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김민정 씨는 더 바쁘게 지내고 있다. 딸에게 남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무연고 장례로 치렀기 때문에 아버지 사망 신고는 밀양시에서 했다. 사망 신고 이후에는 상속 재산을 정리해야 한다. 상속 재산은 행정복지센터나 시ㆍ군청에서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다.
김민정 씨와 군청에 갔지만, 한꺼번에 조회는 되지 않고 토지에 대한 재산만 조회할 수 있었다. 원스톱 서비스에 대해 문의했지만 행정복지센터로 가 보라고 했다. 행정복지센터에서는 김민정 씨는 신청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민정 씨가 신청서의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고, 직원이 대리인의 자격으로 신청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인감증명서가 있어야 한단다. 인감증명서도 재산과 관련된 것이니 김민정 씨가 왜 발급하는지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그것도 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는 후견인을 선임해야 한다. 조회를 해야 처리도 할 수 있는데…. 시작부터 막혔다.
경남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후견인 선임을 도와준다고 해서 상담했다. 김민정 씨가 원하는 후견인이 나올 때까지 주선한다고 했다. 지금 신청하면 한정 후견인 선임까지 6개월이 걸린다. 만약 아버지께 빚이 있으면 상속 포기를 해야 하는데, 3개월 이내에 할 수 있다. 후견인 선임에 걸리는 기간은 6개월, 포기는 3개월 내에…. 이후 절차를 거쳐 포기할 수 있지만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도 후견인이 가까이 있으면 김민정 씨에게 필요한 행정 절차를 비교적 편하게 도울 수 있겠지만, 어떤 분이 후견인이 될지 알 수 없다. 그것 또한 부담이다.
김민정 씨가 딸인데, 딸이 아버지 재산을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 답답했다. 글을 모르고, 제도를 모르면 약자가 아니어도 상속 재산을 처리할 수 없나? 아니면 약자이기 때문에 처리할 수 없는가? 돕는 직원을 믿지 못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간 많은 사람이 약자를 이용해 개인의 욕심을 채웠기 때문에 이런 법이 만들어졌으리라. 하지만 김민정 씨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김민정 씨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조회를 한다고 해서 당장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조회조차 못한다니…. 이게 맞는지 답답했다. 하지만 직원이 답답하다 느껴도 법이 그러니 방도가 없다. 고민하다가 인권지킴이단 변호사께 도움을 요청했다. 약속을 정하고, 사무실로 방문해 달라고 하셔서 이민욱 변호사 사무실로 갔다.
“안녕하세요? 김민정 씨?”
“….”
낯선 환경이라 그런지 김민정 씨가 대답이 없었다. 그래도 질문을 멈추지 않으셨다.
“김민정 씨,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예, 아빠.”
손가락을 하늘로 가리키며 김민정 씨가 답했다. 요즘 많이 하는 말이라 금방 분위기가 풀린 듯하다. 이후에 어떻게 할지 김민정 씨를 보며 설명해 주셨다. 직원과는 인사 이후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김민정 씨 일이니, 김민정 씨께 설명한다.
“이게 얼마나 걸릴지, 또 직접 신청하는 건 어떻게 하는지 제가 잘 몰라서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선생님은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주세요.”
“아, 네.”
김민정 씨와 대화가 끝나고 필요한 서류를 직원에게 말씀해 주셨다. 변호사가 직접 법원에 신청해도 5~6개월은 걸린다고 한다. 정신 감정 촉탁이라는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여기서 한 달쯤 걸리기 때문에 길면 6개월까지 소요된다고 설명해 주셨다. 그 과정을 단축하려면 김민정 씨 상황을 법원에 잘 설명하는 것이 좋은데, 의견서를 써서 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소장님께 부탁드리자고 하셨다.
“김민정 씨 말고, 가족이 한 분 더 있어요. 어머니가 계시는데 연락이 끊긴 지는 15년쯤 됐어요. 상속 절차 때문이라도 어머니를 찾는 게 나을까요?”
“상속 때문이라면 안 찾아도 됩니다. 찾는 게 쉽지도 않을 거고요. 지금 주소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찾아요?”
“검색하니까 김민정 씨가 딸이라 행정복지센터에 사정을 설명하면 직계 가족 주소지를 알려준다고 하더라고요.”
“그 주소지가 맞다는 보장도 없고, 맞더라도 연락을 받으실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꼭 상속 때문이면 안 찾으셔도 됩니다.”
“아, 네. 저희끼리는 동네에 다니면서 수소문해 볼까도 했었거든요.”
“아이고, 참…. 나중에 꼭 찾아야 하면 그때 해도 됩니다.”
궁금한 것도 묻고, 메모도 열심히 했다. 제일 궁금한 것은 ‘누가 김민정 씨의 후견인이 되느냐’ 였는데, 직접 해 주신다고 하셨다. 김민정 씨도 변호사의 도움을 받겠다고 하셨으니 이제 같이 서류만 준비하면 된다.
2026년 5월 11일 월요일, 구주영
상속에 관한 일을 처리하는 게 참 쉽지 않죠. 저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기에 구주영 선생님 마음이 어떨지 알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가능한 방법을 찾으려 애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일을 김민정 씨에게 직접 설명하고 의논해 주신 이민욱 변호사님도 고맙습니다. 신은혜
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준비해요. 신아름
저도 유족이 할 일을 직접 겪지 않아서 다 알지 못하지만, 꽤 많은 일을 감당하더라고요. 민정 씨가 감당하게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과정에 어려움이 있네요. 지혜롭게 진행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또한 민정 씨 몫으로! 감사합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