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과치히로의 행방불명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각본 : 미야자키 하야오
제작년도 : 2001년
상영시간 : 124분
화질 : 고화질. AC3 / 2CD
자막 : 한국말더빙
업로드 : 휴고[요청작]
러브시네마 한마디
몇번째 우리클럽에 올라오는 작품인지 알수가 없군요.
미야자키 햐야오감독의 애니메이션은 항상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다.
그중에서도 센과치히로는 일본영화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영화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흥행을 하였다.
인물들을 생동감있게 잘 그려놓았고, 어른들이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갖추고 있으며 또한 재미도 있다.
애니메이션에 별 흥미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 또한 센과치히로는 상당한 수준의 걸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에게 환경의 오염이라는 심각한 문제도 아울러 제시해준다.
줄거리
치히로는 짜증 잘 내고 칭얼거리기 좋아하는 평범한 열살짜리 소녀.
부모랑 이사를 가던 중 길을 잘못 들어 낡은 터널을 지나가게 된다.
인기척 하나 없고 너무나도 조용한 마을의 낯선 분위기에 불길한 기운을 느낀 치히로는 엄마, 아빠에게 돌아가자고 조르지만 부모는 호기심에 들떠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어느 음식점에 도착한 치히로의 부모는 거하게 차려진 음식들을 보고 즐거워 하며 허겁지겁 먹어대기 시작한다. 왠지 마을이 싫었던 치히로는 혼자 되돌아
가겠다고 음식점을 나선다. 하지만 두려움에 다시 되돌아간 치히로는
돼지로 변해 버린 부모를 보고 경악한다. 겁에 질려 당황하는 치히로에게 낯선 소년 하쿠가 나타나 빨리 이곳을 나가라고 소리친다.
부모님과 함께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나갈 기회를 잃은 치히로는 마을에 머물게 되는데,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마을에서 온천장의 종업원으로 일을 하게 된다. 온천장의 주인인 마녀, 유바바는 치히로의 인간 이름을 빼앗고 대신 센이라는 새 이름을 지어준다. 치히로에게 다른 방법은 없다. 마을 밖은 바다로 변해 버려서 건널 수가 없고 엄마와 아빠를 구할 방법도 모른다. 온천장에서 일을 하며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길 뿐이다.
온천장은 신들의 휴식처. 밤이 되면 800여 신들이 하나둘씩 온천장에
찾아들고 만화책에서나 보았음 직한 갖가지 모양의 일꾼들이 시중을
든다. 센이 된 치히로는 특히 보일러실을 총괄하는 가마 할아범과 린,
그리고 유바바의 오른팔인 하쿠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곳 생활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모두가 따돌리는 얼굴없는 요괴는 치히로에게
관심을 보이며 여러모로 도와준다. 한편 평화로운 온천장에는 치히로가 들어오고 나서 사건이 끊이질 않는데..
영화해설
이상한 나라의 치히로
프리뷰를 쓰기 위해 홍보사에 전화를 해서 러닝타임을 물어봤다. 시사회 때 순간처럼 지나갔던 그 시간이 124분이나 됐다는 얘기를 듣고,
마치 영화 속의 치히로가 된 느낌이었다. 치히로 또한 꽤 긴 시간 동안 길을 잃고 환상의 세계에 빠진 듯하지만, 알고 보니 그 시간은 잠깐일 뿐이었으니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관객을 영화 속으로 빨아들여 시간 관념을 잊게 할 만큼 강한 흡인력을 지닌 영화다.
만화 영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성인 관객이라면(혹시
당신일지도?) 선입관은 잠시 접어두는 편이 낫겠다.
돼지가 된 엄마 아빠
치히로는 엄마 아빠와 함께 새로 이사 갈 집을 찾아가는 중이다. 숲속
길로 가던 자동차는 옛날에 테마파크였던 곳에 머물고, 세 가족이 폐허가 된 거리로 걸어 들어가면서 '행방불명'은 시작된다. 어느 음식점에 들어간 엄마 아빠는 게걸스럽게 음식을 집어삼킨다. 거리를 한 바퀴 둘러보고 온 치히로는 돼지로 변해 버린 부모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데, 이때 하쿠라는 소년이 나타나 빨리 거리에서 도망치라고 말한다. 하지만 치히로는 그곳에 갇혀 버린다. 그곳은 800만 신들이 목욕을 하며 휴식을 취하기 위해 모여드는 커다란 휴양지였다. 총책임자는 유바바. 가분수 머리에 망토를 두르고 새처럼 날아다니는 괴팍한 마녀다. 일을 하지 않으면 짐승으로 만들어 버리며, 이름을 빼앗아
상대를 지배한다. 그래서 치히로(千尋)는 센(千)이 되었다.
온천장에서 치히로, 아니 센은 온갖 잡일을 한다. 하루 종일 뜨거운
가마 앞에서 8개나 되는 팔로 정신없이 일하는 가마 할아범한테는 비할 바가 아니지만.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수많은 일을 겪던 센은
'강의 신'을 도운 대가로 만병통치 알약을 얻고, 유바바의 명령으로
제니바(유바바의 쌍둥이 언니. 그녀는 착한 마녀다)의 도장을 삼킨 하쿠를 치료한다. 그러면서 언젠가 하쿠를 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센. 과연 센은 언제 하쿠와 만났던 것일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제작 혹은 연출했던
애니메이션들이 지닌 미덕을 확대 재생산한다. 그의 애니메이션은 항상 비슷한 톤을 유지하면서도 작품성과 오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곤 했다. 특히 그는 '자연과의 상생'이라는 메시지를 쉬지 않고 유지해 왔으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저변에서도 그러한
암시는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는 인간의 욕심에 대해 조용한
어조로 타이르고 꾸짖는다. 엄마와 아빠의 폭식 장면은 아마도 미야자키 영화 중 가장 추한 느낌을 전하는 장면일 텐데, 그는 그러한 탐욕이 추하면서도 고통의 근원이라고 보는 듯하다.
게다가 온천장이 들어선 자리는 90년대 일본의 거품 경제 시대에 급하게 지어졌던 테마파크가 폐허로 변한 터다. 그렇다면 인간이 버리고 떠난 자리가 귀신들이 피로를 푸는 곳으로 재활용한 셈이다. 또한
악취가 진동하고 온갖 배설물로 뒤덮인 '오물 신'의 존재는 인간이 자연에 대해 저지른 죄악을 상징하는 듯하다. 미야자키의 메시지는 하쿠의 존재에 의해 감동적으로 드러난다. 강의 정령 같은 존재였던 하쿠(원래 이름은 코하쿠)는 인간의 자연 개발에 의해 개천이 사라지고
그처럼 떠도는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아픔과
고통은 센이라는 열 살짜리 꼬마아이로 인해 치유되고 위로받는다.
모두가 사랑스러운걸!
그렇다고 해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굳은 표정으로 자연보호
구호나 외치는 근엄한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센과 하쿠라는 주인공과 유바바라는 적대적 인물 외에, 수많은 '개성 만점' 캐릭터로 인해 <슈렉>이나 <미녀와 야수>를 능가하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면모를 지닌다. 유바바의 아기 보우(상체와 하체가 1:1 비율이다)나 돌머리 삼총사, 왠지 슬퍼 보이는 귀신 가오나시와 가마 할아범의 아기자기한 카리스마는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게다가 마법에 의해 만들어진 뚱보 쥐와 홀쭉 까마귀, 가마 할아범을 도와 열심히 석탄을 나르는 숯 검댕이는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내는 보배로운 존재다.