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씨, 오늘은 어디 가요?”
“아빠.”
“네. 아버지 댁에 가요. 아버지 댁에 가면 아빠 있어요?”
“아냐.”
“그럼 우리는 아버지 댁에 왜 가요?”
직원의 말에 청소하는 시늉을 한다. 무엇을 하러 가는지 잘 알고 있다. 직원이 청소하러 간다고 전날 딱 한 번 설명했을 뿐인데, 김민정 씨는 남은 사람의 몫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점심 든든하게 먹고, 아버지 댁으로 향한다. 지난번에 신은혜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많이 정리했지만, 크기가 큰 짐들이 남아 있다. 오늘은 옷가지와 이불, 가전제품들을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한다.
아버지 댁에 들어서자마자 쓰레기부터 정리했다. 바닥에 있는 쓰레기와 옷가지 등을 주워 봉투에 버리고, 쓰레기장으로 옮기기를 반복한다. 표정을 보니 힘든 것 같은데 짜증은 내지 않았다.
어느새 아침에 곱게 빗고 간 머리카락은 엉망이 되고, 땀도 범벅이다. 옷걸이를 버리고 온 후에는 힘든지 직원에게 혼자 다녀오라고 했다.
잠시 앉아서 쉬는 동안 아버지 휴대 전화며, TV, 정수기, 가스, 전기 해지 문의를 한다. 김민정 씨와 스피커폰으로 이야기 할 수 있게 거들었는데, 딸이 같이 있어도 해지의 뜻을 전하는 직원은 남이라 쉽지 않았다. 이래서 가족이 있어야 하나 보다. 휴대 전화는 지점을 직접 방문하라고 해서 거창으로 돌아가면 하기로 했고, TV는 아버지 사망과 관련한 자료를 보내라고 해서 또 거창으로 돌아가면 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해지 신청만 하고, 기기 반납이나 단전 같은 것은 23일에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민정 씨, 저는 남이라서 쉽지가 않네요. 제 말은 다 믿어주지 않아요. 김민정 씨 뜻을 전하는 건데.”
“네.”
“그래도 다 했고, 이제 서류 보낼 거 하나, 지점 방문할 거 하나 남았네요.”
“네. 흐흐.”
“버릴 것도 어느 정도 버렸으니, 이제 이거 큰 짐은 어떻게 할까요?”
“어.”
김민정 씨가 직원을 손으로 가리키며 답했다. “직접 스티커 붙여서 버릴까요? 아니면 전화해서 가져갈 사람 알아볼까요?” 했더니 모든 말에 “응.” 하고 답한다.
“혹시 필요한 사람 있을지도 모르니까 앱에 한번 올려 볼까요?”
“예, 예.”
“전자제품은 아까우니까 이런 거 중고 파는 곳에 물어볼게요. 누가 사겠다고 하면 좋잖아요. 팔아서 맛있는 거 사먹어요. 아버지 밀린 공과금도 내고.”
“예, 예. 히히.”
지난번에도 여기저기 수소문했지만, 가구를 사간다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쓸 만한 가구는 앱에 올려 가까운 곳에 가져갈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쓸 수 없는 것은 스티커를 붙여 직접 버리기로 했다. 김민정 씨가 봐도 전자레인지가 있던 수납장은 버려야 할 것 같은가 보다.
다행히 수납장을 가져가겠다는 분이 있어 거래를 하기로 했다. 그 분이 방문하시더니 팔려고 청소해 둔 냉장고와 TV를 보고 사고 싶다고 했다. 이미 중고 가전제품상에 팔기로 했는데, 이사 간 집에 꼭 필요하다고 했다.
“김민정 씨, 이 분이 이사를 하셔서 가전제품이 필요하신가 봐요. 어떻게 할까요?”
“예.”
손을 내밀며 답했다. 그 분에게 팔아도 된다는 말인 것 같다. 그 분이 얼마를 드리면 되는지 물었는데, 마음 좋은 김민정 씨는 가전제품상에서 말한 가격과 똑같이 받자고 했다. 직원의 마음으로는 조금 더 받고 싶었지만, 10만 원에 냉장고와 TV를 팔았다. 우선 현금이 생기니 다행이었다. 밀린 공과금이 꽤 됐기 때문이다.
TV만 우선 가져가고, 수납장과 냉장고는 다음에 다른 사람과 함께 와서 가져가겠다고 하셨다. 23일에 만나기로 하고 그 분은 신나게 귀가하셨다. 김민정 씨께 고맙다는 인사를 남긴 채….
작은 수납장과 흙침대, 헹거도 가져가겠다는 사람이 속속 나타났다. 하지만 이미 여섯 시를 넘긴 시각이라 23일에 약속을 정하고 돌아왔다.
2026년 6월 8일 월요일, 구주영
이제 김민정 씨도 아버지 유품 정리가 당신의 몫인 걸 잘 아시네요. 아는 만큼 잘 감당하고요. 구주영 선생님이 때마다 세심히 설명하고 묻고 의논하며 도운 덕분입니다. 다른 이들이 이 일의 주인을 김민정 씨가 될 수 없다고 해도, 돕는 사람이 이렇게 도우니 김민정 씨가 주인으로 보이네요. 주인으로 사시네요. 신은혜
아버지 흔적을 더듬고 살피며 아버지 자리 정리하게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과정마다 민정 씨를 앞세우니 고맙습니다. 그리고 어쩜 이리 순조롭고 지혜롭게 진행되고 진행하는지…, 감사합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