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안 오고요, 해월의 그 오싹한 칼바람도 없었죠. 그렇다고 불붙는 단풍과 파란 하늘 그리고 티 없이 맑은 가을 햇살도 아직,
다만 대기는 따스하여 육부가 평등하고 다못 만남이 반갑다 못해 오장이 평화로운 가을 산행이었습니다.
서울을 빠져나오는 데 애를 먹고 이 먼 남쪽나라 조계산을 위해 쉬지 않고 내달려온 여섯 분 서울 식구들과
선선히 포옹을 나누었어요. 산단풍은 아직 덜하고 우리 단풍은 금세 붉어졌지요.
좋아요. 우린 말 없이도 나누는 것이 있고 더러 탁주 한잔에도 취하는 것이 있어
그리움인데, 요번엔 차마 너무 오래 되었어요. 만남이 징검돌 건너듯 강종거리는 것이 있어야
정도 새롭고 사랑도 질기고 헤어짐도 실타래라...!
먄혀유...^^
들꽃은 우리 곁에서 평생을 피고 지건만, 마음은 많고 늘 시간은 부족한 우리들이 지나치며 본체만체하니
꽃이라고 저라서 행복하겠어요? 보아주는 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에요.
생각 하나로 우주를 들락거릴 수 있지만 서로의 안부 모르면 반푼.
동안 제 '집'에 가리워 몰랐던 사연들을 들으며 홀로 생각이 참 많았던 산길이었답니다.
직장 일로, 집안 일로, 바깥 일로, 몸 일로 말이죠...
세상에서 순조로운 일 하나 없음을 삽날에 얹힌 흙덩이 하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종종 풀벌레 한 날개의 신비는 끄덕여도 흙 속에 속한 만 가지 미생물의 신은 잊고 살다보니
슬프게도 세상 일이 턱없이 모자라고 사람의 인연도 안쓰러워 빼빼 마른,
제 존재의 뒷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알량히 집 하나 지으면서 요샌 또 제가 이렇습니다.
하염없이 만나고 또 만나서 싱겁게 먹고 살갑게 스치며 그럭저럭 돕고 적당히 그리워하는 거.
더구나 한 해 한 해 몸이 낡고 헐고 쇠하여 그냥 두면 아니 되오니
양약은 떤져불고 우리 까마야 기막힌 우주의 풀뿌리로 관리하는 수밖에 없어요.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는 뿌리로 간절히 이어져 있음을 믿어야 해요.
이 사진이 요렇게 찍히기까지 근 한달??
오래 두어도 열어보지 않으면 요렇게 가까이서 팔딱팔딱 뛰는 육신을 대하기 어렵죠.
인터넷카페가 좋기로야 얼마나 편한가! 하지만 카페는 카페의 문을 열고 성큼 들어오는 회원 따로 있고
먼 데서 바라 보는 회원 따로 있기 마련이어서 밖에서는 안으로 흐르는 강의 가운데를 잘 볼 수 없는 단점도 있죠.
물 맑고 조약돌 고운 강섶이니 그것으로도 섬진강이고
따뜻하고 포근한 언덕이러니 그것으로도 지리산입니다.
백두선 반반한 등줄기에 백귀덕샘의 작은 배낭이 걸려 오르고 내리는 동안 '백씨'에 대해 궁금하였어요.
백씨 남자들은 경상도 남자들처럼 정말 말이 더딜까? 그로고 보니 백씨 남자를 잘 아는 백귀덕샘도
자분자분하지는 않지. 그러니까 딱딱 행동으로 하면서 몇 마디씩 곁들이는 축?
또 그러고보니 말솜씨도 없는 두선이가 삽을 들면 행동으로 두 마디 열 마디라... 오, 그러네~~!
바부 두선이를 이쁜? 두선이로 임명합니다.
여러 일상의 꺼리들을 조절하여 이렇게 마음길 내어주어 감사합니다. 세상에 편하고 한가한 사람들만 모이자 말했지만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어딨답니까. 서울에서 조계산이 얼마며 개개인에 열려 있는 문짝들이 한 두갭니까...
백귀덕샘은 같은 시각 무등산 산행 약속을 내려놓았고, 나병후 김장임샘은 처남네 이삿날을 포기하였다죠.
김금자샘은 감기에 사고로 다친 허리를 모른 채하였고,
그런 식으로 속으로만 알고 밖으로는 조금도 모르는 이영희샘과 백두선샘도 있었을 겁니다...
그리하여 만남은 산행을 앞지르는 가을이고 가을을 앞지르는 한 달이었어요.
꼭 함께 못하신 회원님들 들으시라^^ 꺼낸 입장권은 아니지만 다음 만날 농산 잘 지어봅시다그려...
// ㅎ..
잘 다녀왔시요. 설레었지만 못 오실 것도 반 남겨두었거든요... 산길에서 김장임샘과 생강나무님 이야기 하였어요. 친구 언니 된다는 걸 알고 와락 반가웠어요. 손주 보는 재미나 고생을 전 아직 모릅니다. 제 누나를 보니, 힘들어 죽겠다 하면 조카딸이 밉고 손주를 끌어 안고 좋아 죽는 걸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아 대강 알아묵죠. 산행도 반은 그리움이고 반은 아쉬움입디다. 먼 데서 오신 분 걸음에 어찌 감사표현을 해야 할지, 바쁜 일상 쪼개어 행장을 나서준 오랜 정인들에게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생강나무님. 그래도 손을 놓으면 눈물 나고 어깨를 결으면 버거운 것이 인생살이라면 놓았다 결었다를 반복하면 될 것 같지 않습니까? 생강나무님과 전 지금 손을 잡을까 말까하는 중? 오늘은 온통 '손'이군요.^^ //
엊그제 시집을 내신 정혜숙(생강나무)님이 손주만 아니면 오실까 했는데 미안하다며 쪽지를 보내셨어요. 위는 제 답신이구요. ...쪽지를 공개하는 짓을 다 하였군요.^^
비록 막걸리통 앞이었지만 혜숙 샘 잠깐 접은 오금다리의 기도는 꽃잎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그 살포시 접은 눈썹의 미감에서 제게 전달된 무슨 무지개처럼 번지는 것이 있었어요. 착함, 감사, 행운, 찰나...
그 톱톱하고 상큼한 눈썹막걸리, 주님도 배시시 받아드셨을 겁니다.
식후 백귀덕샘의 그 문희옥회장님과의 '인연' 에 감사하는 명문장을 제가 근데 잃어버렸어요.
혹 댓글로 라도 외울 수 있으면 좋을텐데...
어린 아이처럼 해사한 그린님이 문희옥 동창과 나누는 격 없는 대화는 늘 제 무거운 귀를 쓰다듬어줍니다.
이는 김승민샘과 사진엔 없지만 산행은 함께한 그의 절친 김종운샘과의 대화에서도 어떤 동질의 우정을 발견합니다.
심각한 듯하여 가차이 앉아보면 실은 밑도 끝도 없는 중동의 무 토막이고, 너야 나야 '해라'하며 건네는
문희옥 주도례식 남녀간의 우정이 부러웠어요.
병고를 이기느라 힘들었던 해빈께서 이번엔 한식 중식 일식을 섭렵해가며 내일을 꿈꾸는 기복 없는 마음 표현은
달뜨고 변덕스러운 제 입술을 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고마운지고! 블랙님의 아들이 아빠와 아빠의 지인들의 편안한 여행을 위해 기꺼이 6인 합승차에 오른 것은
내 오종종하고 늙수그레한 개인주의가 모처럼 신나고 화통한 버스전용도로를 내달리는 기분이었으니!
블랙회장님, 예의 그 키 크고 무거운 유리병을 배낭에 메고 산을 오르고 산을 내려와 언제냐 싶게
저녁식탁에 냉큼 내놓아 꿀꿀꿀 부어주시는 이벤트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문문히 날 취하게 하였어요.
꼭 이 가을 하루처럼 제게 스무스한 김장임 나병후샘과 이영희샘 감사해요. 처음 뵌 서울의 '산 친구'님은 제게
손목을 잡히셨으니 요 다음에 만나면 더 세밀한 데까지 몸 구석구석 풀약을 일러드릴게요. 언제나 말 없이 미소로 답해주시는
블랙샘 사모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낯설었던 처음에 비해 솜털처럼 부드러워진 세월을 제가 느꼈습니다.
함께 산행을 못하고 점심 먹은 쓰레기 봉다리를 들고 홀로 내려가야 했던 김금자샘! 미련을 담아 모처럼 가을편지 한 장 띄울게요.
내년 꽃 피는 봄을 기다리고 또 가을엔 10주년 가회를 기약하며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로 무던하시길 바랍니다.
첫댓글 새록새록 아름다운 얼굴들입니다..
천리길이 무색하게 밤마실 나서듯 서스럼없이 길 행장을 꾸린건 두팔벌려 맞아 주시는
회장님과 그회장님을 좋아하는 여러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화순.보성.나주.해남
어느새 고향같은 단어가 되었어요~~^^
고마워요.. 바쁜 일상에 먼 길을 달려오면서 이런 저런 생각도 많았지요? 화색을 보고서 조금 안심하였어요. 시간에 닿으려고 숨도 안 쉬고 다그쳐오면 어떡해요. 다음엔 조금 늦더라도 안전하게 천천히 오세요. 우린 먼저 온 분들과 반가운 인사도 나누며 차분하였는데... 고향길이다 싶으면 한결 쉽죠. 고마운 단어...!
어쩌면 그리도 해빈님!!은 말씀과 글들이 주옥같으신지..이번 자리에 마음만 함께하고 말았습지요. 오전 4-H학생회원들과 전통음식체험학습 끝나고 점심때라도 달려가 보고 또 보고, 뵙고 또 뵙고 싶은 분들 얼굴 한 번 더 가을 단풍보듯 함께하고 싶었는데..오후6시에 해남군에서 주는 표창장을 받아야 할 일이 생겨 깜짝쇼마저 접고 말았어요. 나중에 혼자서라도 올라 낙엽이라도 주우며 올 한해 가을을 홀로 음미해얄 것 같습니다. ㅎㅎ
가을 풍경과 어울리는 중절모 눌러쓴 조르바님을 상상했었는데..아쉽게도 못뵙고 올라왔네요
아직 남아있는 가을이야 짬을 내서 언제든 감상하실수 있겠지만
해남군에서 내리는 표창장을 다음으로 미룰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축하드려요...표창장 안고 음미하는 가을은 한층더 뿌듯하고 아름답지 않을까요?
조르바의 가을 표창장은 은행잎색인가 단풍잎 색인가? 잘 주웠네...
그 어느 때 보다 설레며 기다렸던 날 행복했어요.. 꼬오옥 손 잡아주시고. 제 작은 키에 맞추어 구부리시며 사진찍으신 모습 귀한 배즙으로.목마름 해결해 주신 멋진님 짧은 대화였지만 불꺼진방이 생각났답니다. 바람의 븃으로 가을울 그리는 느낌울 얘기해주셨어요.어여 건강 회복하여 함께 산행할 날을 기다립니다. 모두 반가웠어요. 김진수선생님 덕분입니다 감사드립니다 참 희옥아 너도 고마워....
강물샘 이야기셔요? 두 분은 서로 잘 맞는 사주들이에요. 어여쁜 것을 못 참는 건 남자들의 몫인 줄만 알았는데 꼭 그렇지는 않는듯... 여자들끼리 통하는 속은 제겐 늘 신비에요. 핸드백 속 같고 일기장 속 같은... 싱그럽고 해맑은 초록기분, 저도 고마워요~~!
녜 핸폰으로 하니 오자가 많네요
자려다가 우리 양순씨 생각나네. 서울출장 오면 연락혀요
저 울다울다 이제 눈물 말랐어요.
다들 행복한 이 가을의 잔치에 저만 빠졌으니 나주교회 찬양대원들 이끌고 장흥 억불산으로, 영암 국화축제로 쏘다녔던 그 날이 원통할 따릉입니다.
더구나 요즘 서울에서는 날이면 날마다 공연 오라고 초청장인데
아쉬운 군침만 삼키고 있으니 말이죠.
이번에 함께 하지 못한 거 정말 죄송하고요, 어떻게든 뵐일 한번 만들겠습니다. 저 잊지 않고 기억해 주셔서 감격입니다 크흑~
주옥 같은 주인장님의 글과..정감 넘쳐나는 식구들의 댓글에 저는 [유구무언...] 입니다*^^*
회장님 산행후기가 TV문학관 한편 보는 듯 그립고 애잖합니다.
설마, 안 온 사람들 염장지르시려는 의도는 없으셨겠지만 부러움이 지나치니 상대적 박탈감과 허기짐과 다음번엔 기어코 가고야 말리라는 오기가 발동합니다.
요즘 거리거리 마다 장비의 군사들이 돌격훈련을 하는 모양을 보며 가을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지냅니다.
나주와 화순 경계에 이렇게 멋드러진 가을길도 있는데 회장님과 조르바 정태석 선생님 모시고 '아, 가을인가!' 노래라도 한곡 부르고 싶다는 소망은 과욕이겠지요?
아흑~ 소슬한 가을바람 따라 꿈도 소망도 떠나가겠구나.
과욕은 늘 내가 부리고 있어요. 떠나기 전엔 형편 따지는 것 같고 돌아와서 보면 공연하고... 함께 못 가서 맴 편치 못했을 기분을 알면서도 가을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발가락이 나보다 조금 긴 조르바라도 나서야 지척인 화순과 나주들판이 오목판 바둑판쯤 되려나~~! 저 노란 가을길을 걷고 싶군요...
어제는 해남에 가을비가 내렸어요. 가을색 고운 단풍 보러 대흥사를 찾았다가 막걸리 한 잔 함께 마셔줄 벗이 없어 혼자서 해물파전 시켜먹었습니다. 내일은 출장을 빌미로 1박 2일 전주 여행나서려구요. 전주대학교에서 무지개학교 담당자 모임이 있다는데..저는 담당자도 아니면서 의무적으로 3명이라는 공문덕?에 여비와 숙박비를 얻어서 가는거랍니다. 11월이 가기전에 형님께 달려가겠습니다. 쓴 소주 한잔 해얄 것 같아서요.
듣던 중 반가운 말씀. 삼치에 대한 내 혀의 기억은 꽤 집요하고 병적인 데가 있네. 자네 방금 약속 어물쩍 넘어갈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을거여. 막걸리를 준비해야 하니 삼치 잡힌 대로 벼락 같이 연락하여 내 심심한 눈자위의 불콰한 기억도 되돌려주길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