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읍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읍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도종환의 가을시를 올려 분위기를 돋웁니다.
2017. 9. 22. 이대부고 11회 동창 산행은 산정호수 명성산으로 정했습니다. 초가을 단풍이 채 물들기전에 억새풀이 먼저 가을소식을 전한다해서 찾아간 겁니다. 여느날보다 화사한 가을 햇살을 맞으며 종합운동장 6번 출구에 모이기로 하였는데, 그날따라 가을 연고전을 야구장에서 하는 바람에 너무많은 청춘들이 밀고 넘쳐 걔들의 기도 받아가며 설레이는 가을 소풍을 충전하였습니다.
총원 11명, 회색 12인승 렌트카를 시동하여 포청 산정호수를 향해 출발!
이번 산행은 미국에서 방문한 손희란, 오정기 친구가 함께 동반하여 우리 산행을 축하해주었습니다. 그 친구들의 참석에 의미를 더해주고 싶어, 억새풀 산행을 준비했다고 굳이 전하고 싶습니다.
산행코스는 지도상에 표기된 바로는 왕복 3시간, 동반자중에 산행보다도 계절을 느끼고 싶어 조인하는 친구들이 다수 있어, 산정호수 둘레길을 산책하는 코스도 별도로 예정하여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하루를 보내기로 한것입니다.
산정호수 도착하니, 11시30분, 우선 식당을 잡아 아침식사를 거르고 온 친구들을 위하여 산채정식으로 식사준비를 시키고, 산행팀은 12시 반 되어 출발! 코스는 주차장-비선폭포-등룡폭포-억새풀 능선- 팔각정 을 정점으로 책바위-자인사 코스로 하산.
폭포가 도열해 있는 계곡은 마치 설악산 12선녀탕 계곡을 축소시켜 놓은듯한 비슷한 분위기 였습니다. 생각보단 수려한 계곡 풍광에 넋을 놓고 등반에 심취한 일행은 쉬지도 않고 오르고 또 올라, 등룡폭포에 이르러 한땀 닦으며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모두들 오기를 잘했다, 코스가 쥑인다, 감탄을 하며 능선앞에 펼쳐질 억새평원이 과연 어떤 모습일까~ 기대반 설렘반으로 오르막 힘든 코스를 올라갑니다. 드디어 억새풀들이 한두포기 보이지만, 오르막은 계속 이어집니다. 머리를 쳐박고 한 십여분 끙끙거리니, 드디어 억새 군락지 입구. 몇몇 사람이 억새풀 축제를 대비하여 플래카드 설치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원은 아니고, 약 15도 가량 비스듬한 경사지로 수 천평에 이르며 그 정점에 팔각정이 세워져 있고 거기까지가 산행의 목표입니다.
넓은 억새평원이 반기긴해도 이어지는 오르막 길이 턱밑까지 숨을 차오르게 하는군요~ 상원이가 막걸리 막걸리~ 타령을 하길래, 여기서 마시면 퍼진다, 저 위 팔각정 가서 마시자 하며 말리며 한 땀 한 땀 한걸음 두걸음, 소걸음으로 올라 드뎌, 팔각정을 지척에 두고 나무 계단에 퍼져 앉아 먹고 마실것들을 꺼내어 발아래 억새밭을 감상하며~ 야! 야~! 멋있구나. 좀 이르긴 해도 억새의 전경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훌륭한 군무를 이루며 땀흘리고 올라온 노객들을 환영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래 모두들 수고했다. 맘껏 즐겨라, 이제 팔각정까진 5분 걸음이다. 맘껏 마시고, 그위에서 또다른 전망을 즐기자! 포천 이동막걸리 아시죠? 전국 최고의 맛! 전부 사양하는 바람에 난 4컵을 거푸 마셨다오~ 팔각정에 이르니, 나무그림자에 아래 산정호수 전경이 안보여요. 할수없이 기념사진만 남기고, 돌아서려하니, 빨간 우체통이 시선을 잡네요? 일년후에 배송되는 편지 우체통이라고? 아-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난다, 엽서를 준비해올걸.... 담에 다시 올라올 기회가 있을까? 에이~. 시간은 딱 두시간 걸린것 같다. 양호하다, 이제 내리막이니, 가파르지만 코스가 좀 짧은곳으로 하산을 잡았다. 정상아래는 완전 암벽하강이다. 한 이십여분 지나자, 암석 지대다. 발 디딤 디딤이 힘이 모아져야지, 안그러면 중심 잡기가 힘들다. 예상치않은 소식이 들려왔다. 후미에 한 사람이 쳐진다고, 다리가 풀려서 접지를 못한다고... 일단 시간 맞추기는 안될것 같다. 후미를 기다리며 맞추어 가야겠다. 12시간 비행기타고 시차 적응도 안된 상태에서 힘을 쓴게 과열되었나 보다. 올라올때는 아주 여유를 보이길래, 걱정없었는데,,, 상원이가 지지해주며 내려오니 안심은 되지만, 교대로 부축이며 애쓰다보니, 자인사 경내가 보인다. 모두 수고 했다. 산행의 끝이다. 오후 4시 반, 총 산행시간 4시간.
호숫가 둘레길 팀이 기다린다고 야단이다.
차를 끌고 자인사로 오라니까, 시동이 안걸린단다. 밧데리가 나갔다. 내가 스몰등을 안끄고 내렸구나, 그게 원인이구나. 보험사를 부르고, 일행과 만나, 출발한 지점의 식당에 들어가 늦은 점심과 이른 저녁을 동시에 하며, 전체 인원들과의 담소에 피로를 풀어버린다. 해가 늬엿늬엿 지는 호숫가에 산 그림자가 담긴다. 하현달이 섹시하게 휘어진 가냘픔으로 산마루에 걸려있다. 밧데리를 충전한 차로 명성산과 산정호수의 주변을 드라이브하여, 산에 오르지 못한 친구들에게도 그 산기운을 느끼게 하고나니, 이미 사방은 어둠에 쌓여버린다. 다행히 이런 풍경들을 다 밑에 첨부될 사진에 옮겨놓았다. 마무리로 호숫가에 둥 떠있는 찻집으로 가서 산정호수의 밤을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