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공부를 부탁해
고1. 공부를 부탁해
어렸을 때 엄마는
공부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비교 당하고,
선생님께 차별받고 부모님께는 늘 무시 받았다.
다 커서 보니 공부 할 환경을 만들어 주시지도 않으셨음에도
부모님은 엄마의 성적에 핀잔만 주셨고,
그러니 당연히 학교에 가서는 참 많이 주눅 들었었다.
그래서 아마 초등학교 때는 존재감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중학교 때는 일부러 공부를 안하거나 농땡이친 것도 아닌데,
그렇게 왜 공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고등학교 때는 뒤늦은 공부에 진도 따라잡기 바빴던 것 같다.
왜 공부를 못했을까?
사실 왜 공부를 못 한건지 원인을 찾았는데
우스쾅스러운 결과를 찾아냈다.
즉, 엄마는 공부를 안했다.
그냥 책가방 들고, 학교 다니면서
해가 갈수록 모자라는 실력에 공부를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그럼 왜 공부를 안 한건지 고민해보니
아무도 엄마에게 공부를 하라고만 했지,
왜? 공부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가르쳐 주신 사람이 없었다.
솔직히 다 커서 부모님이 더 원망스러운 부분이 그 이유였는지 모른다.
한글도 혼자 뗏었고,
영어는 중학교 들어 가서 처음 알파벳을 알았고,
고등학교 때 가서 대학교가 있다는 걸 았았다.
최소 사교육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모님께서
이 엄마에게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 알려주셨더라면
적어도 공부를 포기하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그렇다 딸, 엄마는 그렇게 컸다.
자녀교육보다 먹고 살기 바쁘셔서 맞벌이로
애 셋을 키우는 부모님께 장녀인 엄마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서 빨리 돈벌어 오기를 바라셨고,
그래서 공부하란 잔소리를 한번도 들은 적이 없었던 게
철없을 때는 그렇게 화나고, 억울하고 속상했다.
이젠 너무 많은 세월이 흘러
내 부모님이 더 처량해 보이는 이유는
내 부모의 부모님도 내 부모님에게 초등학교 정도의 교육으로
공부를 안 시키셨고, 어쩜 대대로 을질 당하면서도
나를 고아원에 갖다 버리지 않고, 키워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함을 아는 나이가 되고 보니
그것은 엄마의 다른 인생을 사는 기회가 된 선물이었다.
그걸 엄마는 커서 알았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도 의사가 있었고,
내 아버지의 동기들이 나라의 녹을 먹는 일을 하시고,
내 또래 사회 친구들중엔 유학 갔다 온 동기가 있다는 걸,
그래서 일찍 철이 들었고, 일찍 돈을 벌었다.
엄마가 돈을 왜 죽기 살기로 벌었는지 아니?
처음엔 책 살려고 벌었고, 다음엔 전집을 살려고 벌었다.
그 다음엔 배우려고, 벌어서 버는 대로 학원을 다녔다.
어린시절 피아노 앞에 건반 두드리는 친구가 너무나 부러워
스무살에 돈벌면 바이엘부터 배우러 피아노 학원엘 갔고,
그렇게 어릴 때 한 맺히게 부러운 친구들이 다 하는 걸,
엄마는 아직까지도 앙금으로 남아 죄다 모두 다 배우고 싶다.
미적분을 풀지 못해서 부족한 게 무언지 찾았고,
간판에 적힌 학문을 다 못 읽어 천자문부터 시작했고,
영어가 안들려 나는 정말 바보인가 싶어 돈 벌자마자 미국엘 가봤다.
그래서 엄마는 컴플렉스가 너무 강해서
엄마의 소원은 평생 학생이 되는 것이 꿈이다.
배워야 한다.
살면서 돈 없는 것도 쪽팔리지만,
무식한 티 내는 건 최악의 쪽팔림이다.
인간이 인간다워 지는데는 교육에 있고,
그 교육은 학교 안에만 있는 게 아니다.
공부란 진학을 위해서도 해야 하지만,
지식을 쌓기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한다.
공부란 학교 교실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책 들고, 글 쓰고, 읽고, 보고, 배우는 그곳이 교실이다.
문제는 장소가 아니라 배우려는 이의 마음가짐이다.
공부의 끝은 대학이 아니다.
네가 지금 힘들어 하는 걸 엄마는 너무 잘안다.
엄마도 공부하는 시간 그저 고스톱치고, 여기 오지 않았기에
네가 엉덩이 종기 나겠다는 말 무엇인지 안다.
그러니 빈말이라도 공부하기 싫다는 말은 거둬라.
누군가는 그렇게 공부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친구가 분명히 있을꺼다.
그 친구는 공부하는 네가 제일 부럽다는 걸 기억해라.
고등학교 1년 365일, 3년 1,095일,
1,095일의 공부가 끝나는 게 절대 아니다.
공부는 공부를 좋아해서 하는 게 아니라
공부를 좋아하다 보니 잘하게 되는 것이고,
공부가 힘들다는 것은 싫으니까 하기 싫고,
하기 싫으니까 공부를 못하는 것이다.
공부란 좋은 대학가서, 좋은 직장 찾아서, 돈 많이 벌어서,
잘 먹고 잘 사는게 아니라
공부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고,
잘하는 과목을 발견해서 하고 싶은 부분을 파고 들어
공부하고, 실력을 쌓게 되면
좀 더 자신의 삶을 다양하게 남과 다르게 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똑같은 다람쥐 같은 쳇바퀴의 삶이 아니라
자신이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그것이 행복이며,
그 속에서 행복이란 느끼는 것이라 믿는다.
그러니 딸아 당부한다.
우선 급한 공부가 시험일 수 있지만
인생에 중요한 공부는 이번 시험이 아니다.
그러니 나중에 커서 엄마처럼 공부하는 때를 놓쳐
그것이 컴플렉스가 되지 않아야 한다.
넌 그 컴플렉스를 모른다.
예로, 직업에 귀천이 있다 또는 없다고 할 때
이때 아무나 직업에 귀천이 있다라고 말하지 못한다.
자신이 잘난 직업을 가질 때
겸손의 말로 직업의 귀천은 없어진다.
살다보니 공부란 단순히 초,중,고,대 학문적인 공부가 전부는 아니지만
학문적 기본기가 없으면 습득은 더 어려워진다.
그러니 배워라.
학원 갈 생각하지 말고, 스스로 공부해라.
공부는 누가 대신해주지 않는다.
all A를 맞는다고, 인생을 all A로 살지 못하고,
공부만 잘한다고 모든 걸 잘하지는 않는다.
네가 정신을 차린 후 알게 되면 너무 늦고,
네가 공부만 잘하면 연봉 높은 월급쟁이에 지나지 않는다.
공부를 하되 뜻을 찾아라.
뜻을 세워 공부를 해라.
엄마가 공부를 지금껏 계속해 온 이유는
처음엔 무식한 사람이 안되려고 시작했지만,
지금도 엄마가 공부를 포기하지 않는 건
공부에 뜻이 있기 때문이다.
그 뜻은 공부를 해 본 사람만 알고,
네 공부의 길에 뜻이 세상을 빛나게 하는 길이길 바래본다.
이기적인 엄마라 욕해도 좋다.
네 옆에서 단 한번 공부를 도와주지 못했지만
공부는 스스로 혼자하는 학문이다.
어쩜 무식한 엄마의 모자람을 너에게 채우려 했는지 모른다.
또 그 바람대로 너무 잘해줘서
이젠 내 못다한 꿈을 너에게 부탁한 건 사실이지만,
네가 지금 공부를 하지 않으면
너도 나처럼 드세져야 한다.
네가 엄마에게 언젠가 그랬지?
엄마는 왜 이렇게 드세냐고?
그 말을 처음 들었을땐 정말 울컥했지만
엄마의 능력이 신의 영역이 아니라 그리 살 수 밖에 없었구나.
그래 엄마는 그런 드센, 억척으로 돈을 벌었다.
너와 너의 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그 정도 드세다는 이야기에 꿈쩍이나 하겠니.
그래 승현아!
네가 엄마처럼 살지 말라고,
엄마는 또 엄마의 엄마처럼 드세게 살았고,
넌 네 딸을 위해 드센 엄마가 되지 말고,
지금 좀 더 공부를 좋아하자.
항상 잘 해주어서 고맙고 늘 실망시켜주지 않아 감사하다.
여자로의 모델은 엄마가 아니여도 좋지만,
인생의 모델로는 엄마가 빵점만은 아니라 믿는다.
고1, 공부하기 힘들지,
절대 고3을 준비하지 말고,
너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공부해라.
훗날 엄마가 가장 기뻐 할 미래는
네가 가져온 명문대 졸업장이 아니라,
네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며, 잘해내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다른 건 다 실수해도,
자녀 교육만은 실수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너에게 공부하라는 잔소리 보다
배워라고 말해주고 싶고,
배워라 말하기 전에
엄마부터 배워 공부하마.
대학 졸업장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가고 있다.
그러나 평생 공부하는 사람의 습관은 인생을 바꾼다.
넌 무엇을 준비하니?
엄마도 다음 학기엔 무슨 과목을 전공해 볼까?
지난 1년 내내 고민 중이다.
성적을 직업과 연관 짓지 말고,
너의 깊이를 스토리와 연관지어 보거라.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생각하지 말고,
평생 무엇을 공부할까? 고민해라.
항상 얕은 지식은 들통나기 마련이다.
가뭄이 오면 실개천부터 마르고,
큰강은 소리가 없다.
엄마는 내딸이 공부만 잘하는 바보가 아니라
뭐든 할 줄 아는 천재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