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오지랖”
내가 출석하고 있는 밀양시 단장면 태동 마을에 있는 태동교회의 가족 몇 분에게 별명을 지어드렸다.
늘 교회 종을 치는 박 권사님은 “종치기 걸”이고 그 아들 장 집사님은 식사 후 늘 커피를 준비하기에 “커피 보이”이다. 그리고 교회당 주변을 늘 가꾸시는 정 장로님은 “꽃 남자”이다. 또 해양대학 교수로 은퇴하신 배 장로님은 수염을 기르셨기에 “링컨”이라고 불러 드렸다.
나보다 열네 살 어린 정미경 자매는 너무나 어여쁘고 그 믿음이 아름다워서 “미경이 누나”가 되었는데 미경 자매는 대학 교수이고 박사학위 소지자이며 특별히 아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UDC(우리 동네 커뮤니티/ Uri Dongne Community, www.youtube.com/@udc7962)를 섬기는 전문사역자이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미경 자매는 “셋째 누나”이고 태동교회를 든든히 지키시는 강 권사님께서 “큰 누나”, 부산에서 사시다가 태동 마을에 전원주택을 지어 들어오신 김 권사님께서 “둘째 누나”이시다.
나는 간혹 인상적인 사람을 만나면 그의 별명(애칭)을 짓기도 했다. 벨기에나 영국은 물론이고 필리핀에서도 말이다.
그런데 정작 나는 어떤 특별한 별명을 갖지 않았다. 별명이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남이 지어 주는 것인데 어릴 때부터 아무도 나에게 별명을 붙여준 사람이 없었다. 다만 공군 11전투비행단의 151 전투비행대대를 시작으로 공군에서 나를 “공군의 아들”로 불렀다. 그러나 이는 별명이 아닌 칭송의 말이었다.
그런데 어제 내가 링컨이라고 별명을 지어드린 배 장로님의 아내 되시는, 정말 고상하고 세련되신 신 집사님의 별명을 “신세련”이라 지어드렸는데 본인은 한사코 손을 내저으시며 웃으셨지만 내 아내나 주변에 계시던 분들은 다 동의하였다. 그분이 정말 세련된 분이시기에 말이다.
그러다 잠시 뒤 배 장로님께서 말씀하신다.
“혹시 선교사님은 무슨 별명이 있으신지요?”
“아니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만.”
“그럼 제가 선교사님 별명을 지어드려도 될까요?”
“아, 좋습니다.”
“성은 한이니 한 오지랖이 어울립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왜 오지랖이지요?”
“선교사님은 처음 보는 사람과도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해지고 또 온갖 일에도 거리낌없이 다가서기에 말입니다. 좋은 의미입니다. 또 선교사는 그래야 된다고 봅니다.” 하며 웃으신다.
주변에 듣고 계시던 여러 장로님과 권사님, 집사님들도 덩달아 웃으시고. 동의한다는 뜻이겠다. 내가 한 오지랖인 것을.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지랖이 넓다’는 좋은 의미인 것 같기도 하고 안 그런 것 같기도 해서 곁에서 웃고만 있던 아내에게 물어보니 좋은 의미로는 적극적인 성격이라는 것이고 반대로는 여기저기 눈치 없이 끼어든다는 의미인데 아내는 단호했다. 나는 절대 매사에 활달하고 적극적인 긍정의 사람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렇지만 사실 나로서는 오지랖이라는 말을 편하게 사용하진 않았기에 내심 불편하였는데 아내가 한마디 덧붙인다. 그래도 혹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으니 말 수를 조금 줄이고 더 신중 하라고 말이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사전에서는 “오지랖이 넓다”라는 말을 이렇게 해석하고 있었다.
- 순우리말로 웃옷이나 윗도리에 입는 겉옷의 앞자락을 뜻한다. 충청도 방언으로 앞지락이라고도 한다. 참견하는 성향을 말할 때 사용한다.
-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이나 간섭을 한다. 굳이 안 해도 될 남의 일에 나선다.
- 남의 잔치에 배 놔라 감 놔라 하는 사람을 말한다.
- 그리고 오지랖이 넓은 사람을 ‘백설공주’라 한단다.
“백방으로 설치고 다니는 공포의 주둥아리”
사전을 뒤져보고 오지랖의 정체를 알고 보니 정신이 퍼뜩 든다.
내가 혹시 공포스런 주둥아리로 백방으로 설치고 다닌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래도 나는 내 주둥아리로 복음을 증거 하고 또 사람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며 교훈하기에 힘썼는데 혹시 말이다.
그래서 성령의 아홉 열매 중에 ‘인내’가 있고 ‘절제’가 있는 모양이다.
우선 말 수를 좀 줄여야겠다. 그런데 갑자가 말이 적어지면 혹 저 사람이 뭘 잘못 먹었거나 번개를 맞았나 그럴지도 모르겠다.
사실 어제는 온종일 폭우가 쏟아졌고 천둥 번개가 온 천지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나도 졸지에 한줄기 거대한 번개를 맞았다.
아니면 벼락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