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 / 박용하
돌과 돌멩이의 차이를 느낀다
이와 이빨의 차이를 느끼듯
돌이라고 말할 때와
돌멩이라고 말할 때의 차이는
얼굴과 면상의 차이만큼이나 멀고 먼 나라의 저녁 공기
사람과 인간의 차이를 느낀다
미묘한 차이
피와 혈액의 차이
동물이라고 말할 때와
짐승이라고 말할 때의 차이는
어둠의 두께만큼이나 여명이 다르고
저녁 어스름은 다르게 물든다
매일 맞이하는 아침이
어제와 같을 수는 없다
오늘 하루는 늘 유일무이한 하루이듯이
그가 쓴 시에서 온기를 느낀다
여기까지 말하는 것과
그가 쓴 시에서 온기를 느낀다
하지만 열기가 느껴지는 건 아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죽음과 죽임만큼이나 다르게 다가온다
내가 너가 아닌 만큼이나
너가 내가 아닌 이유로 우리는 살아간다
차이가 세계를 만들고
차별이 죽음을 들이대고 있다
사람과 인간과 동물과 짐승이 얽혀 있다
천당과 지옥이 동거하듯
위선과 위악이 각축하듯
모든 날들이 엊그제 같다
그런다고 내일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길들여지지 않은 오늘이 나를 주시하고 있다
혐오와 차별이 사라지지 않듯이
- <청색종이> 202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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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하 시인
1963년 강릉 출생, 강원대 국문과 졸업
1989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및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등단
시집 『영혼의 북쪽』 『견자』 『한 남자』 『이 격렬한 유한 속에서』 『저녁의 마음가짐』 『견자』 『위대한 평범』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