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지겹게도 비 내리는 날이 이어진다.
이른 아침에 나가 살펴보니 비가 내리지 않기에 대뜸 예초기를 가동하여 들깨들 사이의 바랭이풀들을 베어내는 작업을 하였다.
거름도 인색하게 주는데, 바랭이들에게 영양분을 빼앗기지 말고 들깨알이 잘 여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 시간여를 신나게 제초하는데 가랑비가 굵어지면서 모자와 윗도리를 적신 비가 땀과 함께 섞여 흘러내린다.
날씨의 꼴이 오늘은 작업 그만 이라는 것이다.
옷 벗어 빨아 널고 커피 내려 마시며 여유를 부리다보니 우중에 텃밭을 시찰하는것도 낭만이려니 하고 우산을 쓰고 풀 속을 헤치며 돌아다녀 본다.
허리춤까지 자란 풀들을 지나 산아래 작은 개울 부근에 가보니 야생화들이 여기저기 널려 가랑비를 즐기고 있다.
무더기로 몰려 피면서 세력을 자랑하는 애들도 있고, 고고하거나 쓸쓸하게 홀로 고독을 즐기는 녀석도 눈에 띈다.
눈을 돌려 보면 다른 녀석들과 사이좋게 공생하면서 예쁜 꽃들을 피우는 평화로움을 보여주는 장면들도 많이 있다.
같은 시기에 다른 꽃들이 같이 서로 어울려 피는 장면을 보면 농사놀이나 하는 대상인 무심한 텃밭이 밝고 평온스러운 자연의 포용력을 느끼게 해주는 듯하다.
눈곱만큼도 지지 않겠다고 싸우며 살아가는 나쁜 인간들이 한갓 미물로 보이는 풀꽃들을 보면서 깨달음을 조금이라도 얻는다면 세상이 더욱 살만해질 것이리라.
점심을 하고 나서도 비는 계속이다.
오히려 더 굵은 빗줄기로 내린다.
내일 오전까지 내린다하니 열무나 총각무 밭을만드는 건
관두어야겠다.
지금 잘 자라는 배추와 무로 만족하라는 이야기이다.
핑계김에 평소 즐기지 않던 낮잠이나 좀 자볼까나?
첫댓글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을 가지신 석전님 부자십니다.
빗소리 들으며 꽃밭을 거니는 단꿈을 꾸시는 낮잠도 달콤할 것 같습니다.
정말 무슨 비가 종일 그것도 많이~ 오는지 야속합니다.
피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욕심 버리면 부자죠?
하찮은 풀밭이지만 살펴보고 즐거우면 달콤하기도 하지요.
피해는 좀 있어도 작은 피해이니 그저 그러려니 합니다.
비내리는 텃밭 산책할만 하겠어요 예쁘네요
별로 꾸밈 없는 산 아래 그저그런 밭이지만 좋은 것, 예쁜 것을 보면서 돌아다닙니다.
와~~
자연을 즐기시는 석전님의 여유가 브넙습니다
부지런도하시고
일하시다가 저런 야생화를 담으시는
여유로움이 부럽습니다
일은 열나게 히지 않고 많이 놀지요. 야생화는 많이 없어도 찿아보면 철에 따라서 보이는 게 많습니다.
많이 건강해 지셨지요?
끈질기게 내린 비로 풀들만 무성하고 꽃들이 모두 힘을 잃었습니다.
이제 정말 비가 다 내렸지 싶어요.
비멍도 좋은 힐링타임이지만, 일주일 내내 비 내리고 흐리면 기분이 내려가더군요.
아침기온 11도 되고 하늘 조금 벗겨지니 기운차리는 가을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