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중심 / 이강문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듯 인간은 자연의 중심이 아니다 저 별 하나가 밤하늘의 주인 아니듯 별빛 같은 내가 어처구니없게도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다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 모든 의미들의 중심이고 부재가 모든 있는 것들의 주인이다* 그런데 어쩌자고 자연은, 세상은, 중심은 어두운가 그렇듯 분명한 어둠은 인간에게 왜 보이지 않는가 * 경희대 김상욱 교수의 서울 노원구청 주관 <불후의 명강>(2022년) 강연 내용('빛은 어둠의 부재', '아무 의미 없는 우주에서 거대한 의미가 생겼다'에서 부분 차용).
- 시집 『너머의 너머』 (삶창, 2024.05) -------------------------------------------------
* 이강문 시인 1959년 서울 출생, 서울대 국문과 졸업 시집 『너머의 너머』 삼양사 홍보실 17년간 근무한 후 학원 운영 등 자영업 *******************************************************************
*** 9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이면 시월이 시작됩니다. 10월이 아니라 詩월입니다. 이강문 시인의 첫 시집 『너머의 너머』에서 한 편 골라봤습니다. '첫'이라고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첫'이라는 사실에 놀랍습니다. 너머의 너머에서 마주치게 되는 풍경은 첫서리만큼이나 서늘합니다. - 어두운 중심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는 당연한 (물리적) 사실들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이미 배운 지식만으로도 당연한 사실들이지요. 당연하다고 해서, 당연한 사실이라고 해서 내 몸이, 내 정신이, 내 삶이 거기에 닿지 않는다는 것 사실, 대개의 문제는 거기에서 연유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빛이 어둠의 우위에 있지 않고 오히려 빛은 어둠의 특수한 형태라는 것, 어둠이 빛을 품은 것이라는 사실... 그러니 일찍이 조용미 시인도 이렇게 얘기했지요. "태초에 어둠이 있었다/ 어둠의 세계에 빛이 침입했다 사라지는 걸/ 우리는 하루라 부른다/ 빛은 이 세계의 주인이 아니다/ 빛은 어둠에 속해 있다"(「붉은 시편」 부분) 우리를 죽이는 것은 어둠이 아니라는 생각...... 우리를 살리는 것 또한 빛이 아니라는 생각...... 우리를 죽이는 것은 추위(얼음)라는 생각...... 우리를 살리는 것은 오히려 열이라는 생각...... 그런 생각을 참 오랫동안 했는데, 오늘 아침 이강문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힘들었던 9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이런저런 난제들로 여전히 힘들 전망이지만, 그래도 시월에는 매듭이 하나둘 풀리기를 희망해봅니다. 2024. 9. 30. 달아실 문장수선소 문장수선공 박제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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