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해 있는 기록물 수집·관리·홍보로 공군사 정립
성과로 신뢰받는 역사 업무 전문 부대로 거듭날 것
“초대 참모총장을 지냈던 김정렬 장군과 2대 총장 최용덕 장군을 빼고는 공군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 이 두 분은 출신·나이·이념을 뛰어넘어 의기투합해 공군을 창설했다. 1949년의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군의 기원은 이미 1919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공군의 역사를 모든 장병이 잘 알 수 있도록 자료를 수집·보존하고 홍보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탤 생각이다.”
지난 6월 취임한 최영훈 공군역사기록관리단장은 “공군에 오랫동안 근무했던 장병들조차 공군의 기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다”며 “지난해 11월 전역 후 마음속에 있던 이런 아쉬움들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자 역사기록관리단장 지원서를 냈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주옥같은 우리 공군의 역사를 잘 다듬고 홍보해 국민 모두가 친근하게 접할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30여 년간 공군 정훈병과에서 병과장까지 근무한 경험을 살려 국가와 공군으로부터 받은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최 단장과의 대화에서 이미 공군 역사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공군역사기록관리단의 임무와 역할, 비전은?
“공군역사기록관리단의 임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공군에서 생산되는 모든 기록물의 수집·보존·관리업무를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이러한 자료들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매체를 제작하는 것이다. 둘째는 공군이 성장해 온 발자취를 사실에 따라 올바르게 기록한 역사서를 편찬하는 임무다. 특히 공군참모총장의 역사특별참모 임무를 수행하면서 공군 전 부대를 대상으로 역사 관련 기본정책과 제도 수립 및 시행을 주관하고 있다. 또 공군 군사재 및 기념물 건립·관리 기능과 공군박물관에 대한 운영 조정·통제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 기록물 관리에 대해서는 수집·보존 이외에도 활용과 평가, 폐기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공군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는 적극적인 대외 홍보와 전문적인 학술 연구를 통해 공군의 역사가 전 장병과 국민에게 올바로 알려지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올바른 공군사 정립과 역사기록 보존·관리체계의 최신화, 그리고 전문성 강화 및 외연 확대를 통해 ‘성과로 신뢰받는 역사 업무 전문 부대’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 공군 역사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은?
“우리 공군의 역사, 특히 공군 창설 전후사에 대해서 공군 장병들은 물론 예비역 선배들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것이 부끄럽지만 사실이다. 마치 대한민국 공군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알고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일제 강점기 항일 독립운동에서부터 수많은 항공 선각자와 애국지사들의 피와 땀, 눈물 어린 노력의 결과로 대한민국 공군이 탄생한 것이다. 2000년대 초 공군 역사 작가 이윤식 씨나 재미언론인 한우성 씨가 펴낸 공군의 기원과 관련된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려지기 시작했다. 예컨대 도산 안창호 선생이 위대한 애국지사로만 알려졌지 훌륭한 항공 선각자라는 것은 잘 모르지 않는가? 흥사단 출판사에서 발행한 도산 선생의 일기를 보면 독립운동을 위해 항공기를 구입해 활용하려고 노력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활동을 한 도산 선생은 대단한 항공 선각자인 것이다. 앞으로 대한민국 공군의 상고사라 할 수 있는 항일항공독립운동과 공군 창설 이전 역사가 당당히 대한민국 국군사에 정사(正史)로 기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공군의 후예로서 당연한 사명인 것이다.”
# 공군 역사 홍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은?
“우리의 역사가 박제화돼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고 시험 출제용으로만 쓰이는 것은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역사는 과거의 것이지만 현재라는 시공간 속에서 함께 숨 쉬는 생명체이며, 미래로 가는 길을 밝혀 주는 꺼지지 않는 등불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는 어렵거나 애매하지 않고 친근하게 다가와야 하며 일상생활에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공군의 역사도 마찬가지로 장병과 국민들에게 읽히고, 공감되며, 다양한 형태의 스킨십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공군 역사 연구 및 자문을 위한 상설기관 운영, 학술 행사, 군내·외 언론매체를 활용한 기고와 방송 출연, 프로그램 제작 지원을 적극적으로 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군 주관으로 진행되는 각종 행사와 부대 인근 지역 문화축제에 공군 역사를 홍보하는 부스를 설치해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공군의 역사를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 30여 년간 정훈장교로 근무하셨는데 정훈장교의 관점에서 우리 군의 역사교육 방안은?
“공군 정훈장교로 군 생활 동안 후배 장교들에게 역사교육이야말로 장병 정신교육의 근본 토대라고 늘 강조해 왔고 그래야만 정신교육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해 왔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일제 36년 강점기, 6·25전쟁 등 고난의 역사가 증언하듯 국력이 약하고, 국방력이 갖춰져 있지 못하면 엄청난 고난과 수모의 역사를 떠안게 된다. 아무 죄 없이 중국과 일본에 노예로 끌려간 수많은 여성들, 특히 위안부와 관련된 역사는 우리에게 뼈아픈 교훈을 주고 있다. 그래서 역사 교육만큼 장병들을 정신적으로 재무장하는 가치중립적인 수단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려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라고 하셨듯이 올바른 역사교육은 애국심과 군인정신으로 무장된 정예 강군을 육성하는 모태다.”
# 이 밖에 재임 중 추진하고자 하는 업무나 사업이 있다면?
“먼저 미완의 공군사 복원 작업과 정사화 활동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는 공군의 태동기인 창군 역사를 재조명하는 사업의 하나로 일제 강점기에 있었던 항공독립운동사에 대한 학술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공군 역사자료를 수집하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공군 출신 원로들의 증언을 청취하고 과거사 검증에 필요한 미공개 역사 및 비화를 모을 계획이다. 또 공군의 중요 사적지와 유물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해 공군의 역사문화체험과 안보현장 견학 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 부대 주변 역시 소규모 역사 테마파크를 조성해 역사 전문 부대로서의 상징성을 부각시킬 것이다.”
첫댓글 최용덕 장군님의 글과 공군 박물관에서 느낀 점이 많았었는데..더 큰 기대를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