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른들은 왜 상투를 하였을까? - 눈썹(眉)의 어원
"再加曰, 吉月令辰, 乃申爾服. 敬爾威儀, 淑愼爾德. 眉壽萬年, 永受胡福." 주로 '두 번째 피변(皮弁)을 씌어주면서 축원하여 이르되, 좋은 달 좋은 날에 너에게 옷을 거듭 입히노니, 너의 위의(威儀)를 공경하여 너의 덕성을 잘 삼가면, 미수(眉壽)/눈썹이 길어지는 장수를 만년토록 누려서 길이 큰 복을 받으리라.'고 해석한다. 재가례에서는 '미수(眉壽)'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 해석이 꼬인 것이다. '미수(眉壽)'는 '눈썹이 세도록 오래 산다는 뜻으로, 남에게 축수(祝壽)할 때 이르는 말'이라 사전에까지 올라있는 단어이다. 이 단어의 출처가 여기로 생각된다.
눈썹이란 눈[눈]이 섭섭해서 붙여 놓은[썹] 것이다. 곧 눈을 돋보이게 하는 것으로, 아첨할/아양부릴/아름다울/미(媚)의 뜻도 유추되어 쓰이는 이유이다. 엄밀히 말하면, '눈을 씌워 보살피다'의 준말로 볼 수 있다. 눈썹/미(眉)의 갑골문은 눈(目) 위에 'ㄱ'을 두 개로 겹쳐 붙인 자형이다. 타원형의 눈썹 모양이 아닌 흡사 갈코리 같은 모습으로 나타낸 이유는 무엇일까? 글말 '미'와 견주면, '미늘(물린 물고기가 빠지지 않도록 낚시의 끝 안쪽에 있는 가시랭이 모양의 작은 갈고리, '갑옷미늘'의 준말)'로 보인다. 그러면 눈에 미늘을 달아 놓은 것이 눈썹이라는 뜻이다. 즉, 미(眉)는 눈의 미늘 같은 존재를 나타낸 글로 볼 수 있고, 눈과 눈썹은 낚시 바늘과 미늘처럼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임을 함축하고 있는 뜻이다.
미수(眉壽)는 수(壽)에 눈썹[미(眉)]이 붙은 현상을 비유하여, 수(壽)의 미늘을 나타내기 위한 단어이다. 즉, 눈에 눈썹이 붙듯, 수(壽)에 붙은 눈썹같은 의미를 나타낸 것이다. 하여 아름다운 삶의 뜻이고, 나아가 의미 있는 삶을 뜻한다. 극단적인 비유로, 식물인간 아니면 치매가 걸린 상태로 만년을 살든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고, 행복은 무엇이며, 자손은 무슨 형벌을 받는 죄를 지었단 말인가? 우리에게 의미 있는 삶이란 행복한 삶이다. 그리고 행복은 복에 봉인 되어 있는 진리(참나)를 헤쳐 열고[행(幸)] 그 쇠사슬을 푸는 것이다. 행복은 결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몸소 열쇠를 풀고 그 안의 복(福) 그 진리를 밝혀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있는 삶을 사는 목숨을 뜻하는 것이다.
신(辰)은 12지지(地支)의 총칭이다. 곧 태양(日)이 12지지를 낳으며 순환하듯, 태양과 12지지가 눈과 눈썹의 관계처럼 상투와 둥그런 갓의 관계로 비유한 것이다. 참고적으로 갓은 '가시버시(부부)'에서 보듯, '가시(태음신)'의 준말이다. 곧 태양신(버시)을 감싸는 태음신(가시)의 의미로, 상투(태양신)를 두르며 감싼 갓(태음신/12지지)을 의미한다. 미수(眉壽)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로 비유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호(胡)는 서로/호(互)의 뜻도 있다. 곧 호복(胡福)은 서로 나눔의 행복을 뜻한다.
따라서 '달로 하여금 12지지로 하여금 (상투 둘레에) 이내 펼쳐 알리듯 갓을 씌우고 옷을 입히게 명령하여 그 뜻이 깃들었으니[吉月令辰, 乃申爾服], 너의 위엄 있는 예의범절을 견지하여 존중과 겸손을 겸비하고, 너의 덕(德)을 삼가하고 조심스럽게 곧 떳떳하게 쌓아 가면[敬爾威儀, 淑愼爾德], 서로에게 상부상조의 의미 있는 삶을 만년까지라도 이어서, 영원토록 서로 서로 행복을 주고받을 수 있다.[眉壽萬年, 永受胡福]'는 뜻이다.
재가례(再加禮)는 당연히 사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어른의 역할에 대한 의식이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공존공영의 미덕 곧 서로 윈윈(win-win)하는 원리에 대한 당부와 축원임을 알 수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결국 세상은 우리 각자의 태양신에 대한 태음신으로 존재하고, 눈의 눈썹같은 존재로서, 세상과 그런 부부관계를 이루는 사회 생활을 하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