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원 상호간의 희생과 봉사 인내라는 아름다운 경험을 체지체득하게 한 우리 815의 300랠리는 작은 점에서 우연하게 시작되었다.
5/26일 랜도너스 200를 마치고 잠시 일상적인 주말 라이딩을 즐길 즈음, 나는 서울부산 480을 걱정하며 우리 815 MTB 팀리더 샤방샤방님에게 대구 강정고령보에서 부산까지 야간라이딩 한 번 해 보고 싶다고 툭 던졌다.
그게 시작이 되었다.
짧은 시간에 여기저기를 검색해 자출사 300랠리를 내게 추천해줬고 이것저것 조언하고 도와주는 과정에 어느 순간 우리 815의 목표가 되었고 3주 후로 기차표 예매까지 일사천리로 준비가 끝나 버렸다.
랜도너스 200km 한 두번씩 경험들이 있지만 300은 다들 경험이 전무한 상태, 연습이라곤 6/9일 경주 삼릉을 무려 평속 28.5km를 찍은 한 번이 전부였던 상황에서 결행한 이 번 300랠리 ㅡㅡ^^
을숙도에서 05:40분에 만나 구포역까지 자전거로 이동, 06:49분에 구포역에서 영주행 무궁화열차에 탑승 그리고 더디어 10:30분경 상주역에 도착, 역 근처에서 간단하게 식사하고 보급품 챙기고 출발 준비하여 상주보로 GO ㅡㅡ
[상주역 근처에 식사 할 곳이 마땅찮아 들렸던 청국장집, 상주시 역주변이면 그래도 유동인구가 제법 많은 상권인 것 같은데 분위기는 영~ 촌스런 기분ㅡ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들린 청국장집도 사장님이 파리채를 들고 있었던 식당ㅡ
그래서 별루 기대는 안했는데 식당 주인 여사장님 맘이 시골 인심 그대로,, 단백질이 필요하다며 계란후라이도 하나씩 더 주시고 밥도 무한 리필해주시고 암튼ㅡㅡㅋㅋ]
그리고 도착한 상주보ㅡ
최근에 보기드물게 청명한 파란 하늘에 흰구름까지, 기온도 그렇게 높지 않고 날씨는 라이딩하기 더 없이 좋은 환경ㅡㅡ
우리도 기분이 완전 업되어 오전 12:00로 300랠리 시작을 알리는 인증샷 올리고 무사 완주를 목표로 파이팅을 외치며 낙단보를 향해 출발ㅡ
낙단보코스는 아주 무난한 구간이었다.
별다른 볼꺼리도 별다른 재미꺼리도 발견할 수 없는 그저 첫 구간이 주는 설레임, 가벼움 그리고 뜨겁지 않는 햇빛과 시원한 강바람 청아한 공기ㅡ
이런 것들로 기분 좋은 구간이었는데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지막주자였던 내 뒤바퀴가 털석 주저 앉아버렸다. 아직 달리기 싫다고 땡깡부릴 시간이 전혀 아니었음에도ㅡ
근데 그때는 정말 몰랐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는 것을---ㅎㅎ
기분 좋게 예비 튜브로 교체하고 Co2로 공기압도 빵빵하게 채워 넣고 다시 구미보를 향해 출발했다.
구미보는 단순한 콘크리트 구조물 정도일 뿐 별다른 느낌도 감흥도 없었다. 구미보를 달리는 동안 자전거길 주변에는 벌써 목이 타는 색바랜 잡초들이 무성했다.
.
담 목적지는 칠곡보ㅡ
오후 1시를 넘어서면서 자도의 아스팔트도 점점 달아오르고 6월의 뙤약볕 만큼이나 엔진이 달아오르면서 우리는 로드의 스피드를 만끽하며 평속 38km 넘나들며 한산한 자도를 거침없이 달렸다. 이런 것이 로드의 맛이라고 소리치며 팀 레이스를 즐겼다.
오후 3시, 한참을 달려온 뜨거운 열기를 품고 낯설고 이쁜 칠곡보에 도착했다. 우리는 도착하자 마자 바쁘게 인증샷부터 찍어 올리고 ㅡㅎㅎ
그리고 시원하고 달달한 냉커피 한 잔ㅡ
아~싸~~~!!
이런 꿀맛에 우리는 미치는 것이리라!
크지 않지만 치열하게 달리지 않음 절대 느낄 수 없는 이런 맛들로 나는 매번 라이딩에 미쳐간다. 아주 유쾌하게ㅡ^^
우리는 칠곡보에서 20분이상 쉬었다.
다들 초반 스피드에 자신 있어 했고 강한 자외선도 피할 겸 사진도 찍으며 느긋하게 휴식을 즐겼다. 누구는 바셀린도 바르고ㅡㅡㅡ^_^
아직은 모든 것이 순조로왔다. 전체 라이딩 일정도 우리팀이 예상했던 시간보다 조금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고 ㅡ
꿀 같은 휴식시간이 끝나고 다시 강정고령보를 향해 출발, 근데 출발하자 마자 얼마 안가서 2번째 뻥크가 났다. 예비 튜브는 하나밖에 안 챙겼는데 벌써 두 번째 뻥크라니ㅡ
이 번엔 뻥크를 떼워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처음 뻥크와 다른 위치에 튜브를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공기 주입기 가까운 부분에서 바람이 세고 있었다. 부득이 준비한 뻥크 팻치로 첨 뻥크난 튜브를 땜 빵해서 사용하기로 하고 제발 더 이상 불상사가 없기를 기도했다.
조치 후 다시 달리기 시작ㅡ
우리는 어느덧 서늘해진 바람을 느끼며 낙동강 수변구간을 따라 키보다 더 큰 갈대와 수목들로 만들어진 그늘 터널을지나기도 하고 이름 모를 꽃들이 지척으로 피어있는 아름다운 구간을 달려 강정 고령보에 도착했다.
고령보를 오는 동안 갑자기 고란이 한 마리가 우리가 진행하는 코스로 튀어나와 우릴 놀리게 하기도 했으며 라이딩 중이던 몇몇 라이더들은 우리 후미를 따라 붙어 한동안 함께 달리다 멀어지곤 했다.
강정 고령보에는 고대 후기 대가야 역사와 현재 대구의 첨단과학·패션을 주제로 고정보와 친수시설을 상징화해서 만든 4대강 문화관인 디아크가 위치하고 있다.
라이딩 와중에 자세한 정보를 확인한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 우리는 기념 조형물 앞에서 사진 몇 장을 남기고 달성보를 향했다.
고령보를 나와 얼마쯤 달린 후 다리를 건너 반대편 수변공원을 따라 달성보로 이어진 구간이 이번 300랠리 구간 중 제일 좋았던 코스로 기억된다.
라이딩 시간도 요즘 같은 초여름에 운동하기 제일 좋은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였으며 구간 코스의 많은 부분이 수변공원을 따라 잘 정돈되어 있어 꽃이며 갈대들이 우리 팀이 달리며 이는 바람에 손을 흔들리며 환영해주는 것 같았고
저녁식전에 저장된 에너지를 100% 소진해야만 하는 명제를 부여받은 이처럼 우리는 은비지후아빠이상재님의 리더에 끌려 이번 랠리 최고의 속도인 40km 전후를 신나게 미친 듯이 달렸었다.
최고의 알피엠으로 얼마를 달렸을까, 이번 300랠리 내내 많은 구간을 앞에서 리더해준 은비지후아빠이상재님은 출발 전부터 양쪽 무릎 주변에 강력 효력 밴드를 타원형 모양으로 무릎 관절을 보호하듯 붙인 상태라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스피드를 위해 기꺼이 봉사하고 이끌어주었다.
우리는 잠시 나무 그늘 아래서 간이 휴식을 갖기로 하고 조금 전 튀어나온 고란이와 우리가 달려온 스피드 얘기를 하며 간식과 물을 보급하고 중간 상황을 점검했다.
여전히 컨디션들은 좋았으며 다만 뒤늦게 동참했던 깽리바님이 무릎 인대로 불편해하기 시작해 준비한 에어파스로 급냉각 찜질을 하고 다시 얼마 남지 않은 달성보를 향해 출발했다.
더디어 주간 라이딩 목표점인 달성보에 도착ㅡ
도착시간은 18:04분 이동거리는 112.4km-
휴식시간이 많이 늘어져 전체 소요시간은 예상시간보다 점점 밀리고 있었으나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팀원들의 생각과 충분히 즐기고 밤에 또 속도를 내자는 의견에 동의하며
우리는 인근 고기집을 찾아 삼겹살을 구워 먹기로 하고 달성보에서 조금 떨어진 “강나들이”라는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삼겹살 1인분에 9,000원, 3인분 둘에 추가 3인분까지 9인분을 순싯간에 해치우고 각자 취향에 따라 막구수와 된장으로 저녁까지 든든하게 챙겨 먹었다.
특이 이 식당은 고기도 좋았지만 보라색 깻잎을 정말 향기가 찐하고 특이했다. 깻잎 추가를 요청하자 바로 밭에서 따온 듯이 정말 싱싱한 깻잎을 추가 지원해주었으며 된장국은 먹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막국수는 강추하기에 모자람이 전혀 없었다.
맛있게 저녁을 챙겨먹고 19:25분에 야간 라이딩을 시작, 근데 식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람재를 만났다.
아직 식후라 정상적인 알피엠도 올라오지 않았는데 강력한 업힐을 만난 것이다.
어쨌든 넘어야 하기에 업힐을 시작했다.
야간이라 정확한 경사도는 짐작하기 어려웠지만 3주전에 랜도너스200을 타면서 넘었던 밀양 천왕재에 비하면 우선 업힐 길이면에서 가 비교할 바가 못 됐다.
그러나 야간이고 이제막 배불리 저녁을 먹은 직후라 육수는 좀 흘렸지만 완빵으로 다람재를 치고 무심사로 향했다.
무심사는 초행인 우리들에게 낙동강 자도에서 한참을 빗겨나 있는 절이었던 것으로 추측될 뿐 특별히 무심사를 300랠리 코스에 포함시킨 이유도 딱히 짐작키 어려웠다. 그저 절이름 그대로 무심할 뿐이었다. [야심한 무심사에는 불경소리도 목탁소리도 그저 무심할 뿐이다ㅡㅡㅡ^^]
어쨌든 우리는 무심사가 새겨진 입바위를 찾아 인증샷을 찍고 다시 무심사를 뒤로하고 샤방샤방님의 GPS 인도에 따라 무심사를 되돌아 나왔다.
앗~ 불사!!!
무심사를 내려오던 중 거치대에 장치되어있던 은비지후아빠이상재님의 폰이 떨어지면서 라이딩 대열이 잠시 멈추고 폰을 회수하고 출발하려는 순간 은비지후아빠이상재님의 허리춤에 찼던 가방이 사라지고 없다는 사실은 이때 비로소 인지한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 역으로 가방을 풀어 났을만한 장소를 추적하며 식당에 먼저 전화하고 이어 뻥크난 자리가 다행이 주유소 바로 앞이라 네비지도로 해당주유소를 추적하여 주유소 사장님한테 도움을 청해보기로 하고 전화해서 확인 결과 지금은 없다는 것이다.
혹 필요하면 내일 CC카메라를 확인해 주겠다고 하신다. 자기 주유소 손님도 아니고 주유소 앞을 지나던 행인의 부탁에, 얼마나 감사하고 고맙고 따뜻한 일인가!
나중에 생각해 낸 것이지만 다람재에서 기념촬영하고 휴대폰 꺼낸다고 잠시 풀었다가 챙기지 못한 것으로 최종 확인되었으나 이 야밤에 다람재까지 되돌아가기엔다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계속 진행하기로 결정---^^
다음날 일요일, 은비지후아빠이상재님이 랠리를 마무리하고 주유소 사장님이 직접 다람재 까지 차를 몰고 올라가서 확인해 본 결과 "가방"은 어디에도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아침에 일찍 주유소 사장님하고 통화해서 주유소 사장님이 다람재까지 직접 한 바리 해주셨다면 가방을 찾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부탁하는 입장에 오전 일찍부터 전화도 할 수 없는 입장이고ㅡ
암튼 아직은 가방 소식을 듣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 자출사로 연락이 오면 좋으련만 ㅡㅡ^^
여행을 하다보면 아직도 인심이 살아있음을 심심찮게 마주하게 된다.
오늘 첫 번째 뻥이 났을 때도 그랬다. 마침 도로 건너편에 정미소 건물 그늘이 있어 뜨거운 땡볕을 피해 양해를 구하고 정미소 입구 공간에서 튜브를 교체하는 동안 정미소 안주인님이 우리에게 인사도 건 내고 대단하다며 응원의 박수는 물론 조심해서 꼭 부산까지 무사히 완주하라고 격려까지 해주신다.
꼭 예전에 제집을 찾아온 제비를 다시 떠나보내던 그 맘처럼 떠나는 우리 일행에게 인사하며 손도 흔들어주었다.
[세련된 모자도 쓰고 있었으며 옷차림이 시골 정미소 안주인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나름 생각했지만 그건 오로지 만구 내 생각일 뿐ㅡㅡㅎㅎ]
무심사에서 나와 잠시 편의점에서 휴식을 취하고 출발하려는데 또 뒷바퀴가 내려 앉아 있었다. 이제는 황당할 뿐 뭐라 애기하기도 미안했다.
두 번째 펑크 자리에 붙여놓았던 팻치가 불량하여 다시 바람이 나간 것을 확인하고 샤방샤방님이 가지고 있던 팻치로 재차 땜빵을 하고 함안창녕보를 향해 다시 출발ㅡ
함안창녕보까지는 차도를 타고 별 어려움 없이 도착하여 입구에 있던 인증부스를 찾아 사진을 찍고 인증샷을 올리고 박달재 구름쉼터를 찾아 길을 재촉했다.
하늘엔 수 많은 별빛과 초생달만 보일 뿐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이라 방향을 분간 할 수도 짐작할 수도 없었다.
앞서가는 동료 전조등 불빛을 따라 기계적으로 움직일 뿐 아무 생각 없이 부지런히 폐달을 밟았다.
어느덧 밤공기는 제법 차가워져 추위를 느낄 만큼 기온이 낮아져 있었다.
이따금 저 멀리 어둠속에서 개짖는 소리와 밤새도록 울어대는 개구리 울음소리만 요란할 뿐 말 그대로 칠흑의 밤이었다.
함안창녕보로부터 약 30km 정도 달렸을까 더디어 업힐이 시작되고 체온이 떨어진 상황에서 심야시간의 업힐은 그리 녹녹지 않았다.
12시간 이상 지속된 라이딩에 체력들이 소진된 탓도 있겠지만 결국 세 사람이 끌바를 선택하고 00:12분에 박달재 구름쉼터에 도착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인증샷은 빠트림없이 잘도 찍는다. 이제 간식도 싫단다.
물만 챙겨 마시고 주간에 신나했던 모습들은 몽땅 사라지고 다시는 300을 안 할 것이다, 잠도 오고 힘들어 죽겠다는 등 목멘 소리들이 더디어 팀원들 입에서 튀어 나오기 시작한다.
배가 계속 아프다는 팀원도 있고 무릎이 안 좋아서 가까운 숙소에서 자고 가야겠다는 팀원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혼자가 아니고 팀이기에 다시 파이팅을 독려하고 올라왔던 반대쪽으로 다운을 시작했다.
야간 다운이라 시야가 짧은 관계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신선수님을 배려해 다운이 끝나는 지점에서 먼저 도착한 사람은 기다리기로 하고 각자 자기 다운속도에 따라 다운을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못가서 심야 라이딩의 핵과 같았던 네 번째 뻥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제 팻치도 동이 나고 남은 라이딩 중에 한 번 더 뻥크가 나면 어떻게 해 볼 방법도 없다. 은비지후아빠이상재님의 분실한 가방에 패치며 튜브도 하나 여유가 있다고 하지만 이미 사용할 수 없는 카드가 되어버렸는데 생각한들 ----^^
[박달재 다운 후 네 번째 펑크, 이럴 수도ㅡㅡㅡ젠장!]
펑크 조치가 끝나고 다시 출발, 10분정도 진행 했을까 샤방샤방님이 진행을 잠시 중지시킨다. GPS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팀은 진행을 멈추고 샤방샤방님 GPS기기를 중심으로 모여 무엇이 문제인지를 확인하려했으나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각자 휴대폰과 가민을 통해 검색하고는 절로 탄성을
아~~~이런!
지금막 죽어라 올랐다가 내려온 이 놈의 박달재를 다시 역으로 올라야 할 상황인 것이다. 박달재를 오르지 않고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있는지 확인해 보려했으나 답이 보이지 않았다.
결론은 쉬엄쉬엄 다시 박달재를 오르는 것으로 귀결되고 우리는 천천이 아주 천천이 역주행하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첨 타는 심야 라이딩에 이번 300랠리코스 구간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다람재 업힐과 박달재 업힐로 인해 지쳐가고 있던 우리는 라이트 훅 한 방을 제대로 얻어맞은 격이었다.
그렇지만 평소 팀웍으로 다진 815MTB 답게 긍정의 힘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간만에 내가 선두를 서고 무릎 컨디션에 이상이 있다고 불편해 하는 깽바리님이 두 번째 그리고 은비지후아빠이상재님이 신선수님과 샤방샤방님과 호흡을 맞추기고 하고 박달재를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힘들면 지그제그로 천천히 그것도 어려우면 끌바로 오르기로 하고 최대한 서로 보조를 맞춰가며 파이팅을 독려하며 우리는 나아갔다. 서로가 서로에게 괜찮은지 안부도 묻고 얼마 안 남았으니 힘내자고 조금만 더 가면 된다고 서로에게 힘을 불어 넣어가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ㅡ
어이~싸! 어이~싸! 어이~싸!
다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박달재를 올랐다.
그리고 더디어 박달재 정상 구름쉼터에 도착, “달밤에 체조”를 한 바탕 치루고 우리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영아지마을 향해 다운을 시작으로 랠리를 진행했다.
박달재 다운이 끝나고 우회전하여 영아지마을로 방향을 잡고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깽리바님 뒷바퀴가 뻥크다. 타이어 옆 부분이 구멍이 나면서 튜브가 삐지고 나와 쉿~바람 빠지는 소리가 들릴 만큼 호들갑스럽다.
우리는 많은 우여곡절 속에 영아지마을에 도착했다. 영아지마을이 무엇보다 반가웠던 것은 화장실 때문이었다. 저녁식사후 제대로 화장실 한번 이용하지 못하고 다들 큰 놈을 붙떨고 왔던 것이다.
근데 화장실이 무척 반가웠지만 신선수님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샤방샤방님이 화장실을 먼저 들어갔는데 밑에서 빨간 손이 올라온다는 등 무거운 분위기를 가볍게 하기위해 개그 같지 않는 아재 개그를 했는데 신선수님이 겁이 엄청 많아 무서워서 도저히 볼일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밑이 뻥 뚫린 재래식 화장실 문화를 경험 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원체 겁이 많아 배가 아프다고 배를 부여 잡고서도 볼 일을 못 보겠다고 한다.
우리 대부분은 아직 급하지 안 해서 그러려니 했다. 화장실에 불빛이 대낮처럼 훤하고 화장실 입구에서 잘 생긴 남자 넷이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겠다고 해도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생각으로는 이해가 잘 안 되는 상황이지만 여건이 더 쾌적한 화장실을 찾을 때까지 참고 가겠다는 것이다.
암튼 우리는 영아지마을 회관입구에서 인증샷을 찍고 진행 방향으로 얼마 가지 않아 다시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시간 새벽 02:40분 칠흑 같은 이 야밤에 팀원들의 컨디션이 많이 떨어져 있는데 우리 앞에 검은 산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거의 45% 수준으로 ㅡㅡ헉!
마을입고 화장실 옆에 있던 마을 안내 표지판에는 이 길이 마을을 한 바퀴 도는 걸로 표시되어 있어 산을 넘지 않고 우회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우리 팀의 여건을 보건데 이 시간에 산을 넘는 것은 남은 여정을 감안할 때 무리라고 판단, 우회하여 일반도로를 타고 창녕함안보로 가는 걸로 결론짓고 네비에 목표점을 찍고 마을입구로 되돌아 나와 우회하기 시작했다.
창녕함안보는 우리팀이 심심하면 코스 잡아 오가는 소위 우리의 나우바리 지역이라 창녕보까지만 가면 조금 쉴 수도 있을 것 같고 “이제 다 왔다”는 느낌 그리고 뭔가 해결될 것 같은 안도감 등등 익숙하다는 것이 특히나 낯설고 처음 경험하는 철야 라이딩에 지쳐 있는 이들에게 나우바리 즉 익숙한 곳은 보금자리, 안식처와 같은 느낌이었다.
03:58분 창녕보에 도착, 제일 먼저 화장실 문이 열렸는지를 확인하고 신선수님은 화장실로 그리고 우리는 2층 화장실 앞 복도로 자전거를 옮기고 저녁 식사이후 첨으로 손에 물도 만지고 거울도 보고 호강을 누렸다.
다들 이게 격이고 문화고 문명의 혜택이라며ㅡㅡㅎㅎ
근데 아까부터 얼굴이 붓고 표정이 굳어 있던 신선수님이 결국 대업(큰 볼일)을 이루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배는 계속 아프고 화장실에는 가고 싶은데 해소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때도 우리 나머지 넷은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 했고 그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조금 있음 날이 밝아 올 것이다.
현재 시간 04:25분, 05:00 출발하는 것으로 하고 30분 정도 우리의 나우바리에서 잠시 쉬었다 출발하는 것으로 하고 복도 바닥에 퍼질고 앉아 쉬기로 했다. 앉으면 눕고 싶다고 했던가 지쳐있는 몸은 자동으로 복도바닥에 미끄러지듯 쓰러지고 다들 꿀잠 모드로 들어갔다.
나이 들면 새벽 잠이 없다고 했던가 나는 잠도 오지 않고 아직 견딜 만해서 불침범을 서며 을숙도까지 남은 일정을 계획하며 여지껏 후미를 봐 온덕에 상태가 그래도 제일 나은 것 같아 나머지 구간을 무리가 되겠지만 내가 끌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이것 저것 생각을 정리하는데 어느덧 30분이 눈 깜짝할 시간에 지나가 버리고 밖은
벌써 먼동이 밝아오고 있었다.
출입문을 열고 밖을 나서자 찬 기운이 온 몸을 오싹하게 했지만 창녕보 위로 동쪽 하늘엔 불은 여명이 눈부시도록 밝아있었다. 그 순간 가슴 저 밑에서 욱~~하는 뜨거운 뭔가가 꿈틀하며 온 몸에 전율이 온다.
이 감동을 혼자 간직할 수 없어 1분이라도 더 쉬게 하고픈 망서림도 있었지만 팀원들을 기상시켜 밖을 나와보라고 하곤 출입문을 여는 순간 찬 바람이 휭하니 복도안으로 몰아쳐 체온으로 데워져 있던 복도 내 온기가 휙 사라지면서 갑자기 추워서 밖으로 나가길 주저한다.
아쉽지만 오늘 아침의 이 감동은 나 혼자만의 선물이 되었다.
05:00 출발은 해야 하기에 짐을 챙기고 준비하여 다시 폐달에 클립을 끼우고 내가 선두를 서고 대열을 정비하여 우리는 조금 쌀쌀한 아침공기를 깊고 길게 호흡하며 수산다리를 향해 전진한다. 다들 아직 몸이 달궈지지 않아 추위를 느끼고들 있어 28km 전후로 둘쨋 날 라이딩을 시작했다.
여전히 신선수님은 아랫배가 불편한 상태였고 깽리바님은 무릎 고통을 인내하고 있는 중 그리고 우리 팀 리더 샤방샤방님도 밤새 GPS에 길을 위탁하고 길 위에서 길을 찾는다고 많이 지쳐 있는 상태ㅡ
그리고 어제 왠 종일 팀을 끌다시피 한 은비지후아빠이상재님은 출발부터 양쪽 무릎에 파스를 붙이고 출발했었는데 가방과 함께 바람막이를 분실해 밤새 추위에 떤 정도로 게중 양호한 상태로 보였다.
(아침에서야 땀내가 베인 저지지만 차가운 기운을 다소나마 막을 수 있어 내 긴팔 저지를 건내 줌, 야간엔 이 생각도 못했다. 멍청하게시리!)
우린 수산에 도착 간단한 보급을 위해 편의점에 들려 따뜻한 국물이라도 적시고 출발하자며 컵라면을 하나씩 주문하고 현 상태를 재차 확인 결과 현재시간 6시10분전 천천히 가도 10:00 전까지는 을숙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가다가 피곤하면 무리하지 말고 중간 중간 짧게 쉬어 가기로 했으나 깡리바님의 무릎 상태가 더 이상 랠리를 진행 할 수 없다고 한다.
이제껏 밤새도록 고생했는데 도저히 더 이상은 랠리를 진행할 수 없다고 해서 부득이 아쉽지만 수산에서 버스로 복귀하는 걸로 하고 수산에 남기로 한다.
그리고 신선수님 화장실 문제는 이때까지도 그렇게 심각한 상태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신선수님 본인도 심각성을 우리에게 얘기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랠리가 끝나고 이번 300랠리를 복귀하는 과정에 나는 가장 아쉽고 아픈 부분이 이 대목이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신선수 본인 입장에서는 우리 넷이 남자라는 것 때문에 이런저런 얘기가 불편할 수 있었을 것이고 복부가 팽창된 상태에서 장시간 안장에 앉아 라이딩을 해야 하는 자세는 자연히 복부에 압박을 가해 불편함 정도를 넘어 고통이 심하게 왔을 것이라는 정도는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짐작 또는 충분히 알아차리고 조치를 했어야 했는데 넘 가볍게 생각하고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사실이 넘 미안하고 죄송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야간 랠리를 포함하는 장거리 랠리는 팀웍이 중요하고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고 봉사하고 희생하고 인내하는 과정을 통해서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함께 하는 팀이 있기에 용기를 내고 도전하는 것인데ㅡ
그 기본을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 넘넘 속상하고 다시는 이런 무지를 반복하면 안되겠다는 각성에 이 후기를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겨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만의 하나 수산에서 병원을 찾아 간단하게 간장만 했어도 수산 이후 일정 동안 신선수님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본인은 물론 우리 모두다 더 멋진 랠리로 기억되고 추억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 때문에 지금도 맘이 넘넘 아프고 미안하고 송구하다.
짐작이 되겠지만 깡리바님을 수산에 떨어뜨려 놓고 넷이 출발한 수산이후 일정은 신선수님의 고통과 무심한 남자 넷의 부조화 속에 억지로 억지로 완주라는 목표에 끌려가는 랠리가 되고 말았다. 즐겁지도 유쾌하지도 못한 아주 많이 아쉬움이 남는 300랠리가 된 것이다.
나의 게으른 무심함 때문에ㅡㅡㅡ^^
창녕보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한 우리는 이런 난관들로 인해 11;40분에 최종 완주지점인 을숙도에 도착했다.
그래도 그때는 지금과 같은 생각을 결코 하지도 못했다. 지쳐서 힘들어서 다들 페달을 밟을 힘이 없어서 그런 것쯤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당연히 받아드릴 뿐이었다.
그래도 위대한 것은 신선수님이 혼자 결단하고 그 고통을 부등겨 안은 채 혼자 선행하여 완주했다는 사실이다.
화장실마다 들렸지만 결국 해소되지 않았고 선택의 귀로에서 랠리를 포기하는 쪽이 아니라 랠리를 빨리 끝내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하고 위안이고 격려인지 나는 안다.
신선수님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ㅡ
우리 남자 셋은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짜증낸다고 해결 될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는 정도로 밖에 생각하지 못했는데 진작 신선수님 본인은 자기 때문에 자꾸 진행이 늦어지는 미안함에 불편함에 혼란스러웠다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감사하게도 신선수님의 자기 결단으로 양산이후 자도 구간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어렵게 어렵게 구간 속도 28km 정도를 유지하여 300랠리를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비록 300랠리를 진행하는 동안 몸은 지쳤고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이 많은 랠리였지만 중요한 것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서로 더 많이 이해하고 성장하고 진화한다는 사실이다.
도전하는 것도 도전하지 않는 것도 모두 다 내 안에 있는 것이다.
도전이란 할 수 있어 하는 것이 아니라 내안에 나에게 힘을 주고 싶고 감동을 주고 싶고 선물을 주고 싶어서 부족한 나에게 행하는 가장 나 다운 결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함께 한 우리 팀 샤방샤방님, 은비지후아빠이상재님, 신선수님, 깽리바님 모두 모두 장하고 위대하고 자랑스럽다.
정말 수고 많았고 랠리 내내 진심 감사했다.
그리고 우리팀을 응원해주신 자출사 회원 여러분들께도 진심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끝.
|
첫댓글 자유독님~~
정말 인생 멋지게 사시는 것 같아..
늘 부럽습니다..ㅎ.
이렇게 정성을 다한 글에 대해 답글이 넘 늦었네요.ㅠ.
그동안 일도 바쁘기도 했지만..아버님이 편찮으셔서..
이 글도 대충 눈팅했다가..오늘에서야 차분히 잃어 보았네요.ㅠ.
자유독님과 함께 하시는 분들도 참 보기 좋아요~~ㅎ.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모습에..영혼의 자유로움과 열정이 전달되어 오네요..ㅎ.
수험준비에도 더욱 힘내시구요~~.^^.
장마비는 역시..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네요..^^.
오늘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