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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년회는 회사일로 바쁘다는 여동생네만 빼놓고 막내가 있는 영주에서 3형제 가족이 모두 모여 갖기로 했다.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을 보고 술이 안 당긴다면 그것은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미일터, 당기는 술 앞에 맥을 놓고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얼마 전 결혼 한 사촌동생도 부르자는 제안에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나타난 從弟는 직접 담은 지 오래라는 오미자술을 내어놓으매 이미 거나해진 술기운은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버리고 새롭게 입맛이 당겨진다. 제야의 종소리가 들려 올 무렵까지 주거니 받거니 했으니 아직 건강에는 별 문제가 없다는 쪽으로 받아들여도 되려나 모르겠다.
그렇게 2008년의 마지막 날은 형제간의 우애를 다지면서 다시 못 올 곳으로 아주 보내버리고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쳐 다시는 산에 오르지 못하실 아버님과 함께 했었던 소백산에서 추억을 더듬으며 2009년을 맞이하리라 계획했던 대로 소백산 정상에 올라 뜨거운 가슴으로 기축년을 받아들였다.
중간쯤에 오르고 보니 눈덮인 소백산 정상이 뾰족하게 조금 보이기 시작하고
정상 바로 밑에 상고대가 터널을 이루고 있기에 어울리려나 싶어 한 컷, 근데 고운 풍경만 버린 꼴이다.
무거운 배낭을 지고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산꾼! 물 한병과 귤 몇개의 빈몸으로 오른 내가 괜히 미안해 진다.
몇 년전 아버님과 함께 올랐다가 아버님은 바로 내려가시고 옆지기와 희방사까지 함께 하며 멋진 풍경에 감탄을 했던 연화봉 가는 길을 쳐다보며 한 컷
2009년 새해 첫날 해발 1,439미터 소백산 정상에 섰다는 기념으로 비로봉 표지석 옆에서 한 컷
옛 비로봉 표지석과 이정표
차가운 바람과 함께 켜켜이 돌탑에 내려 앉은 눈 얼음, 그러나 마음이 따스해짐은 왜일까?
주목에 핀 눈꽃과 국망봉으로 향하는 길, 늘 그랬던 것 처럼 산길은 지겹지 않아 하염없이 주욱 걷고 싶다는 충동이 가슴을 간질인다.
저 아래 대피소에서 하룻밤 묵으며 윙윙대는 바람소리 밤새도록 자장가 삼을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다.
성큼 다가서 보이는 국망봉과 상월봉 그리고 신선봉
소백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석륜암골
국망봉 저 아래 꼿꼿한 선비들이 굽힘없이 살았던 순흥고을, 선비를 떠 올리자 가슴이 서늘해진다.
이렇게 멀리 펼쳐져 있는 산맥을 바라보며 작년 마지막 날 스스로 약속했던 것처럼 올해는 좀 더 효도하는 아들, 좀 더 자애로운 아버지로 사회에선 좀 더 이타행을 많이 하는 사람으로 그리고 자신에게는 머문바 없이 마음 내는 삶을 살기를 서원하며 하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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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산에서 많은 생각을 .. 희망을.. 정열을..
산에선 머리 아픈 것들은 사라지고 희망, 정열 이런 것들은 생각이 나지요.^^
초부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구경 잘했슴다
물보라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구경 잘 하셨다니 고맙습니다.^^
건강 잘 지키시고 올해는 작년 보다 더 좋은 해 되시길 기원 합니다 ~ ^*^
오빠야 님께서도 늘 건강하시고 좋은 곳 카페에 많이 올려 주시고 부처님 품안에서 행복하시길 빕니다.^^
꾸벅 ~ 감사합니다 상큼한 설산이 세상사 시름을 놓게 할것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꾸벅 하시니 송구합니다.^^제가 올린 사진으로 인해 잠시 시름을 놓을 수 있으셨다니 참 행복합니다. 새해에도 음성공양으로 모든 님들 피안으로 많이 이끄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