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진이.
어제 교회에서 오랜만에 희진을 만났다.
다가오는 8월에 있을 아이들 캠프를 준비하는 모임에 희진이도 참가하였는데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 싶었다고 했다. 산소마스크를 꽂고 휠체어를 타고 아빠와 이모의 부축을 받으며 예배당으로 들어서는 희진이의 모습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저리도 오고 싶었고 보고 싶었을까 싶으리만치 말이다.
희진이는 얼마 전 죽음의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다. 심장에 이상이 와서 한동안 병원에서 집중치료를 받았고 우리 모두는 희진이를 위해 기도했다. 그리고 너끈하게 이겨내고 퇴원을 해서 외할머니댁에서 회복 중이었고 희진이가 제일 좋아하는 미경이이모와 카페 나들이도 가고 캠프준비모임에도 온 것이다. 혹 조금 무리가 될까 염려도 되었으나 저리도 행복해하는 것을 하며 우리도 함께 즐거워했다.
그렇게 희진과 저녁 시간을 잘 보냈는데 다음날인 오늘 아침 갑자기 희진이가 위중해져서 응급실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 있다가 26분 뒤인 오전 10시 13분, 희진이가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는 메시지가 좌우로 몹시도 흔들리는 휴대폰 창에 떠 있다. 어제 찍은 사진을 희진에게 채 보내지도 못했는데. 이번 영성 캠프 때 희진이 보디가드를 하려고 했는데...
희진은 스물아홉살 난 예쁜 아가씨이다. 희진이를 처음 본 것은 작년 여름, 교회 예배에서 였는데 말로 들은 것처럼 행동이 부자유했다. 몸이 온전하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또 누군가 안아 주어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갈 때 내가 희진이를 안아서 차에 태웠다. 스물아홉 아가씨 몸이 깃털보다 더 가벼웠다. 어제는 더 가벼웠고.
희진이는 너무 어여쁜 아기 때부터 저렇게 아팠다. 태어날 때 병원에서 실수하여 몸에 마비가 왔고 심장도 손상되었다고 한다. 그 깊은 아픔을 스물아홉 해 동안 어찌 다 삭였나 싶다. 가족은 또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그토록 사랑하던 미경이 이모는 그 얼마나 남모를 눈물을 훔쳤을까.
이젠 산소마스크 안 해도 되고 휠체어 없이도 주님 손 잡고 힘차게 천국의 황금길을 걸어 다닐 희진이만 생각한다.
천국에 가면 희진이를 맨 먼저 만날까.
그리울 희진이를 내 마음에 고이 간직한다.
“예수께서 길을 가실 때에 날 때부터 맹인 된 사람을 보신지라
제자들이 물어 이르되 랍비여 이 사람이 맹인으로 난 것이 누구의 죄로 인함이니이까 자기니이까 그의 부모니이까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이 사람이나 그 부모의 죄로 인한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
때가 아직 낮이매 나를 보내신 이의 일을 우리가 하여야 하리라 밤이 오리니 그때는 아무도 일할 수 없느니라”
(요한복음 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