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11:14~26/ 바알세불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낸 거라고?

[별벗]

  유대 지역으로 오신 예수님은 유대 지역에서도 하나님의 나라를 전하시면서 병을 고치시고, 귀신을 쫓아내시는 사역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예수님의 사역을 목격한 바리새인들이나 서기관들을 비롯한 유대인들은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이적(異蹟)을 보면서도 오히려 트집을 잡으려고 할 때가 많았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도 예수님께서 말 못하게 하는 귀신을 쫓아내시자 예수님이 귀신의 왕인 바알세불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낸다며 비아냥거렸습니다. 바알세불(Beelzebul)은 구약에 등장하는 블레셋의 에그론(Ekron)의 토착신인 바알세붑(Baal-Zebub, ‘파리들의 주’, 왕하 1:2, 3)과 동일한 신으로 간주되는 신으로 신약에서는 귀신들의 왕인 사탄과 동일시되고 있습니다. 즉 예수님이 사탄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께 하늘로부터 오는 표적(表蹟, Sign)을 구하기도 하였습니다(16절).

  예수님은 이러한 것을 아시고 스스로 분쟁하는 나라나 집은 황폐해지고 무너지는 것처럼, 사탄이 자기의 수하(手下)의 귀신들을 쫓아낸다는 것은 스스로 분쟁한다는 것인데, 그게 말이 되냐고 반문합니다(17절, 18절). 그리고 그 당시에 바리새인들이나 서기관들 추종하는 자들이나 제자들도 귀신을 쫓아내는 일을 종종 행하였는데,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를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느냐고 반문하십니다(19절). 19절에 나오는 “너희 아들들”이란 표현은 “너희의 제자들”이란 의미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하나님의 손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라면 이미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20절). 사탄의 권세를 물리치시는 하나님의 권세가 임했다는 것입니다.

  20절부터 22절에 나오는 강한 자는 사탄을 의미하며, 사탄에 의해 지배받고 있는 세상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더 강한 자이신 하나님께서 임하시면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가치들로 다시 채워질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세상은 사탄이 지배하고 있지만, 하나님의 때가 되면 주님께서 사탄을 멸하시고, 하나님의 나라를 온전히 세울 것입니다.

  주님은 주님과 함께하지 않는 자는 주님을 반대하는 자며, 주님과 함께 모으지 않는 자는 헤치는 자라고 말씀하십니다(23절). 예수님은 양떼를 모으듯이 하나님의 나라로 영혼들을 모으시는데, 주님의 그러한 사역에 함께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영혼들이 구원받지 못하도록 헤치는 것과 같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24절부터 26절까지의 말씀은 바리새인들과 서기관을 비롯한 그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을 빗댄 말씀으로 유대인들이 바벨론 포로가 되었던 그 시대 이후로 하나님께 회개하고 신앙적인 모습을 갖추려고 애썼지만, 제대로 된 하나님의 진리 안에서 살지 않으니 오히려 더 악한 귀신들이 들어와 더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고 말씀합니다. 사실 예수님 시대의 유대인들의 종교적 모습은 꽤 괜찮았습니다. 구약시대 때 우상을 섬기면서 하나님 섬기는 것을 소홀히 했던 때와 비교해 보면 우상을 섬기는 일은 철저하게 배제(排除)되었고, 절기를 비롯한 종교적 의식과 전통들은 비교적 잘 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종교적 의식과 전통들만 지켜 행했을 뿐, 하나님께서 보내신 메시아는 배척하면서 그 본질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을 빗대어 설명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사탄의 지배를 받는 이 세상에 구원의 빛을 비추셨습니다. 그래서 사탄의 지배 아래 있던 자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예수 그리스도로 인하여 구원받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게 하였습니다. 사탄에게 사로잡힌 이 어두운 세상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이를 위해 이 땅에 육신을 입고 오셔서 구세주와 주님이 되신 것입니다. 이제 우리 안에 예수 그리스도로 가득하게 하여 주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하나님 나라의 백성으로서의 모습을 온전히 갖추어 가길 소망합니다.
(안창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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