향만 미쳤다.
의대 증원 문제는 더 심하다. 지난 4월 1일 의정 담화를 발표하기 전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2000명을 고집하면 사퇴하겠다”는 강경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직언한 참모들을 배제하고 다른 참모와 연설문을 쓰고 51분 동안 생방송을 했다. 물밑 타협에 나섰던 의사들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이번에도 몇 시간 만에 성태윤 정책실장이 TV에 출연해 “2000명 고집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수습했다. 최근 한 대표의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중단’ 의견에 대해서도 처음엔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고 한다. 뒤이은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현장에 한번 가보시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만에 한 대표의 ‘여야의정 협의체’안을 전격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이 정책을 결정할 때 다양한 의견을 듣는지 의문이다. 참모가 아닌 누군가 대통령의 소신 형성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거나, 한 대표가 주장하면 되레 거꾸로 가는 경향도 보인다. 이러니 플랜B, 플랜C가 없다. 대통령이 완고하니 참모들은 코드를 맞춘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고도 하는데, 윤 대통령은 타이밍을 쇼로 여긴다.
임기가 2년8개월 남았다. 계속 국정을 이런 식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조롱까지 나돈다. 전문가가 아님을 자각하고 말을 줄이고 귀를 열어야 한다. 보고되는 정보를 ‘크로스 체크’해야 한다. 후반은 전반보다 힘이 더 빠지게 마련이다.
하산 길이 더 위험한 이유다. 그래도 여러 명이 함께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문화일보. 이현종 논설위원
출처 : 문화일보. 오피니언 이현종의 시론, 尹대통령의 잦은 오판, 이유는 뭘까
유 전 의원은 김건희 여사 문제에 대해서도 “‘법대로’ 해야 한다. 특검이든 공수처나 검찰 수사든, 거부권도 압력도 행사하지 말고 법대로 해야 한다. 채상병 특검법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25만원법, 지역화폐법 등 정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일방 처리한 무리한 법률에 대해 거부권 행사하는 건 정당하다. 그러나 대통령 본인과 가족이 관련된 특검법을 거부하는 건 권력의 정당한 행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누가 들어도 타당한 지적입니다. 정말 윤석열 대통령이 무엇을 믿고 요지부동인지, 그리고 그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길래 이렇게 민심과 동떨어진 말들을 내놓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빨리 정신 차리지 못하면, 정말 굴삭기로도 못 막는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대통령 자신만의 불행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불행이 되는 길은 막아야할 것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