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창고 등 채용 의무 아냐 일자리 없어 무용지물 지적 인건비 등 인센티브 제공을
정부가 농업분야 일자리 창출과 쌀 품질 고급화를 위해 도입한 양곡관리사 자격증이 ‘무용지물’이란 비판을 받는다. 2회 시험(6월25일)을 앞둔 현시점에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쌀산업 전문가를 양성하고 쌀 품질을 고급화한다는 취지에서 2019년 민간자격으로 양곡관리사를 도입했다. 당시 배포한 보도자료를 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부터 권역별 정부양곡 보관창고에 담당 양곡관리사를 지정, 창고주와 지방자치단체 담당자의 전문성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110명의 양곡관리사가 활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곡종합처리장(RPC) 등 민간 분야에서도 자격증이 활용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이에 양곡관리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2019년 치러진 1회의 1차 시험에는 응시자가 900명가량 몰렸다.
하지만 그로부터 2년이 지난 현시점에 정부가 약속한 일자리는 없는 상태다. 1회 합격자 71명이 배출됐지만 지난해까지 정부양곡 보관창고 3000여곳과 도정공장 120여곳에서 양곡관리사 활용은 사실상 전무했다. 보세창고에 보세사를 법적으로 배치해야 하는 것과 달리 정부양곡 보관창고·도정공장엔 양곡관리사 배치가 의무가 아니어서다.
기본적으로 보관창고와 도정공장은 개인인 창고주와 공장장이 관리하고 지자체가 감독한다. 보관창고와 도정공장이 영세하고 수익이 많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인건비를 늘려가며 양곡관리사를 채용하긴 어려운 구조다.
이에 농식품부가 올초 관련 지침을 개정해 지자체가 정부양곡 보관창고나 도정공장을 점검할 때 민간전문가(양곡관리사)를 활용할 수 있게 하고 관련 경비를 양곡관리경비에서 쓸 수 있도록 했지만 성과는 미흡했다.
지난달말 끝난 상반기 정부양곡 재고조사에서 양곡관리사는 20명 남짓 동원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나마도 하루 이틀 일하는 데 그쳤다. 전남의 한 양곡관리사는 “점검에 하루 참여해 13만원을 받았다”면서 “1년에 하루 이틀 일하려고 시험료와 교재비 등 돈과 시간을 쏟은 것인지 허탈하다”고 했다.
양곡관리사들은 일정 규모 이상 창고나 도정공장에 양곡관리사가 의무 배치되도록 정부가 인건비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민간자격이다보니 인건비를 지원하기 어렵고 채용을 알선할 수도 없다”면서 “다만 이번 상반기 재고조사 결과를 분석해 하반기엔 양곡관리사 활용을 확대하는 등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 기반은 지속적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양석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