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어구독(經於溝瀆)
스스로 목매어 도랑에 익사한다는 뜻으로, 개죽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經 : 지날 경, 글 경
於 : 어조사 어, 탄식할 오
溝 : 도랑 구
瀆 : 도랑 독, 더럽힐 독, 구멍 두
(유의어)
경우구독(經于溝瀆)
論語 第十四 憲問 18章
논어 제십사 헌문 18장
子貢曰 管仲 非仁者與.
자공왈 관중 비인자여.
桓公 殺公子糾 不能死 又相之.
환공 살공자규 불능사 우상지.
자공이 말했다. “관중은 인(仁)하지 못한 사람 아닙니까? (제나라) 환공이 공자 규를 죽였을 때 따라 죽지 못했고, 더구나 재상까지 했습니다.”
子曰 管仲相桓公覇諸侯.
자왈 관중상환공패제후.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관중은 재상이 되어 환공을 제후들 중의 패자로 만들었다.
一匡天下 民到于今受其賜.
일광천하 민도우금수기사.
일거에 천하를 바로 잡아 백성들이 지금까지도 그의 혜택을 보고 있다.
微管仲 吾其被髮左衽矣.
미관중 오기피발좌임의.
관중이 없었다면 나 역시 문명의 혜택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豈若匹夫匹婦之爲諒也 自經於溝瀆而莫之知也.
개약필부필부지위량야 자경어구독이막지지야.
어찌 평범한 사람이 알량한 사실을 위해 개천에서 목을 메어 죽은 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과 비교하겠느냐?”
패제후(覇諸侯)는 뭇 제후들의 패자(覇者)가 되는 것이고, 일광(一匡)은 하나로 바로잡는 것이다. 미(微)는 무(無)로, 만약 ~이 없었더라면의 뜻이다. 피발(被髮)은 머리를 풀어헤치는 것이고, 좌임(左衽)은 옷깃을 왼편으로 여미는 것으로, 모두 오랑캐의 풍습이다. 다산은 피발을 변발(辮髮), 즉 만주인들처럼 머리를 뒤로 길게 따 늘인 것이라고 한다.
춘추오패(春秋五覇)라 불리우는 패자들은 모두 존왕양이(尊王攘夷)를 기치로 내세웠다. 존왕(尊王)이란 주왕실을 받들어 천하의 정치를 안정시키는 것이요, 양이(攘夷)란 제후들과 힘을 합쳐 오랑캐를 물리치는 것이다. 一匡天下, 微管仲 吾其被髮左衽矣는 바로 그 존왕 양이를 나타내고 있다.
필부필부(匹夫匹婦)는 보잘 것 없는 서민을 말하며, 량(諒)은 작은 신의에 얽매이는 고지식함이다. 경(經)은 목을 매는 것, 구독(溝瀆)은 작은 도랑이다. 주자의 해설을 따랐다.
그러나 명(明)의 왕부지(王夫之)는 사서패소(四書稗疏)에서 구독(溝瀆)이 지명으로, 소홀과 공자 규가 죽은 곳이라고 주장한다. 청의 황식삼(黃式三)은 왕부지의 주장을 이어받아 필부필부(匹夫匹婦)가 바로 구독에서 죽은 소홀을 지칭한다고 논어후안(論語後案)에서 밝히고 있다.
자공도 자로와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관중이 공자 규와의 신의를 저버린 일이 당시 꽤나 문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공자의 대답은 시종 같다. 관중의 작은 허물을 보지 말고 그가 천하 만백성에게 끼친 큰 공을 생각하라고.
팔일편(八佾篇) 22장을 보면 공자는 관중이 그릇이 작다고 하면서, 그가 사치를 좋아했고, 예 또한 알지 못하였다고 하였다. 또한 관중은 공자 규와의 신의도 지키지 못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허물에도 불구하고 그가 천하 만백성에게 끼친 공적은 실로 지대했다. 그는 무너져 가는 주의 정치 체제를 안정시켰으며, 오랑캐로부터 중국을 보호하였다. 그는 진실로 천하 만백성에게 널리 베푼 것이다.
옹야편(雍也篇) 28장에서 공자는 널리 백성에게 은혜를 베풀어 능히 무리를 구제한다면 인(仁)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성인(聖人)일 것이며, 요순도 그것을 어려워했다고 하였다. 그의 이러한 큰 공을 작은 허물에 가리워 보지 못해서는 안 된다. 작은 절개에 연연하지 않는 공자의 넓은 기풍을 알 수 있다.
헌문(憲問) 18장에서 자공이 관중이 인(仁)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했을때 공자가 관중을 변호해준 것에 대해서 이 부분은 관계가 복잡하므로 잘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관중이 인(仁)한가의 문제는 환공이 인(仁)한가의 문제와도 연관된다. 정자왈(程子曰);
程子曰 桓公은 兄也요 子糾는 弟也니
정자왈 환공은 형야요 자규는 제야니
정자가 말씀하였다. “환공은 형이고 자규(公子糾 공자규)는 아우였다.
仲私於所事하여 輔之以爭國은 非義也니
중사어소사하여 보지이쟁국은 비의야니
관중은 자신이 섬기던 자에게 사사로이 하여 그를 도와 나라를 다툰 것은 의(義)가 아니다.
桓公殺之雖過나 而糾之死實當이라
환공살지수과나 이규지사실당이라
환공이 자규를 죽인 것은 비록 지나쳤으나 자규의 죽음은 실로 마땅하였다.
仲始與之同謀하니 遂與之同死可也요
중시여지동모하니 수여지동사가야요
知輔之爭爲不義하고 將自免以圖後功도 亦可也라
지보지쟁위불의하고 장자면이도후공도 역가야라
관중은 처음에 자규와 더불어 함께 모의하였으니, 함께 죽는 것도 괜찮았고, 동생을 도와 나라를 다툰 것이 의(義)가 아님을 알고, 스스로 죽음을 면하여 후일의 공을 도모함도 또한 괜찮은 일이다.
故로 聖人不責其死而稱其功이라
고로 성인불책기사이칭기공이라
그러므로 성인이 그의 죽지 않음을 나무라지 않고 그의 공을 칭찬하신 것이다.
若使桓弟而糾兄하여 管仲所輔者正이어늘
약사환제이규형하여 관중소보자정이어늘
桓奪其國而殺之면 則管仲之與桓은 不可同世之讐也라
환탈기국이살지면 즉관중지여환은 불가동세지수야라
만일 환공이 아우이고 자규가 형이어서 관중이 도운 것이 정당하였는데, 환공이 그 나라를 빼앗고 죽였다면, 관중과 환공은 한 세상에 같이 살 수 없는 원수이다.
若計其後功而與其事桓이면 聖人之言이
약계기후공이여기사환이면 성인지언이
無乃害義之甚하여 啓萬世反覆不忠之亂乎아
무내해의지심하여 계만세반복불충지란호아
만일 공자께서 그 후일의 공을 계산하여 환공을 섬긴 일을 허여하였다면, 성인의 이 말씀은 매우 의(義)를 해쳐 만세의 반복불충(反覆不忠)하는 난을 열어 놓은 것이 아니겠는가?
如唐之王珪魏徵은 不死建成之難하고 而從太宗하니 可謂害於義矣라
여당지왕규위징은 불사건성지난하고 이종태종하니 가위해어의의라
당나라의 왕규와 위징은 건성의 난리에 죽지 않고, 태종을 따랐으니, 의(義)를 해쳤다고 할 수 있다.
後雖有功이나 何足贖哉리오
후수유공이나 하족속재리오
뒤에 비록 공이 있었으나 어찌 속죄할 수 있겠는가?”
愚謂 管仲은 有功而無罪라 故로 聖人獨稱其功이요
우위 관중은 유공이무죄라 고로 성인독칭기공이요
王魏는 先有罪而後有功하니 則不以相掩이 可也니라.
왕위는 선유죄이후유공하니 칙불이상엄이 가야니라.
나는 생각건대, 관중은 공이 있고 죄가 없으므로, 성인이 그 공만을 칭찬한 것이며, 왕규와 위징은 먼저 죄가 있고 뒤에 공이 있었으니, 공을 가지고 죄를 덮어주지 않는 것이 옳다.
▶ 經(경)은 형성문자로 経(경)의 본자(本字), 经(경)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실사(糸; 실타래)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巠(경; 세로로 곧게 뻗은 줄)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옷감 짜는 날실, 씨실인 緯(위)에 대하여 일컬음이다. 經(경)은 경서(經書), 불경(佛經), 주기도문(主祈禱文), 판수가 외는 기도문(祈禱文)과 주문(呪文), 피륙에 세로 방향으로 놓여 있는 실인 날실, 경도(經度), 경선(經線) 등의 뜻으로 지나다, 목매다, 다스리다, 글, 경서(經書), 날, 날실, 불경, 길, 법, 도리, 땅의 가장자리, 경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다스릴 리/이(厘), 다스릴 발(撥), 다스릴 섭(攝), 다스릴 치(治), 지날 력/역(曆), 경영할 영(營), 다스릴 리/이(理), 지날 과(過),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씨 위(緯)이다. 용례로는 액운이 지나감을 경겁(經劫), 약이나 세균 따위가 입을 통하여 몸 안으로 들어감을 경구(經口), 종교의 교리를 적은 글 또는 성인의 말이나 행실을 적은 글을 경전(經典), 경전과 그것의 해석서를 경전(經傳), 나라를 다스림을 경국(經國), 계속하여 그치거나 변하지 않음을 경상(經常), 두 지점의 정도의 차이를 경차(經差), 경서를 연구하는 학문을 경학(經學), 현재까지 직업 상의 어떤 일을 해 오거나 어떤 직위나 직책을 맡아 온 경험을 경력(經歷), 경전을 실은 문장을 경문(經文), 인류가 재화를 획득하여 그 욕망을 충족시키는 활동을 경제(經濟), 계획을 세워 사업을 해 나감을 경영(經營), 주로 회계 및 급여에 관한 사무의 처리를 경리(經理), 시비나 선악이 분간되는 한계를 경계(經界), 거치어 지나감을 경유(經由), 오장 육부에 생긴 병이 몸 거죽에 나타나는 자리를 경락(經絡), 경락에 있어서 침을 놓거나 뜸을 뜨기에 알맞은 곳을 경혈(經穴), 나라를 다스리는 큰 사업을 경국대업(經國大業), 나라 일을 경륜하고 세상을 구제함을 경국제세(經國濟世), 세사를 잘 다스려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함을 경세제민(經世濟民), 온 세상을 다스림을 경천위지(經天緯地), 세상을 다스려 나갈 만한 재주를 경세지재(經世之才) 등에 쓰인다.
▶ 於(어)는 상형문자로 扵(어)의 본자(本字), 于(어)는 간자(簡字)이고, 烏(까마귀 오)의 옛 글자의 약자(略字)이다. 까마귀의 모양을 본떠, 음을 빌어 감탄사(感歎詞), 관계(關係), 비교(比較)를 나타내는 어조사로 쓰인다. 於(어)는 한문 투의 문장에서 장소를 표시하는 말이 얹히어에서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서 어조사(語助辭), ~에, ~에서, 기대다, 의지하다, 따르다, 가다, 있다, 존재하다 등의 뜻과 탄식하다(오), 아아(감탄사)(오), 까마귀(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까마귀 오(烏)이다. 용례로는 이제야 또는 여기에 있어라는 어시호(於是乎), 마음속 또는 주로 ∼에 꼴로 쓰이는 어심(於心), 벌써나 어느새는 어언(於焉), 가운데가 되는 정도라는 어중(於中), 바둑판에서 배꼽점을 중심으로 한 부분을 어복(於腹), 거의 중간쯤 되는 데를 어중간(於中間), 부인이 예장할 때 머리에 얹는 다리로 만든 커다란 머리를 어유미(於由味), 알지 못하는 동안에 어느덧을 어언지간(於焉之間), 썩 흡족함의 뜻을 어량족의(於良足矣), 자기 분수에 만족함을 어분족의(於分足矣), 그때를 한창으로 함을 어사위성(於斯爲盛), 그것으로 만족함을 어사족의(於斯足矣), 어느 사이인지도 모르는 동안에를 어사지간(於斯之間), 이렇게 하거나 저렇게 하거나 어쨌든을 어차어피(於此於彼), 온갖 일을 어천만사(於千萬事), 어 다르고 아 다르다라는 뜻으로 같은 내용의 말이라도 말하기에 따라 사뭇 달라진다는 어이아이(於異阿異) 등에 쓰인다.
▶ 溝(구)는 형성문자로 沟(구)는 간자(簡字), 㳰(구)는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어긋매끼다의 뜻을 나타내는 글자 冓(구; 재목을 어긋매껴 쌓다)로 이루어졌다. 溝(구)는 도랑(매우 좁고 작은 개울), 봇도랑(봇물을 대거나 빼게 만든 도랑), 시내, 해자(垓子; 성 밖을 둘러싼 못), 홈통(물이 흐르거나 타고 내리도록 만든 물건), 물소리, 도랑 파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개천 거(渠)이다. 용례로는 개골창을 구거(溝渠), 콘크리트 또는 벽돌 등으로 운하나 둑이나 도로 등의 밑을 가로질러 만든 지하 수로를 구교(溝橋), 개천과 수렁을 구독(溝瀆), 도랑과 못을 구지(溝池), 땅이 움쑥하게 팬 곳을 구학(溝壑), 길가나 논밭 사이의 작은 도랑을 구혁(溝洫), 도랑의 밑바닥에 있는 진흙을 구니(溝泥), 끊은 면이 ㄷ자 모양으로 된 강재를 구형강(溝形鋼), 궤도에 따라 땅 속에 판 홈 안에 전선을 시설하고 여기서 전류를 얻어 전차를 운전하는 방식을 구거식(溝渠式), 사리를 분변하지 못하고 대의가 아닌 소절에 집착하는 행위를 비유하는 구독지량(溝瀆之諒) 등에 쓰인다.
▶ 瀆(독)은 형성문자로 涜(독)의 본자(本字), 凟(독)과 동자(同字), 渎(독)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賣(매, 독)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옛날 나라에서 신성시하여 봄이나 가을철 가물 때에 제사를 지내던 큰 나루나 강을 말한다. 남쪽에는 공주(公州)나 연기(燕岐)의 웅진(熊津), 양산(梁山)의 가야진(伽倻津), 중앙(中央)에는 서울의 한강(漢江), 서쪽에는 장단(長湍)의 덕진(德津), 평양(平壤)의 대동강(大同江), 의주(義州)의 압록강(鴨綠江), 북쪽에는 경원(慶源)의 두만강(豆滿江) 등이 있었다. 瀆(독)은 도랑(매우 좁고 작은 개울), 더럽히다, 업신여기다, 깔보다, 버릇없이 굴다 등의 뜻과 구멍(두), 땅의 이름(두), 고랑(두)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더럽힐 비(粃)이다. 용례로는 신성한 것을 범하여 더럽힘을 독모(瀆冒), 신을 모독함을 독신(瀆神), 더러움 또는 더럽힘을 독오(瀆汚), 직책을 모독하는 일을 독직(瀆職), 공무원이 직무 상의 의무를 어기고 공무를 더럽히는 행위에 의하여 성립되는 죄를 독직죄(瀆職罪), 번거롭게 의논함을 독론(瀆論), 번거로울 정도로 자주 제사를 지냄을 독사(瀆祀), 임금이나 어른을 욕되게 함을 독존(瀆尊), 사정이나 의견을 번거롭게 진술함을 독진(瀆陳), 어떤 존재를 권위나 명예나 위신 등을 떨어뜨리거나 깎아내려 욕되게 하는 것을 모독(冒瀆), 재물을 탐내어 더러운 짓을 함을 탐독(耽讀), 사리를 분변하지 못하고 대의가 아닌 소절에 집착하는 행위를 비유하는 구독지량(溝瀆之諒), 스스로 목매어 도랑에 익사한다는 뜻으로 개죽음을 비유하는 경어구독(經於溝瀆)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