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배터리 개발이 필수
이처럼 사물인터넷, 착용형 민간 기술과 장비를 군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착용형 기술과 장비를 활용한 로봇 개발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입는 로봇’으로 불리는 착용형 로봇은 몸을 지탱하는 골격이 곤충처럼 밖에 있어서 ‘외골격(exoskeleton) 로봇’이라고도 한다. 2014년 6월 브라질월드컵 개막식에서 하반신이 마비돼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던 줄리아노 핀토가 시축에 성공해 7만여 관중의 환호를 받게 된 것도 착용형 로봇 덕택이었다.
병사를 ‘수퍼맨’으로 만들어주는 군사용 착용형 로봇 개발은 세계 각지에서 항상 전투를 벌이고 있는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 병사들이 무거운 장비를 옮기거나 몇십㎏ 배낭을 메고 행군하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F-35 스텔스 전투기를 만드는 미 록히드마틴이 2009년부터 개발 중인 ‘헐크(HULC)’는 병사가 90㎏ 배낭을 지고 시속 16㎞로 달릴 수 있게 한다. 미국의 ‘블릭스’라 불리는 로봇은 80㎏의 남자가 32㎏가량의 짐을 들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해준다.
우리도 뒤늦게 착용형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 중인 ‘하지 근력증강 로봇’은 아직까지는 몇 ㎏을 들어올리는 수준이다. 45㎏ 무게의 배낭을 메고도 시속 4㎞ 속도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방산업체와 대학에서도 착용형 로봇 개발이 진행 중이다. 현대로템에선 착용형 로봇의 핵심기술인 험지 적응형 고반응 보행제어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장비를 착용하면 50㎏의 무거운 짐을 지고 시속 6㎞ 이상의 속도로 평지, 계단, 경사면을 걷고 수직 장애물이나 참호를 통과할 수 있다.
LIG넥스원은 렉소(LEXO)라 불리는 착용형 로봇 1차 시제품을 내놓은 상태다. LEXO는 차량 진입이 어려운 산악지형에서 공병, 병참작전 지원 및 탄약 수송을 하거나 특수부대의 장거리 작전임무를 위해 인체 근력을 강화하도록 발전시킬 예정이다.
한양대학교에선 헥사(HEXA)라 불리는 로봇을 개발 중인데 의복 형태의 기계를 몸에 착용함으로써 인간의 능력을 증강시켜주는 것이 특징이다. 상·하체 시스템으로 운용돼 목적에 따라 상·하체를 분리해 별도의 시스템으로 활용한다. 상체 시스템은 로봇 팔 말단에 장착된 힘 센서가 사용자의 동작 의지를 인식해 구동되는데 최대 40㎏의 짐을 옮길 수 있다.
‘입는 잠수정’ 로봇도 있다. 2012년 캐나다에서 개발한 ‘엑소수트(Exosuit)’는 잠수사가 수심 300m에서 50시간까지 머물게 해준다. 배에 연결한 케이블로 동력과 산소를 공급받으며 바다 위와 비슷하게 늘 1기압을 유지한다. 엑소수트를 150만달러에 사들인 미국 기업은 에게해 보물선 탐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착용형 로봇의 미래는 영화에 잘 나타나 있다. 영화 ‘아바타’와 얼마 전 개봉한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입는 로봇은 기관포를 쏘며 전투를 벌인다. 영화 ‘아이언맨’도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영화 속 로봇을 디자인한 할리우드 특수효과 회사와 미 국방부가 손잡고 특수부대가 쓸 ‘전략 공격용 전투 수트’를 개발 중이기 때문이다. ‘아이언맨 수트’는 전신 방탄 기능을 갖고 있고 141㎏ 장비를 지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수트를 움직이는 강력한 배터리 개발을 비롯해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몇 년 안에 현실화할 것이라고 한다.
착용형 장비는 격오지 부대 등을 대상으로 한 군부대 원격의료 진료체계 구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환자관찰 장치, 전자청진기 등 격오지 부대에 비치된 진단장비로 환자가 직접 생체신호를 측정해 원격지의 의료진에게 전송하고, 전문 의료진은 전송된 정보와 화상통신 시스템을 동원해 격오지 부대에 발생한 환자를 적기에 진료하는 방식으로 운용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군 당국에서 현재 진화하고 있는 로봇 등 착용형 장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도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