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立春맞이 겨울바다 나들이' (셋)
속초근교 맛깔 집 곁들여~~~
냉· 온탕 후 라커에 나오니‘백도수산’ 김 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속초시내 쪽으로 조금 내려오면 길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를 만나 찾아간 식당은 속초시 영랑동 12의 4번지‘왕박골’이라는 간판이 걸렸다.
일명 ‘장칼국수 집’이라고도 불렸다.
김 사장이 가리비를 가져다주면서 특별 국수를 주문시켜놓았단다.
오후 1시로 점심시간이 지었으나 손님은 연신 들어 닥쳤다.
김 사장 얘기로는 서울 명동칼국수 사장이 ‘왕박골’ 칼국수를 시식해보곤 “우리 집 칼국수는 국수가 아니다”고 실토했다고 한다.
우선 꿩 만두부터 맛보기로 했다.
한 접시에 6천원. 만두가 나오자 구· 정 두 친구, 소주 한 병을 딴다.
운전기사인 나를 제켜두고 둘은 소주를 곁들이며 만두를 먹는다.
감탄사가 나오지 않았다.
만두 한 점 입에 넣어봤으나 동치미 맛보다 못했다.
동치미 국물은 정말 시원했다.
동치밀 두 사발이나 시켜 먹었다.
아침에 맛있게 먹은 회로 속이 탄 모양이다.
이어 특별히 조리한 칼국수가 나왔다.
우선 량이 엄청 많아 질렸다.
오전에 먹은 음식도 소화가 되지 않은데다 동치미까지 먼저 곁들였으니 아무리 맛깔스런 음식인들 제 맛을 느낄 상황이 아니다.
국수 안에 든 가리비와 소라만 대충 건져 먹었다.
배가 터질 것만 같았다.
퍽 아쉬웠다.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으니깐.
다른 손님들 자리를 곁눈질해보니 큰 놋대접에 가득 담긴 칼국수를 남기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부른 배 안고 7번국도 종점으로 달렸다.
통일전망대를 향해서.
육로로 금강산 여행 떠나는 분들의 차량으로 붐빌 것 같았으나 주중이라선지 왕래하는 차량은 많지 않았다.
통일전망대 주차장을 몇 분 앞둔 거리에서 뒷자리의 구 위원이 갑자기 구토 증세를 보인다.
차를 세웠다.
속이 몹시 거북한 듯했다. 차에서 내려 맑은 바람을 맞곤 진정이 되었다.
참 다행이다.
길 떠나면 춥고 배고픈 게 제일 섧다.
더구나 몸이 아프다는 건 더 애달픈 일이다.
전에 없던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 출입국관리소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산뜻하게 지은 멋진 건물이다.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 출입국관리소 건물. 날씬한데다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인다.)
이 건물 앞엔 북으로 이어져 난 새로운 도로가 말끔히 포장되었다.
그러나 이 멋진 건물과 새 도로를 보면서 가슴이 저려왔다.
북으로 뻗친 도로는 휴전선처럼 철조망이 둘러 처졌다.
남녘에서 올라온 늙은이 마음도 이를진댄 하물며 철조망 건너에 피붙이 두고 떠나온 실향민은 어떨까? 숙연해 졌다.
통일전망대를 들어가는 절차도 몇 년 전 보담 엄청 간소화되었다.
또 삼엄했던 옛날 분위기와는 달리 군인들도 정답고 예의 바르게 출입증을 주면서 가는 길을 잘 알려줬다.
재향군인회에서 이 업무를 대행하면서 주차료와 입장료를 받았다.
셋 다 지공파(지하철 공짜 인생)이기에 입장료는 무료란다.
조그마한 봉우리엔 북풍이 매섭게 몰아쳤다.
전망대를 오르는 계단에서 나들이 가족과 연인들이 사진과 비디오를 찍어댔다.
의아쩍었다.
이곳에서 촬영해도 되는 것일까?
한참을 살폈으나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다.
주의사항을 보지 않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촬영이 자유스러워진 모양이다.
“참 많은 것이 변했구나!”
혼자 되뇌어 본 소리다.
이곳이 어딘가?
휴전선과 북한군 기지와 초소가 바라보이는 곳이 아닌가?
살을 에는 북풍은 구름조차 말끔히 날려버렸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녘 산하는 너무나 시리고 맑았다.
(통일전망대 안에 비치된 북쪽 조감도. 이 조감도가 너무 커 세 등분으로 나뉘어 찍었다. 가장 왼편 조감도다.)
(위 조감도를 보면서 촬영한 현지 사진이다. 제대로 잡힌지는 의문이 간다.)
(왼쪽으로 두 번째 조감도. 북측 351고지와 월비산의 우리 관측소가 마주 보고 있다.)
(위 조감도를 보고 찍은 현지 사진. 월비산 관측소와 351 북한초소가 맞보고 있다.)
(조감도 전경중 오른쪽 해금강 부분.)
(위 조감도를 보고 해금강을 찍은 사진. 현종암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새로 난 금강산관광 육로와 금강산철로가 아래 위로 놓여있다.)
(군사분계선이 선명히 나타난 조감도. 해안 건너편엔 구선봉의 봉우리가 손짓하고 있다.)
(통일전망대에서 속초쪽 해안선을 따라 찍은 사진.)
망원경 통하지 않아도 멀리는 금강산 외금강의 우뚝 솟은 채화봉을 비롯해 육선봉·일출봉·집선봉·옥녀봉까지 눈에 희미하게 잡혀왔다.
오른편 내금강 쪽으로 눈길을 돌린다.
월비산의 국군고지·인민군의 351고지와 새로 난 금강산관광도로·녹 쓴 금강산철로가 해안 가까이에 펼쳐졌다.
뿐인가.
내금강 절경은 바로 손에 잡힐 듯하다.
군사분계선과 횡대로 푸른 솔을 잔뜩 머리에 인 송도가 다소곳이 해안 가까이 엎드렸다.
그 뒤론 호수인 감호의 푸른 물이 빛났고, 국지봉과 구선봉이 해안선까지 길게 등을 뉘었다.
이어 푸른 바닷물 위에 해금강의 달무리반도, 현종암·복선암·부처바위·사공바위 등 흰 돌섬이 햇볕을 받아 반짝인다.
그 옆으론 부끄러운 듯 외추도 몇 개 돌섬이 동해바다를 지켰다.
통일전망대 찾기가 세 번째다.
그 전엔 북괴에 대한 적개심만 가득했을 뿐 외금강과 내금강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다.
이도 다 나이 탓일까?
푸르고 맑고 시린 동해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아름다운 섬과 외금강으로 이어지는 만물상의 신비함에 눈물이 고인다.
살아생전 저 곳 마음 가는대로 자유로이 거닐어 볼 순 있을까?
중국 땅 장백산 서파에서 북파 종주산행 마치곤 “내 나이 칠순 넘어도 통일만 된다면 삼지연 거쳐 백두산 장군봉 올라보리!”라고 소원 외쳤는데~~~.
해가 설핏해진다.
돌아가는 길에 몇 군델 들려야했다.
걸음이 바빠진다. 화진포에 닿았다.
이기붕 별장과 김일성 별장을 둘렀다.
김일성 별장을 들렸을 땐 서녘하늘에 섣달 열사흘 흰 둥근 낮달이 걸렸다.
(김일성 별장 뒷편 서녘 하늘엔 섣달 열사흘 둥근 낮달이 떠있다.)
해송 그림자도 해 따라 무척 길어졌다.
화진포 빠져나와 송지호에 이르렀을 때 오른편 멀리 하얀 설악연봉엔 해넘이가 시작됐다.
(설악 연봉에 노을이 비친다. 주변을 온통 붉은 색으로 밝힌다.)
노을은 눈 덮인 흰 능선은 물론 주변을 온통 붉은색으로 황칠해 버린다.
너무 아름답다.
감탄사가 절로 터졌다.
숙소로 돌아왔을 땐 어둠이 깔렸다.
(검은 바다엔 몇 천촉인지 모를 오징어 잡이 징어등이 불을 밝혔고, 동해안 7번 국도엔 왕래하는 차량들의 전조등이 마치 불꽃축제를 방불케하고 있다.)
해안 도로엔 차량 전조등 불빛이 꼬리 물고 불꽃축제를 벌였고, 건너 검푸른 밤바다엔 몇 천촉인지 모를 오징어 집어등이 어둠 밝히며 일렁거린다.
이렇게 이틀째 밤을 맞는다.
아침에 사다둔 고기로 백탕을 만들었다.
맛 일품이다.
체중 때문에 간단히 때웠다.
어제 저녁 통음 탓으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눈 뜨면서 사우나를 찾았다.
수요일은 정기휴일이란다.
하는 수 없이 이웃에 있는 규모 큰 콘도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었다.
이곳은 요금이 1인당 6천원이다.
꼭 세 곱이다.
그러나 어쩌랴.
바로 백도포구로 갔다.
어제보담 바람이 심하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어부들은 어김없이 화톳불을 피워놓고 그물에 걸린 고기를 빼내면서 그물 손질에 바쁘다.
경매도 끝날 즈음이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포구의 일상이다.
이무렵 부두에 한 어부가 붉은 플라스틱 함지박을 내려놓는다.
그 속엔 참가자미와 도다리 열댓 마리가 물장난을 쳐댔다. 횟감으론 단연 최상품이다.
“팔 수 있느냐?”고 수작을 거니깐 “경매 붙이려왔다.”면서 “살 거냐?”고 되받았다.
“얼마냐?”고 묻자 “5만원만 주고 가져가라.”고 했다.
“4만원 드리죠.”라고 흥정 붙이자 아무 말 없이 돌아서 버린다.
주위에 서있던 한 어부 왈 “저런 고기 돈 주고도 먹기 힘 드는데~~~”라고 거든다.
얼른 5만원 치루고 고기를 담았다.
콘도로 돌아오면서부터 누구랄 것도 없이 마음이 바빠진 표정들이다.
바로 고기를 꺼내 피 빼는 작업에 들어갔다.
그 중 대여섯 마리로 회를 친다.
물론 구 위원 몫이다.
고기가 미끄러우니깐 목장갑 끼고, 또 돋보기도 껴야했다.
세꼬시 치려면 눈이 밝아야한다.
그에겐 주방 높이가 너무 낮다.
키가 커(186cm) 도마질하려면 상체를 구부려야했다.
(구 위원은 키가 크다. 186cm. 구부정한 자세로 칼질에 혼신을 다한다. 정 사장은 옆에서 지켜서 있다.)
구부정한 자세로 혼신을 다하는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깨끗이 말려서 가져온 수건에 물기를 꼭 짠 뒤 육질대로 처낸 회감은 정말 맛깔스러웠다.
구 위원 솜씨는 정말 훌륭했다.
정 사장은 옆자리에 서서 조수역할 겸해 밥을 안쳤고.
난 겨자와 간장, 그리고 술을 찾아 ‘방바닥 상’을 차려낸다.
첫댓글 방방곡곡 가고싶을 곳을 다니면서 여생을? 즐기는 귀하가 참 좋습네다......
그래 말이오???? 이슬이도 부려우면 사무실 문닫고 나와 다녀 보렴
잘 읽었소. 그런데 와암 글 읽고 소파, 이슬이 카페 문 닫고 따라 나설까 그게 걱정이요.
산에 가면 산짐승 그냥 두면 바람난 강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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