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드리는 앙탈, 혹은 투정?
하나님께 드리는 앙탈, 혹은 투정?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손에든 소중한 사탕을 누군가에게 빼앗기면 울고 물고 난리가 난다.
지난 며칠간 내가 딱 그 모양이었다.
희진은 내가 아주 많이 좋아하고 귀하게 여기는 미경 자매의 조카인데 28년 전 태어날 때 의료진의 실수에 의한 산소 부족으로 인해 뇌를 다쳐 평생 그 어여쁜 아기가 소녀가 되며 아리따운 아가씨가 되기까지 불구의 몸으로 지냈으니 본인은 오죽했겠으며 그 가족이 보낸 인고의 세월이 얼마나 깊고 아팠겠는가.
한두 달 전에도 희진은 병원 응급실이며 중환자실에서 죽음의 문턱을 몇 번 넘나들기까지 하다가 겨우 회복되었고 그래서 희진이가 그토록 좋아하는 미경이모와 함께 카페 나들이도 하고 또 그토록 보고 싶어라 하던, 그리운 사람들을 보려고 교회에도 온 것이다.
지난 일요일(7월 7일) 저녁 무렵 희진이가 아빠의 차를 타고 교회 마당에 도착하고 이내 휠체어에 옮겨져 예배당으로 들어설 때 나 역시 반갑게 맞이하며 희진이가 머무는 동안 희진이 곁에서 살피고 돕고 섬겼다. 모두 희진이를 ‘희진 마마’라고 부르라고 큰소리도 치면서 말이다. 남들이 보고 주책이라고 흉봐도 상관이 없었다.
희진이의 가느다란 팔다리도 들어주고 몸도 세워주거나 눕혀주기도 하였고 희진이가 해 달라는 것들을 하려고 애썼다. 그렇게 나의 자그마한 몸짓이지만 희진이가 겪어온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마치 희진 마마를 극진히 모시는 충직한 내시가 된 듯 말이다. 희진이만 좋다면, 즐거워한다면 기꺼이 내시라도 될 참이었다.
희진이도 크게 표시는 안 내었으나 내심 좋아하는 듯했고 이모 미경 자매가 희진이가 선교사님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다는 귀띔까지 해 주었으니 내 마음은 날아갈 듯 기뻤다.
희진은 8월 1일부터 2박 3일 동안 열리는 교회 캠프에 꼭 참석한다고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었고 그 기간에 내가 희진이를 잘 보살피려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희진이는 교회에 세 시간여 머물며 보고 싶은 사람들 실컷 보고 하나하나와 정겹게 인사를 나누고 다시 데리러 온 아빠와 함께 교회 곁의 외할머니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하루의 일상이 저물고 우리 가족도 55.6km 밤길을 달려 대구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희진이가 위중해서 밀양 시내의 병원 응급실에 있다는 소식과 불과 26분 뒤 다시 희진이가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는 날 벼락같은 소식이 교회 단톡방으로 날아들었다.
이게 뭔 일이지?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마치 알록달록하게 예쁜 막대사탕을 빼앗긴 아기처럼 분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물었다.
아니 희진이를 데려가시려면 좀 기별이나 귀띔이라도 하실 것이지 뭐가 바쁘시셔 이리도 황급하게 데려가시냐고 하나님께 대들었다.
이런 걸 앙탈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투정이라고 해야 하나.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제 마음대로 안 된다고 사랑하는 아빠에게 칭얼거리는 것처럼 말이다.
요즘 쓰고 있는 소설이 생각났다.
미국 애리조나 사막 가운데 거대한 집을 지어놓고 살고 있는 수억의, 아니 헤아릴 수 없으리만치 무수한 개미들과 그 위를 날아다니는 끝도 없이 많은 파리들의 작전 회의에 대한 단편소설이다.
하루는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그들 머리 위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22 전투기 편대가 굉음을 내며 쏜살같이 날아갔는데 이 때문에 개미의 보급자리며 파리비행장이 온통 누런 황톳빛 먼지로 뒤덮이고 모든 게 이리저리 날리고 무너지고 난리가 난 것이었다. 이에 황급히 가장 용맹하고 잽싼 개미 육군부대와 가장 날렵하고 강력한 파리공군이 출동하여 그놈들을 뒤쫓아갔고, 온 사막을 다 헤집고 다니며 수색을 했음에도 찾아내지 못하자 다시 본부로 돌아와 보고하기를 그놈들이 용맹 무쌍한 개미 육군과 파리공군을 두려워하여 멀리 도망을 간 게 틀림없다고 말이다.
내가 바로 딱 그 개미와 파리가 된 기분이다.
아니 그렇다.
어찌 개미가 최첨단 전투기를, 전투기에 박혀있는 지극히 작은 나사못 하나라도 눈곱만큼이나마 이해하겠으며 파리공군이 무슨 재주로 스텔스 전투기에 맞설 수 있으랴.
다만 그들보다는 내가 조금이나마 나은 게 있다면 내 손에는 창조주께서 들려주신 말씀이 들려져 있기에 그러할 뿐.
희진이는 이 땅에서의 고통스러운 호흡을 끝내는 그 순간 즉시 신령한 새 몸으로 바꾸어 입고 산소호흡기도, 휠체어가 없어도 되고 진통제도 먹을 필요 없는, 수정과도 같은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온갖 백화가 만발한 아름다운 천국의 황금길을 주 예수님 손을 잡고 씩씩하게 걸어 다니고 있을 테니 말이다.
내 말이 아니다.
천지를 만드시고 나와 너와 희진을 창조하신 창조주 하나님의 기록된 말씀이요 약속이다. 사람이 입으로 내어 뱉은 말을 바꾸는 경우는 있으나 자신이 이미 한 번 기록한 글은 절대로 고치거나 번복하지 못한다.
하물며 창조주 하나님이시겠는가.
나는 나를 만드시고 온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그분을 절대 신뢰한다.
그분께서 하신 말씀은 온전히 성취되었고 그분은 약속을 분명히 지키시기에 그러하다. 그분의 말씀은 지금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렇게 이루어져 왔고 또 오늘, 현재 이루어지고 있고 앞으로도 분명히, 틀림없이 이루어질 것이기에 말이다.
아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