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 참사가 일어난 경북 상주에 사는 사람입니다..
상주에 살긴 하지만 시내와는 15분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습니다..
제 고장에 많은 애착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무신경한 사람도 아닙니다..
상주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매년 자전거축제를 빼놓지않고 시행했습니다.
전 한번도 가보지 않았기에 사람들이 얼마나 오는 지도 , 왔었는지도 잘 몰랐죠.
타지역 사람들이 상주를 그렇게 알아주는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어쩌면 알고 계시듯..
지금은 지방중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이 상주는
삼백의 고장이라 하여 옛날부터 번화했던 도시였습니다.
'경상도'의 이름을 지을 때, 경주와 상주의 앞글자씩을 따서 만들 정도였으면 엄청난 도시였겠죠.
그런 상주가..
서울이 수도가 되고 난 후부터 점점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시골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이 지경까지 오게 된겁니다..
바로 옆도시인 김천은 가족연극제나 몇년씩 들여오는 오페라와 뮤지컬.. 공연들로 점점 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전국체전까지 열게 되었구요..
김천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점점 번화되고 있습니다..
그런 옆에 저희 상주가 있었습니다..
물론 상주가 발전하지 못한 까닭은 시장에게 책임이 있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모든 것은 대도시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대구는 110분 정도.. 부산이나 서울은 180분.. 문화적혜택을 받기 위해선 그 먼거리를 가야합니다
시상식이라거나 콘서트.. 전시회조차도 일년에 몇번 갈까말까 할 정도..
이번 일때문에.. 사실 창피한 건 있었어요.
후진국에나 있을 법한 그런 사고였으니까요..
후진국...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든다고들 하지만,
그건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에만 있는 말들입니다.
저희같은 지방은 여전히 후진국대열에 머물러 있어요..
그게 너무나 안타깝고 눈물이 납니다..
돌아가신 분들과 아이들이 안타깝고 불쌍해서도 눈물이 납니다..
하지만 지방이라는 이유로 혜택을 못 받아서 이런 불상사가 생긴 일이.. 너무 억울하고
너무 슬퍼서 눈물이 나요
상주는 문화적인 혜택이라던가 그런 거 별로 없습니다
공원도 없고, 도서관도 꽤 오래된 데다가 축구장도 야구장도 그 흔한 영화관도 영화 달랑 하나 상영하는 오래된 극장 하나가 있습니다
예술회관이라든지 그런 거 있는 거 사실 못 들어봤구요 (있을 수도 있습니다)
E마트나 하나로마트같은 몇층으로 된 할인매장도 없습니다..
메이커 옷 파는 가게도 별로 없구요, 매장들도 다들 작아요
맥도날드도 없구요, 캔모아도 얼마전에 들어왔습니다..
상주는 이런 도시입니다.. 도시라는 이름만 달고 있지.. 너무나 초라한 도시예요..
그래서 저희반 애들은 상주사람이라고 말하는 거.. 너무 X팔린다고..
김천이랑도 가까운데 김천사람이라고 하고 싶다고.. 상주시민이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이번 일.. 타지역사람들 중에는 욕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줄도 그렇게 못 서냐고.. 질서의식이 엉망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분명 있을겁니다.
맞습니다. 질서의식 엉망이예요.
하지만 이번 일의 피해자는 모두 노인분들입니다..
시골에서 일만 하시다가 겨우 잡은 전파로 흘러나오는 노래 들으시면서 따라부르시기도 하고
낮잠을 주무시기도 하고.. 춤을 추시기도 하는.. 그런 소박한 분들입니다...
지금은 물론 라디오도 잘 나오고.. 티비도 있어요..
하지만 예전엔 그러셨던 분들이셨어요.. 지금도 이곳에는 전파가 잘 잡히지 않는 곳이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티비에서만 보던, 라디오에서만 목소리 듣던 가수들을 보시겠다고..
산골에서 상주 시내로 버스를 거듭 타며 가셨습니다.. 웃으시면서요..
요즘 우리도 그러잖아요, 연예인 누구 보면 봤다면서 자랑하고..
그분들도 지금의 우리랑 똑같은 마음으로 가셨을 겁니다. 연예인보러간다고..
송대관이나 현철, 설운도라던지.. 이런 사람들 노래 좋아하시는 분들 이시잖아요..
이런 곳에 살면 도시에 나가지 않는 이상 평생 볼 수조차 없는 사람들..
그 사람들 보러 가셨던 착하고, 소박하고, 어린아이같이 순수하게 웃던 분들이셨는데.....
이곳에는 아직도 못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설운도 보겠다고 콘서트 표를 산다던지 도시로 나가실 수 있는 분들이.. 거의 없단 말입니다..
제발 부탁드릴게요, 돌아가신 분들이나.. 질서의식이 잘못됐다거나.. 그런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
조금만 더 이런 콘서트라던가.. 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겠죠..
밥 먹듯이 얼굴 보던 사람들이었다면 이렇게 몰일 일도 없었겠죠..
지방에 태어난 게 이렇게 한스러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저희같은 젊은 사람들이야 나가면 그만이지 않습니까..
저희 부모님.. 그런 거, 헛돈 쓰는 거라고 집에서 티비보면 되지.. 이러시지만 티비에 나오는
가요콘서트.. 나훈아 조용필 이미자 콘서트.. 한번 티비에 나오면 보십니다.. 노래 따라 부르시면서요..
도시로 나가는 경비와 표 사는 돈.. 아까워서 못 쓰세요..
그런 분들입니다, 시골의 어른들은...
그러니까 이렇게 무료로 연예인 볼 수 있는 일을.. 그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너무 한스럽습니다.. 이런 소도시에 태어나 이런 참사를 가까이에서 느낀 사람으로서..
소도시와 대도시의 문화적 불균형이 얼마나 큰지 아는 사람으로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과 아이들의 명복까지.. 함께 빕니다...
비명한번 지르지 못하고.. 얼마나 아팠겠습니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이런 참사가 있었는데도 날씨는 좋기만 하군요...
그냥.. 너무너무 속상해서 올린 주저리였습니다..
이런 쪽으로는 대도시에 태어나신 분들& 살고계신 분들.. 정말 복 받으신 거예요...
저도 보고싶은 공연같은 거 차비가 너무 부담이라서 보러 못 가거든요..ㅜ_ㅜ
제 마음이 전해졌기를...
첫댓글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무질서라고 몰아 붙일것도 없습니다. 서울,부산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선진국에서조차도 몇 만명 모아놓고 좁은문에 선착순으로 들어와 자리 잡으라고 하면, 질서의식보다는 서두르려는 군중심리가 앞서니까요. 지방문화가 고르게 발전해야 할텐데...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몇 일 안 됐지만, 청계천 부실 사고로 어떤 아줌마가 추락사 당하셨다죠?
충분히 전해졌구요...정말..너무도 안타깝습니다...단지..당신들이 좋아하던 가수들도 직접볼 수 있는 기대감과..공연을 즐기기위해..오셨는데...주최측에서..줄만 제대로 세웠다면..그런 기본만 지켰다면...일어날 수도 없는 사고였는데..정말..황당하고..화도나더군요..
저도 지방에 살고 있어서 그런지 남 일같이 느껴지지 않네요.-_- 정말 생각할 수록 어이없고 안타까운 사고입니다. 이를 계기로 대도시와 소도시의 문화적 혜택 차이에 대해 다시금 통감하게 되었네요.. 암튼 유명을 달리하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